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현 | 기자 작성일 2026년 04월 11일
중국 완구제조업체 팝마트는 라부부를 앞세워 중국 캐릭터 산업에서 보기 드문 자리에 올라섰다. 중국에서 출발한 자체 IP를 대형 소비재로 키우고 해외 시장으로까지 넓힌 사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때 시장에서는 팝마트를 두고 '중국식 디즈니'라는 기대까지 내놨다. 그러나 이번 실적 발표 뒤 자본시장이 던진 질문은 달랐다. 라부부의 흥행을 확인한 시장은 이제 팝마트의 '다음'을 보기 시작했다.
팝마트가 지난 3월 홍콩거래소에 공시한 2025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매출 371억 2000만위안(8조 724억원), 지배주주 귀속 순이익만 127억 8000만위안(2조 779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84.7% 늘었고, 순이익은 3배 넘게 뛰었다. 숫자만 놓고 보면 흠잡기 어려운 성적표였다. 그런데 실적 발표 직후 홍콩 증시에서 주가는 장중 20% 넘게 밀렸다. 업계에서는 지난 4분기 성장 둔화 우려와 배당성향 축소, 라이선싱과 테마파크 등 확장 전략에 대한 부담이 함께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른 것은 라부부가 포함된 '더 몬스터즈(THE MONSTERS)' 쏠림이다. 이 시리즈는 지난해 팝마트 전체 매출의 38.1%를 책임졌다. 흥행만 놓고 보면 단연 성공이지만, 시장은 여기서 다른 신호를 읽었다. 회사가 여러 IP를 고르게 키운 결과라기보다 라부부 한 개가 실적을 밀어 올린 구조에 가깝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라부부 열풍은 '중국 소비의 변화'라는 더 큰 흐름을 보여준 사례로 볼 수 있다. 블라인드박스(랜덤박스)로 시작한 라부부가 봉제인형, 키링, 생활형 굿즈로 확장되고, 오프라인 매장 방문과 한정판 수집 문화까지 이어진 것은 이런 변화의 단면이다.
팝마트의 지난해 중국 본토 매출 비중은 56.2%로 낮아진 반면 해외 비중은 더 커졌다. 중국 제조업이 하드웨어와 공급망 경쟁력을 앞세웠다면, 이제 일부 소비재 기업은 IP와 팬덤, 오프라인 경험까지 함께 수출하려는 단계에 들어섰다.
다만 자본시장이 이번에 확인하려 한 것은 '라부부가 얼마나 크게 성공했는가'보다 '그 성공이 다음 단계로 이어질 수 있는가'다. 한 캐릭터의 흥행이 다른 IP 육성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블라인드박스 중심의 소비가 더 넓은 상품군과 수익원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한편 2025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세관에서 적발된 위조 팝마트 상품이 약 791만개에 달했으며, 영국 정부가 지난해 압수한 가짜 장난감 가운데 90%가량이 라부부였고 수량만 20만개를 넘었다고 밝혀 글로벌 확장의 과제도 부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