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진 | 기자 작성일 2026년 04월 12일
삼성전자가 사상 초유의 호실적을 거두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영업이익을 300조원으로 가정할 경우 최대 45조원을 성과급 재원으로 써야 한다는 것으로, 메모리 경쟁사인 SK하이닉스보다 훨씬 더 많은 규모다. 산업계 안팎에서는 과도한 요구라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최근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연간 반도체 영업이익을 270조원으로 가정하고 성과급 재원으로 영업이익의 15%인 40조5000억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증권사들의 연간 추정치(300조원)를 감안하면 많으면 45조원 넘는 성과급을 반도체 직원들을 위해 써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SK하이닉스보다 많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SK하이닉스를 의식하며 성과급 확대를 요구했다가, 이제는 그보다 더 큰 규모를 주장하는 셈이다.
산업계의 시선은 냉담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특별 배당을 포함해 주주들에게 약 11조1000억원을 배당했다. 400만명 넘는 '국민주' 삼성전자 주주가 한 해 동안 받은 보상의 네 배를 7만7000여명의 반도체 직원들이 성과급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영업이익의 15%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연구개발 투자(37조7000억원)보다도 많다. 미국 빅테크 경쟁사들이 수익을 차세대 반도체 투자와 R&D에 집중 투입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AI 격변기에 M&A와 R&D 투자가 시급한 시점에 성과급 재원에 과도한 비중을 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업계 한 전문가는 "성과급 체계는 해외 경쟁사에 빼앗길 수 있는 S급 인재들에게 훨씬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가도록 설계해야 한다"며 "노조는 모든 직원들에게 비슷하게 분배해야 한다고 하다 보니 성과급 재원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나고 그 효과는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오는 23일 평택캠퍼스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이후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5월 21일~6월 7일 총파업을 강행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생산 공장이 멈출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