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비즈니스2026. 03. 22.

방한 외국인 3.5%가 이용…한국 인바운드 유통 인프라 구축한 트래볼루션

by 윤소희 (기자)

#산업비즈니스#트래볼루션#인바운드관광#스타트업#뱅크오브트립

윤소희 | 기자 작성일 2026년 03월 22일

트래볼루션 배인호 대표

트래볼루션 배인호 대표

2014년 외국인 자유여행객 대상 온라인 여행 플랫폼으로 시작한 회사가 B2C에서 B2B로 방향을 틀었다. B2C 플랫폼 '서울패스'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글로벌 OTA에 한국 여행상품을 공급하는 B2B 서비스 '뱅크오브트립'을 운영한다. 메르스·사드·코로나19를 겪으며 12년을 버텨온 트래블테크 스타트업, 배인호 트래볼루션 대표 이야기다.

"창업 이전 해외 관광청 한국 사무소에서 근무하며 미주, 유럽 등 해외 여행 시장 흐름에 관심을 가졌어요. 해외는 패키지가 아닌 개별 자유여행객(FIT) 시장 중심으로 활성화돼 있었고, 이들을 모은 플랫폼(OTA)부터 운영을 돕는 소프트웨어까지 다양한 서비스가 성장하고 있었죠."

2014년 당시 한국 인바운드 시장은 중국 중심 패키지 여행 시장이었다. 배 대표는 이러한 흐름이 한국에도 올 거라고 내다봤다. "여행(Travel)에 기술과 서비스(Solution)를 통해 여행은 더욱 진화(Evolution)하고 시장의 성장과 변화(Revolution)를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아 트래볼루션이라는 사명으로 창업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트래볼루션이 추구해 온 '진화'는 단순히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여행 콘텐츠를 글로벌 플랫폼과 연결하는 유통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다. "인바운드 전문 OTA, B2B 유통관리 시스템, 다이렉트 부킹 솔루션 등을 통해 한국 관광 상품을 글로벌 고객·OTA와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어요."

2014년과 비교할 때 국내 인바운드 관광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여행 소비 방식이 '단체 패키지'에서 '개별 자유여행' 중심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유통 방식도 오프라인에서 OTA·플랫폼 중심 디지털 유통으로 크게 변화했다.

결정적 전환점은 메르스와 사드 사태였다. 시장이 멈췄을 때 인바운드 생태계의 본질적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배 대표는 "당시 만난 공급사들은 수많은 글로벌 OTA에 개별적으로 상품을 등록하고 엑셀·팩스·이메일로 예약과 정산을 관리하는 비효율이 있었다"면서 "파편화된 상품을 규격화해 다양한 OTA 채널에 공급하고 예약을 관리하는 '시스템' 구축이 시장 파이를 키우고 생존하는 길이라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뱅크오브트립을 통해 국내 인바운드 여행 상품을 받는 글로벌 OTA·국내 인바운드 서비스는 약 50곳, 약 300개 국내 티켓·투어·액티비티 상품을 공급 중이다. 배 대표는 "2025년 기준 약 65만 명 외국인 관광객이 제휴사들을 통해 저희가 공급하는 국내여행 상품을 구매했다"며 "작년 방한 외래객 수가 약 1,870만 명임을 고려하면, 전체 한국 방문객의 약 3.5%가 트래볼루션 시스템을 통해 국내 상품을 이용한 셈"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비행기가 뜨지 않던 약 3년 동안, 트래볼루션은 보유한 리소스를 활용해 국내에서 실현 가능한 비즈니스를 탐색했다. 수원·대구·양양 등 '스마트 관광도시' 조성 사업에 참여해 로컬 사업자들의 상품을 발굴하고, 예약부터 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디지털 인프라를 제공했다.

트래볼루션은 단품 여행상품 전용 다이렉트 부킹 솔루션 '오더렉트'를 통해 구글 지도 예약 페이지를 연동하는 구글 띵스투두(Google Things to do)의 연동 파트너로도 선정됐다. 현재 외국인 대상 예약 시스템이 필요한 대형 관광 시설부터 소규모 여행사, 쿠킹클래스, 공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체험 사업자들이 오더렉트를 통해 직접 모객에 나서고 있다.

트래볼루션은 2025년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FT)가 발표한 '2025 아시아태평양 고성장 기업 500'에서 전체 144위, 여행 분야 7위에 선정됐다. "이번 선정은 팬데믹이 포함된 2020~2023년 성장 데이터 기반이라 위기 상황에서의 회복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AI 기술도 적극 접목하고 있다. 공급사 파트너를 위한 '뱅크오브트립 인사이트'를 출시해 여러 OTA에 흩어진 매출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LLM 기반 AI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해석해 분석 리포트를 생성해 준다.

배 대표는 관광·여행 분야 창업 준비자들에게 현실적 조언을 건넨다. "'여행'이라는 행위에서 아이템을 찾아 시작하기보다 '시장'에서 아이템을 찾아야 해요. 작더라도 확실한 수익 모델 구축을 고민하는 게 중요한 생존 전략입니다."

메르스·사드·코로나19를 겪으며 12년을 버텨온 트래블테크 스타트업, 화려한 투자 유치 없이 효율 중심 경영으로 살아남은 트래볼루션이 한국 인바운드 시장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매김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