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2026. 03. 18.

시간제 공간 대여 시장 없던 시절… 스페이스클라우드가 330억 시장 만든 법

by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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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공간 대여 시장 없던 시절… 스페이스클라우드가 330억 시장 만든 법

정하준 기자·2026.03.18

스페이스클라우드 정수현 대표

2013년 비영리 단체 실무자였던 정수현 씨는 매번 같은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세미나를 기획하고 모임을 열 때마다 2~3시간짜리 공간을 구하는 일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시간제 대여라는 개념 자체가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공간을 통째로 임대하라는 포스터만 붙어 있더라고요. 시간 단위로 쓰고 싶은 사람한테는 말이 안 되는 구조였죠."

그로부터 13년이 흘렀습니다. 지금은 서울 도심 어디서나 손가락 몇 번만 움직이면 2시간짜리 회의실이 예약됩니다. 파티룸, 연습실, 촬영 스튜디오 등 27개 유형, 12만 개 공간이 시간 단위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2025년 한 해에만 330억 원어치 공간이 쪼개져 팔렸습니다. 시장을 창출한 스페이스클라우드 정수현 대표의 이야기입니다.

직접 겪은 불편함이 창업의 출발점이었습니다. 1년간 80평 규모 공간을 프로젝트성으로 운영할 기회가 생겼고, 코워킹스페이스와 부속 회의실을 시간 단위로 쪼개 대여했더니 공공기관과 대기업들이 몰렸습니다. 수익 전환까지 빠르게 이어졌습니다.

초기엔 공간을 믿고 맡길 호스트가 없었습니다. 발품을 팔며 직접 공간을 섭외했고, 에어비앤비의 성공 덕에 공간 공유 사업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비숙박계 에어비앤비'로 이미지가 형성됐습니다. 작은 공간주들을 돕는다는 소문에 네이버 투자도 유치할 수 있었습니다.

"공유 공간 DB 자체가 없던 시절이라 호스트데이를 한 달에 한 번씩 열었어요. 공간 대여 창업 강연과 성공 사례를 쏟아냈죠. 그러다 보니 어느새 국내 최대 공간 대여 플랫폼이 되었어요."

2016년 첫해 거래액 10억 원에서 2025년 330억 원까지, 10년간 30배 성장을 이뤘습니다. 누적 거래액은 1,500억 원을 넘었습니다. 서비스 수수료는 PG 수수료 제외 시 6~7%, 광고 매출까지 합치면 전체 거래액의 10~15%가 회사 몫입니다.

정 대표는 성장보다 지속 가능성을 택했습니다. 2019년 수익 전환을 이뤘고, 무리한 채용을 삼가 안정적인 팀 구조를 유지했습니다. 매년 10% 영업이익을 목표로 꾸준히 실적을 쌓았으며, 지난해에는 네이버와 협의해 자사주로 일부 주식을 매입하며 독립 경영 체제를 갖췄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지표는 규모가 아닌 활성화 지수입니다. 호스트 매출, 방문자 수, 예약 전환율, 취소율이 내부 핵심 지표입니다. 비수기엔 20~30%, 성수기엔 50~60%의 활성화율을 보이며, 이를 매년 5~10%씩 끌어올리는 것이 팀의 과제입니다.

글로벌 진출도 이 강점에서 출발했습니다. 영국을 첫 목표로 삼아 현지 K팝 댄스 커뮤니티, 스타트업 모임, 아시아권 유저들에게 한국 서비스라는 점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기술적 우위보다 서비스적 대응으로 작은 공간 운영 자영업자들을 친밀하게 지원하는 것이 전략입니다.

공급자 확보를 위해 AI 기반 서비스 전환도 추진 중입니다. 로컬 공간들을 AI 검색과 연결하고, 여러 플랫폼의 동시 예약을 관리하는 채널 출시도 앞두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앞으로 공간을 운영하는 호스트를 넘어, 건물주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공간을 유통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며 "부동산을 창조적 자원으로 바꾸는 소셜 디벨로퍼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