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현 | 기자 작성일 2026년 05월 22일

도시바가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용으로 개발한 1200V 트렌치 게이트 SiC MOSFET 'TW007D120E'
도시바 일렉트로닉 디바이스 앤 스토리지(Toshiba Electronic Devices & Storage Corporation, 이하 도시바)가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의 전원 공급 시스템을 겨냥한 1200V 트렌치 게이트 SiC MOSFET 신제품 'TW007D120E'의 테스트 샘플 출하를 시작했다고 22일 발표했다. 이 제품은 데이터센터 전원 공급 시스템뿐 아니라 태양광 인버터, 무정전 전원 장치(UPS), 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 재생에너지 관련 장비에도 폭넓게 적용될 수 있는 고효율 전력 반도체다.
생성형 AI의 급속한 확산은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를 가파르게 끌어올리고 있으며, 이는 반도체 업계 전반의 전력 효율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도시바의 이번 신제품 출하는 AI 인프라 시장에서 SiC(탄화규소) 전력 반도체의 입지를 한층 강화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TW007D120E의 핵심 사양과 성능
신제품 TW007D120E는 도시바의 독자적인 트렌치 게이트 구조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트렌치 게이트 구조란 반도체 기판에 미세한 트렌치(홈)를 형성하고 그 안에 게이트 전극을 매립하는 소자 구조를 의미한다. 이 구조는 기존 플레이너 방식 대비 단위 면적당 더 많은 셀을 집적할 수 있어, 동일 면적에서 더 낮은 온-저항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도시바는 이번 제품이 업계 최고 수준의 단위 면적당 낮은 온-저항(RDS(on) A)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낮은 온-저항은 전류가 흐를 때 발생하는 전도 손실을 직접적으로 줄여 주며, 동시에 스위칭 손실까지 함께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
성능 개선 폭은 매우 가파르다. 도시바의 기존 3세대 SiC MOSFET(TW015Z120C)과 비교했을 때 TW007D120E는 RDS(on) A를 약 58% 감소시켰다. 또한 전도 손실과 스위칭 손실 간 균형을 보여 주는 성능 지수(FOM, Figure of Merit)인 RDS(on) × Qgd(게이트-드레인 전하) 값도 약 52% 개선됐다. 이는 동일한 출력 조건에서 발열을 크게 낮출 수 있어, 데이터센터 전원 시스템의 안정성과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린다.
패키지 설계와 방열 성능
신제품은 상부 냉각(top-side cooling) 방식을 지원하는 QDPAK 패키지를 적용했다. QDPAK은 패키지 상단으로 열을 빠르게 발산할 수 있도록 설계된 표면 실장형 패키지로,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변환에 필수적인 전력단(power stage)의 전력 밀도 극대화 및 방열 성능 향상에 크게 기여한다.
특히 고밀도 전력 변환이 요구되는 환경에서는 패키지 차원의 열 관리가 시스템 전체의 신뢰성을 좌우하기 때문에, QDPAK 적용은 단순한 사양 변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과 시장 배경
생성형 AI의 확산은 데이터센터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고 있다. 대규모 언어 모델 학습과 추론을 위해 사용되는 고출력 AI 서버는 기존 일반 서버 대비 수 배에서 수십 배에 달하는 전력을 소비하며, 이는 데이터센터 운영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력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전력 아키텍처를 기존 저전압 방식에서 800V 고전압 직류(HVDC) 아키텍처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HVDC 방식은 전압을 높여 전류를 줄이는 방식으로, 전송 손실을 최소화하고 동선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800V HVDC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내전압 특성과 빠른 스위칭 속도를 동시에 갖춘 전력 반도체가 필요하며, 바로 이 지점에서 1200V급 SiC MOSFET이 주목받고 있다. 도시바의 TW007D120E는 이러한 시장 요구를 정조준한 제품으로 평가된다.
SiC가 주목받는 이유
SiC(Silicon Carbide, 탄화규소)는 기존 실리콘(Si) 반도체 대비 약 10배 높은 절연파괴전계 강도, 3배 이상 높은 열전도율, 그리고 우수한 고온 동작 특성을 가진 와이드 밴드갭(WBG) 반도체 소재다. 이러한 물성 덕분에 SiC 전력 반도체는 동일한 출력을 더 작은 면적, 더 낮은 손실, 더 높은 동작 온도에서 구현할 수 있다.
전기차, 태양광 인버터, 산업용 전력 변환기 등 고효율 전력 변환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SiC는 빠르게 실리콘을 대체하고 있으며, AI 데이터센터 역시 이러한 전환의 핵심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양산 일정과 향후 라인업 확장 계획
도시바는 2026회계연도 중 TW007D120E의 본격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자동차 애플리케이션용 개발을 포함해 SiC MOSFET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갈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자동차용 SiC 시장은 전기차 인버터와 온보드 충전기 분야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영역으로, 일본·유럽·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핵심 수급처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도시바가 데이터센터와 자동차 두 축을 동시에 겨냥하는 것은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면서 SiC 사업 전반의 성장을 안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도시바는 트렌치 게이트 SiC MOSFET을 통해 데이터센터와 광범위한 산업 장비의 전력 효율 개선과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 감축에 기여하며, 탈탄소 사회 구현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TW007D120E는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가 보조하는 프로젝트 JPNP21029의 성과를 기반으로 한다.
주요 애플리케이션
신제품은 다양한 고출력·고효율 전력 변환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 데이터센터용 전원 공급 장치(AC-DC, DC-DC)
- 태양광 인버터
- 무정전 전원 장치(UPS)
- 전기차(EV) 충전 스테이션
- 에너지 저장 시스템
- 산업용 모터
주요 특징 정리
- 낮은 온-저항(On-resistance) 및 낮은 RDS(on) A
- 낮은 스위칭 손실 및 낮은 RDS(on) × Qgd
- 낮은 게이트 구동 전압: VGS_ON = 15V ~ 18V
- 열 성능이 뛰어난 QDPAK 패키지
도시바의 SiC 전력 소자에 대한 보다 상세한 기술 자료와 데이터시트는 도시바 반도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업 소개
첨단 반도체 및 스토리지 솔루션의 선도적 공급업체인 도시바 일렉트로닉 디바이스 앤 스토리지(Toshiba Electronic Devices & Storage Corporation)는 반세기가 넘는 경험과 혁신을 바탕으로 고객과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뛰어난 개별 반도체, 시스템 LSI 및 HDD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전 세계 1만7400명의 직원은 제품 가치를 극대화하고 고객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가치와 새로운 시장을 공동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공유하고 있다. 회사는 디스크리트 반도체, 시스템 LSI, HDD 등 핵심 사업 영역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상위권을 유지하며, 자동차·산업·데이터센터 분야 고객을 폭넓게 확보하고 있다.
도시바는 SiC와 GaN(질화갈륨) 등 차세대 와이드 밴드갭 반도체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과 NEDO 프로젝트 등 국가 차원의 R&D 협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TW007D120E 출하는 도시바가 AI 시대 전력 반도체 시장에서 의미 있는 입지를 다지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