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현 | 기자 작성일 2026년 05월 22일

도시바가 출하를 시작한 1200V 트렌치 게이트 SiC MOSFET 'TW007D120E'.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전원 공급 시스템에 최적화된 신제품이다.
도시바 일렉트로닉 디바이스 앤 스토리지(Toshiba Electronic Devices & Storage Corporation, 이하 도시바)가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전원 공급 시스템을 주요 용도로 하는 1200V 트렌치 게이트 SiC MOSFET 'TW007D120E'의 테스트 샘플 출하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신제품은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관련 장비에도 폭넓게 활용할 수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생성형 AI 확산이 불러온 전력 수요 폭증
생성형 AI 모델의 급속한 확산은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다. 거대언어모델(LLM)을 학습하고 추론하는 데 필요한 연산량이 기존 클라우드 워크로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지면서, AI 서버 한 대가 사용하는 전력 또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급증은 글로벌 산업계의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특히 고출력 AI 서버가 광범위하게 도입되면서, 데이터센터 전원 아키텍처도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다. 기존의 저전압 배전 방식으로는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어려워졌고, 이에 따라 800V 고전압 직류(HVDC) 아키텍처를 채택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더 높은 전력 변환 효율과 전력 밀도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전원 공급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도시바는 바로 이러한 시장 요구에 대응해 TW007D120E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트렌치 게이트 구조로 업계 최고 수준 성능 구현
TW007D120E는 도시바의 독자적인 트렌치 게이트 구조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트렌치 게이트 구조는 반도체 기판에 미세한 트렌치(홈)를 형성하고, 그 안에 게이트 전극을 매립한 소자 구조를 말한다. 이러한 설계 덕분에 단위 면적당 낮은 온-저항(RDS(on) A)을 구현할 수 있으며, 도시바는 2026년 5월 기준 자체 조사 결과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갖췄다고 밝혔다.
낮은 온-저항은 곧 전도 손실의 감소를 의미한다. TW007D120E는 여기에 더해 스위칭 손실까지 효과적으로 줄였다. 도시바의 기존 3세대 SiC MOSFET 'TW015Z120C'와 비교했을 때 RDS(on) A를 약 58% 줄였으며, 전도 손실과 스위칭 손실 간의 트레이드오프를 나타내는 성능 지수(FOM, Figure of Merit)인 '온-저항 ~ 게이트-드레인 전하(RDS(on) ~ Qgd)'를 약 52% 개선했다. 이러한 특성은 데이터센터 전원 공급 시스템에서 고효율 동작과 발열 감소를 동시에 실현하며, 시스템 전체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QDPAK 패키지로 방열 성능 극대화
TW007D120E에는 상부 냉각(top-side cooling)을 지원하는 QDPAK 패키지가 적용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QDPAK 패키지는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전력단(power stage)의 전력 밀도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발열을 효과적으로 외부로 배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좁은 공간에 더 많은 전력 변환 회로를 집적해야 하는 AI 서버 환경에서, 이 같은 패키지 기술은 시스템 설계자에게 상당한 이점을 제공한다.
주요 애플리케이션 및 사양
TW007D120E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도시바가 밝힌 주요 애플리케이션은 다음과 같다.
- 데이터센터용 전원 공급 장치(AC-DC, DC-DC)
- 태양광 인버터
- 무정전 전원 장치(UPS)
- 전기차(EV) 충전 스테이션
- 에너지 저장 시스템
- 산업용 모터
주요 특징으로는 낮은 온-저항과 낮은 RDS(on) A, 낮은 스위칭 손실 및 낮은 RDS(on) ~ Qgd, 낮은 게이트 구동 전압(VGS_ON = 15V ~ 18V), 그리고 열 성능이 뛰어난 QDPAK 패키지 적용이 꼽힌다.
2026회계연도 내 양산, 자동차용 라인업도 확대
도시바는 2026회계연도 중 TW007D120E의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1200V 제품에 그치지 않고 자동차 애플리케이션용 SiC MOSFET 개발을 포함해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간다는 계획도 함께 공개했다. 트렌치 게이트 SiC MOSFET을 통해 데이터센터와 광범위한 산업 장비의 전력 효율을 개선하고,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 감축에 기여함으로써 탈탄소 사회 구현에 앞장서겠다는 것이 도시바의 청사진이다.
이번 제품은 일본 정부 산하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가 보조하는 프로젝트 JPNP21029의 성과를 기반으로 한다. SiC 전력 소자가 단순한 부품을 넘어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정책과도 맞닿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SiC MOSFET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
업계 분석에 따르면 MOSFET 전력 트랜지스터 시장은 2026년 약 78억 달러 규모에서 2031년 97억 달러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자동차 전동화, 48V 데이터센터 전원 공급 장치, AI 서버용 전원 시스템 등이 새로운 성능 기준을 요구하면서, 수요는 기존 실리콘 기반 소자에서 SiC를 비롯한 광대역 갭(wide bandgap) 반도체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도시바 외에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SiC 전력반도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배경이기도 하다. 한국 시장에서도 디시오 등 국내 기업이 1200V·1700V급 SiC MOSFET을 상용화하며 산업용 인버터, UPS, 데이터센터 전원장치 등 고효율 인프라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업 소개
도시바 일렉트로닉 디바이스 앤 스토리지는 첨단 반도체 및 스토리지 솔루션의 선도적 공급업체로, 반세기가 넘는 경험과 혁신을 바탕으로 고객과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개별 반도체, 시스템 LSI, HDD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전 세계 1만7400명의 직원이 제품 가치를 극대화하고, 고객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공동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공유한다.
도시바는 최근 일본 이시카와현에 12인치(300mm) 전력반도체 웨이퍼 팹을 완공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 공장은 AI 기반 자동화 설비를 갖추고 옥상 태양광 패널을 통해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되는 친환경 사업장으로 조성됐다. 도시바는 전력반도체 분야에 1250억 엔(약 1조1413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 생산량을 2배 이상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중국 SiC 웨이퍼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공급망 안정성과 기술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자세한 정보는 도시바 홈페이지(https://toshiba.semicon-storage.com/ap-en/top.html)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