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 기자 작성일 2026년 03월 20일

SNU MIC 2026에 참석해 축사하는 김영오 서울대 공과대학장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서울공대)이 지난 13일 국내외 학계 및 산업계 관계자 약 380명이 참석한 가운데 관악캠퍼스 제1공학관에서 'SNU 메카노 인텔리전스 컨퍼런스(SNU Mechano Intelligence Conference 2026, 이하 SNU MIC 2026)'를 성황리에 마쳤다.
피지컬 AI에 대한 뜨거운 사회적 관심 속에 올해 처음 개최된 SNU MIC 2026은 미래 산업의 핵심 경쟁력인 로보틱스와 인공지능(AI), 자율 제조의 융합 패러다임을 진단하고 국내 기업들의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학술대회로 마련됐다.
행사에서는 서울대와 타 대학 연구자들이 기계 지능(Mechano Intelligence) 분야 총 91편의 포스터 발표를 진행했다. 기조 연사로 나선 기계공학 분야 최고 권위자 8명은 단순한 기술적 성취를 넘어 산업 현장의 실질적인 생산성 혁신 및 기술 사업화 방안을 발표했다.
글로벌 혁신 기업의 무기는 설계… AI 자동설계 시대 도래
이번 컨퍼런스의 주요 화두는 '피지컬 AI와 설계의 혁신'이었다. 민태기 S&H 기술연구소장은 부품 및 공정 설계의 절대적 중요성을 역설하며 "애플, 스페이스X, 다이슨 등 세계적 기업들의 원가 절감 비결은 결국 '디자인(설계)의 힘'에 있다"며 "엔지니어는 진정한 설계 혁신을 위해 '인간'을 가장 깊이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남우 KAIST 조천식모빌리티대학원 교수는 "이제는 단순한 최적 설계나 생성형 설계를 넘어, AI가 스스로 설계를 수행하는 자동설계(Auto-design)의 시대가 오고 있다"며 기업들이 이 변화의 흐름에 신속하게 올라타야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로봇 AI 맹신 금물… 자율 제조, 공장 설계 초기부터 재설계해야
박종우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前 IEEE RAS 회장)는 "로봇 데이터는 비전이나 언어 데이터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노이즈가 많기 때문에, 데이터를 방대하게 모아 파운데이션 모델에 밀어 넣으면 해결된다는 생각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경고하며, '로보틱스를 위한 귀납적 편향(Inductive Bias for Robotics)'이 산업용 AI 투자의 성패를 가를 핵심이라고 짚었다.
민정국 현대자동차·기아 제조SW개발실 상무는 "현재 가동 중인 생산 라인 위에 단순히 자동화를 얹는 방식으로는 진정한 자율 제조가 불가능하다"며 "공장 설계 단계부터 인공지능을 고려한 구조로 설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AI 맞춤형 데이터가 경쟁력… '로보틱스 인스티튜트' 설립 제언
윤병동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가공되지 않은 로우 데이터(Raw Data)만 맹목적으로 끌어모으는 건 소용없다"며 "AI가 제대로 학습할 수 있는 형태의 데이터를 선별하고 구축하는 것만이 현장에서 통하는 진짜 경쟁력"이라고 역설했다.
조규진 서울대 기계공학부 학부장(IEEE RAS 차기 회장)은 "우수한 연구가 논문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서울대가 앞장서서 기술 창업과 사업화를 지원하는 로봇 생태계를 구축하고 '로보틱스 인스티튜트(Robotics Institute)' 설립이 필요하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행사를 기획한 안성훈 서울대 정밀기계설계공동연구소장(기계공학부 교수)은 "인간과 물리 세계의 작동 원리(메커니즘)를 깊이 이해하고 이에 적합한 AI 알고리즘을 접목할 때, 단순한 빅데이터 기반 AI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고효율의 '메카노 인텔리전스'를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