서지우 | 기자 작성일 2026년 03월 27일
미 국방부가 이란 전쟁으로 중동 내 미군 탄약이 빠르게 소모되면서,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한 무기를 중동으로 전용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용 대상에는 방공 요격 미사일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해당 물량은 지난해 나토(NATO)가 출범시킨 '우크라이나 우선순위 요구 목록(PURL)' 프로그램을 통해 동맹국들이 미국산 무기를 구매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조달된 것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집권 이후 미국이 우크라이나 직접 지원을 꺼리면서, 유럽 국가들이 비용을 부담해 구입해 주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는 미국산 무기를 계속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유럽 각국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약 40억 달러(약 6조 300억원) 상당의 무기 공급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WP는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전용이 이뤄진다면 이란과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미국이 더 큰 전략적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현재 이란 전쟁에서 가장 수요가 높은 무기는 패트리엇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등 고성능 방공 요격 미사일입니다. 미군은 이란의 드론 및 탄도미사일 반격에 대비해 유럽과 동아시아 등지에 있던 미사일 일부를 중동으로 재배치했습니다.
미 국방부 내부 논의에 정통한 관계자는 WP에 "PURL 공급 자체는 지속되겠지만 향후 패키지에서 방공 능력이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및 걸프 지역 동맹의 재고를 보충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00억 달러(약 301조 5,000억원)를 넘는 추가 국방 예산안을 의회에 요청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그런 일을 항상 한다"고 인정하면서, "때로는 한 곳에서 가져와 다른 곳에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유럽 주요국들은 이란 전쟁으로 자국 주문이 지연되거나 PURL을 통한 우크라이나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WP는 전했습니다. 한 유럽 외교관은 "미국이 탄약을 빠르게 소모하고 있어 앞으로 이 프로그램을 통한 지원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패트리엇 미사일 공급을 중단하지는 않았다"고 밝히면서도 "중동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과 향후 행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