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아 | 기자 작성일 2026년 03월 19일

왼쪽부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곽정훈 교수, 박주형 박사(현 벨기에 KU Leuven 박사후 연구원), 김선홍 박사(현 서울시립대 화학공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은 전기정보공학부 곽정훈 교수 연구팀(공동 제1저자 박주형 박사, 김선홍 박사)이 인체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유연하고 얇은 '수평 전환형 열전 발전기'를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3월 19일 게재됐습니다.
연구 배경
온도 차이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열전 발전기'는 배터리 없이도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웨어러블 전자기기의 차세대 에너지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플라스틱처럼 얇은 필름 형태의 열전 발전기는 가볍고 유연해 피부나 옷에 자연스럽게 부착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닙니다.
그러나 발전기를 피부에 평평하게 붙일 경우 체열이 장치를 바로 통과해 공기 쪽으로 빠져나가버립니다. 그 결과 발전기 내부에서 온도 차이가 거의 없어져 전기를 만들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기존 연구에서는 열전 발전기를 구부리거나 기둥처럼 세워 3차원 구조로 만드는 방법이 시도됐으나, 장치의 두께와 부피가 커져 얇은 필름형 장치의 장점이 사라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연구 성과
곽정훈 교수 연구팀은 열이 흐르는 방향 자체를 바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신축성 있는 실리콘 소재(PDMS) 기판의 일부에만 열을 잘 전달하는 구리 나노입자를 섞어, 하나의 기판 내에 열이 잘 통하는 영역과 통하지 않는 영역이 함께 존재하는 '이중 열전도도 기판'을 설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두 영역의 경계에 열전 반도체를 배치하면 피부에서 발생한 열이 수직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옆 방향으로 흐르게 됩니다. 그 결과 기판 표면에 따뜻한 부분과 상대적으로 차가운 부분이 형성되어 온도차가 만들어지고, 이를 이용해 얇은 필름 구조에서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음을 최초로 입증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수평 전환형(pseudo-transverse) 열전 발전기'로 명명했습니다.
기대 효과
이 웨어러블 열전 발전기는 기판을 구부리거나 세우는 구조 변형 없이 완전히 평평한 상태에서도 체온을 전기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잉크 기반 인쇄 공정으로 제작되어 높은 유연성을 확보했으며, 크기와 형태를 자유롭게 설계하고 쉽게 확장할 수 있다는 강점도 지닙니다. 향후 스마트 의류, 건강 모니터링 센서, 웨어러블 전자기기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자가발전 에너지 기술로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곽정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 얇은 웨어러블 열전 발전기의 한계를 열의 흐름을 조절하는 새로운 구조적 접근으로 해결한 것"이라며 "완전한 평면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온도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열전 플랫폼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NRF)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우수신진), 박사과정생 연구장려금 사업 및 서울시립대학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