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우 | 기자 작성일 2026년 05월 31일

아테프 왕관을 착용한 대형 청동 오시리스 미라형 조각상. 눈썹과 신성한 수염 부분에 청금석 상감 흔적이 남아 있다.
박물관급 고대 유물 경매로 이름을 알린 영국 경매사 TimeLine Auctions가 오는 6월 2일부터 10일까지 ‘고대 유물 및 미술품 경매(Antiquities & Ancient Art Auction)’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경매 첫날에는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그리스, 서부 지중해 지역의 대표 유물이 출품되며, 전체 일정에서는 구석기시대(Palaeolithic)부터 중세까지 폭넓은 시기의 유물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메소포타미아 왕실 명문, 카탈로그 최상단 차지
이번 경매 카탈로그의 최상단을 장식한 유물은 이름이 확인된 두 명의 메소포타미아 왕과 관련된 작품이다. 첫 번째는 아카드 제국(Akkadian Empire)의 왕 마니시투슈(Manishtushu, 기원전 약 2270~2255년)의 이름이 다섯 글자의 설형문자(cuneiform)로 새겨진 반구형 청동 그릇으로, 로트 번호 249번이 부여됐다. 경매사 측은 이 작품을 두고 최근 수년간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가장 이른 시기의 왕실 명문(royal inscription)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어 카시트(Kassite) 시대 유물로는 쿠리갈주 2세(Kurigalzu II)의 이름이 새겨진 마노(agate) 재질의 눈 모양 구슬이 로트 250번으로 등장한다. 함께 출품되는 줄무늬 마노 원통형 인장(cylinder seal, 로트 216)에는 수메르어로 폭풍의 신 아다드(Adad)에게 바치는 기도문이 새겨져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으로 분류된다.
이집트 사이스 왕조 와히브레 조각상 재결합
이집트 유물 부문의 대표 출품작은 사이스 왕조(Saite Period)의 세관 관리였던 와히브레(Wahibre)를 묘사한 높이 40cm의 현무암 조각상이다. 로트 61번으로 등록된 이 작품은 넓은 제물용 받침대를 두 손으로 받친 채 무릎을 꿇은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특히 조각상 본체와 제물 받침대는 19세기에 서로 분리된 이후 각각 다른 소장가와 경매 시장을 오가며 이산(離散)의 시간을 보냈으며, 이번 경매에서 비로소 다시 한자리에 모여 출품된다는 것이 TimeLine Auctions의 설명이다.
이 외에 주요 이집트 유물로는 제26왕조 시대의 속이 빈 높이 70cm 청동 오시리스상(로트 81), 그리고 룩소르의 아문(Amun) 신과 아비도스(Abydos)의 오시리스를 함께 연결해 묘사한 채색 목제 비석(stele, 로트 65) 등이 있다.
오시리스 청동상 디테일
대표 비주얼로 공개된 청동 오시리스 미라형 조각상은 아테프 왕관(Atef Crown)의 중앙 장식을 착용한 모습으로 표현됐다. 눈썹과 신성한 수염 부분에는 청금석(lapis lazuli) 상감 장식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어 당대 장인의 정교한 기술을 확인할 수 있다. 신은 전통적 도상에 따라 양팔을 가슴 위에서 교차한 채 왕권을 상징하는 굽은 지팡이(crook)와 곡식 타작용 채찍(flail)을 들고 있으며, 왕관에 부착된 우라에우스(uraeus·코브라 형상의 왕권 상징)와 추가 상감 장식을 위한 홈 등 세밀한 조형 요소가 잘 보존돼 있다. 조각상은 목재 받침대 위에 안정적으로 설치돼 있으며, 맞춤 제작된 보관 케이스와 함께 제공된다.
그리스 아티카 도자기 두 점 출품
그리스 유물 부문은 두 점의 아티카(Attic) 도자기가 중심을 이룬다. 기원전 6세기에 제작된 흑회식(black-figure) 피크시스(pyxis·뚜껑 달린 원통형 용기, 로트 96)는 아테네 신부의 마차 행렬을 정교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뚜껑 주변에는 신부가 새 집에서 맞이하는 환영 장면이 그려져 있다.
또 기원전 5세기 적회식(red-figure) 기둥형 크라테르(column krater, 로트 88)는 에우로파(Europa) 신화와 디오니소스적 삼인조(Dionysiac triad)를 함께 묘사한 작품으로, 하나의 도자기에 신적 권능을 상징하는 두 개의 장면을 압축적으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코르시카 ‘그라보나 청동기’ 10점 일괄 출품
서부 지중해 지역 유물 가운데서는 ‘그라보나 청동기(Gravona Bronzes)’가 단연 주목을 받는다. 이 유물군은 1880년대 프랑스령 코르시카(Corsica)의 철도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청동 유물 10점으로 구성돼 있으며, 1924년 고고학자 Robert Forrer가 학술적으로 정식 소개한 바 있는 역사적 가치가 높은 컬렉션이다. 발견 이후 약 한 세기를 거슬러 다시 시장에 등장한다는 점에서 컬렉터와 박물관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매 일정과 입찰 방식
첫째 날 현장 경매 이후 6월 3일부터는 온라인 전용 경매가 이어지며, 다양한 수집 분야에 걸친 고대 미술품과 유물이 차례로 출품된다. 전체 경매 일정은 6월 9일~10일에 열리는 고대 주화(Ancient Coins) 경매를 끝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마지막 경매에는 고대 화폐 외에도 저울추(weights)와 토큰(tokens), 메달(medals), 관련 서적 등 화폐학 전반에 걸친 품목이 함께 출품된다.
경매 시작 시간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 오전 8시, 영국 서머타임(BST) 기준 오후 1시로 안내됐다. 입찰 방식은 서면 입찰(Absentee Bid), 전화 입찰, TimeLine Auctions 자체 플랫폼을 통한 입찰, 그리고 LiveAuctioneers·Invaluable·The Saleroom을 통한 실시간 온라인 입찰 등 다양한 채널이 마련됐다.
기업 소개 - TimeLine Auctions
TimeLine Auctions Ltd는 고대 유물, 고대 미술품, 골동품, 역사적 유물을 전문으로 하는 영국의 대표적인 경매기관이다. 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 켈트, 그리스, 이집트, 서아시아(근동), 로마(고전기), 바이킹, 색슨, 중세, 후기 중세, 이슬람 세계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전문 분야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연사, 희귀 도서, 고대 동전(화폐학, Numismatics) 분야까지 취급 범위를 확장해 왔다.
TimeLine Auctions는 수집가, 투자자, 박물관과 인류 역사 전반에 걸친 진품 유물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정기 경매를 통해 박물관급 고대 유물을 시장에 소개하는 핵심 채널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