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훈 | 기자 작성일 2026년 04월 06일

포켓몬카드 절도 및 강도 사건이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사진=AFP)
지난달 7일 새벽, 미국 워싱턴주 그레이엄에서 도둑 2명이 한 상점 유리창을 깨고 침입했다. 경보음이 울리는 가운데 이들은 대형 상자 여러 개를 채운 뒤 2분도 안 돼 사라졌다. 피해액은 약 1만달러(약 1,500만원). 도둑들이 노린 것은 현금도 전자제품도 아닌 포켓몬카드였다.
앞서 지난 1월 초에도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밍턴에서는 총기로 무장한 남성 강도가 포켓몬카드 2만달러어치를 훔쳐 달아났다가 6일 뒤 체포됐다. 이처럼 포켓몬카드가 세계 각국에서 범죄의 불씨가 되고 있다.
전 세계 곳곳서 강도·절도 급증…총기 위협까지
5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미국, 캐나다, 영국 등지의 카드 전문 매장이 잇달아 털렸다. 피해액은 50만달러(약 7억 5,000만원)를 넘는다. 카드숍 대상 범죄가 늘면서 보험 가입마저 어려워지고 있어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워싱턴주에서 카드숍을 운영하는 앤드루 엥겔벡은 "분기마다 한 번꼴로 침입 시도가 있다"며 "자비를 들여 보안카메라와 경찰 경광등을 모방한 스트로브 조명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그는 "포켓몬카드 절도가 소상공인을 직격하고 있다"며 "이것은 결코 피해자 없는 범죄가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지난달 미국 시카고에서는 앤서니 가르시아(23)라는 남성이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에서 포켓몬카드를 판매하겠다며 고객을 유인한 뒤, 직접 만난 자리에서 총기로 위협해 카드를 빼앗는 강도 행각을 벌이다가 체포됐다. 3월 한 달 동안에만 다섯 차례 연속 카드를 강탈했다.
일본에서도 사회 문제로 이어졌다. 지난해 8월 맥도날드 해피밀 포켓몬카드 증정 행사 당시 해외 리셀러들이 사은품만 꺼내고 뜯지도 않은 햄버거와 음료를 매장 앞에 대량 폐기했다. 결국 맥도날드는 공식 사과 성명을 내고 카드 판매를 제한했다.
작아서 훔치기 쉽고 1장에 수천만…되팔기도 순식간
포켓몬카드의 가치가 급등한 것이 범죄의 배경이다. 1996년 일본에서 탄생한 포켓몬카드는 30주년을 맞아 수집 열풍이 재점화됐다. 트레이딩카드 분석 사이트 카드래더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포켓몬카드의 가치는 145% 이상 상승했으며, 올해 1월 한 달 구매액만 4억 5,000만달러(약 6,800억원)에 달한다.
지난 20년간 포켓몬카드의 수익률은 S&P500지수 대비 초과 수익률이 3,000%포인트를 웃돌았다. 지난 2월엔 인플루언서 겸 프로레슬러인 로건 폴이 카드 한 장을 1,650만달러(약 248억 6,000만원)에 판매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공인트레이딩카드협회(CTCA)의 닉 자먼 대표는 "도둑이 카드 몇 장만 주머니에 넣으면 수천, 수만달러를 챙길 수 있고, 재판매도 매우 쉽고 극도로 빠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린 시절 포켓몬과 함께 자란 성인 세대와 현재의 어린이 세대가 동시에 수요를 만들어내는 다세대 소비 현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