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호 | 기자 작성일 2026년 10월 13일
LS ELECTRIC(일렉트릭)이 미국 연료전지 기업 블룸에너지(Bloom Energy)와 손잡고 북미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또 한 번 대형 계약을 따냈다. 두 회사의 거래가 시작된 지 1년 6개월 만에 누적 수주액은 5억달러를 넘어섰다.
1853억원 규모 수배전반·변압기 패키지 공급
LS일렉트릭은 13일 블룸에너지와 총 1억3845만8284달러(한화 약 1853억원) 규모의 수배전반 및 배전용 변압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사업은 미국 펜실베니아 주에 들어서는 빅테크 데이터센터의 연료전지 기반 온사이트(On-site) 발전 프로젝트다. LS일렉트릭은 2027년 4월부터 7월까지 38kV급 고압 수배전반과 배전 변압기를 납품한다.
주목할 점은 공급 방식이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수배전반과 배전 변압기를 개별 품목이 아닌 패키지 형태로 묶어 공급한다. 설비 간 호환성과 납기 관리를 한 공급사가 책임지는 구조여서 발주처 입장에서는 프로젝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LS일렉트릭의 배전 솔루션 경쟁력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1년 6개월 만에 누적 5억달러 돌파
이번 계약으로 블룸에너지에 대한 LS일렉트릭의 수주 총액은 2025년 4월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5억달러를 넘어섰다. 북미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기술력과 사업 수행 역량을 인정받으며 글로벌 전력기업과의 협력을 빠르게 확대한 결과다.
LS일렉트릭의 북미 데이터센터 수주 행보는 이달 들어 특히 가팔라졌다. 앞서 10월 1일에는 북미 대형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서 1억3341만달러(약 1812억원) 규모의 345kV급 초고압 변압기 공급 계약을 공시했다. 9개 변전소에 2030년까지 순차 납품하는 조건이다. 송변전 영역의 초고압 변압기와 배전 영역의 수배전반을 2주 사이에 나란히 수주한 셈이다.
연료전지 온사이트 발전이 떠오르는 배경
블룸에너지는 2001년 설립된 미국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전문 기업으로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본사를 두고 있다. 천연가스와 바이오가스, 수소를 연료로 쓸 수 있는 설비를 데이터센터와 제조 현장에 공급한다.
이 회사가 최근 급성장한 배경에는 미국의 전력망 병목이 있다. AI 연산 수요가 폭발하면서 기가와트(GW)급 데이터센터 건설이 늘었지만 송전선로 신설과 계통 연계에는 수년이 걸린다. 전력망 접속을 기다리는 대신 부지 안에 발전설비를 직접 두는 온사이트 발전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블룸에너지가 발표한 2026 데이터센터 전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의 약 3분의 1이 2030년까지 전력망에서 완전히 독립한 오프그리드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프그리드를 공언한 사업자 비중은 불과 6개월 사이 22% 늘었다. 연료전지 발전설비가 늘어나면 그 전력을 서버랙까지 안전하게 나눠 보낼 수배전반과 배전 변압기 수요도 함께 커진다. LS일렉트릭이 공략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유타·텍사스 양대 거점으로 현지 완결형 밸류체인
LS일렉트릭은 미국 유타주 'LS일렉트릭 유타'와 텍사스주 '배스트럽 캠퍼스'를 중심으로 영업과 설계, 생산, 서비스를 아우르는 현지 완결형 밸류체인을 구축하며 현지 고객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텍사스 배스트럽 캠퍼스는 생산과 연구, 설계 기능을 묶은 북미 사업 복합 거점이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은 준공식에서 2030년까지 2억4000만달러를 추가 투자해 생산 시설을 확충하고 현지 인력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유타 생산거점에는 총 1억6800만달러를 투입해 공장 규모를 6배로 키운다. 스위치기어와 차단기를 중심으로 생산하며 증설 완공 시점은 2027년 하반기다.
생산 체계는 품목별로 나뉜다. 초고압 변압기는 국내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보내고 배전기기는 현지에서 생산한다. 관세 변수와 납기 대응을 동시에 고려한 이원화 전략이다.
수주잔고 7조원에 근접한 전력 사업
실적 지표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LS일렉트릭의 2026년 상반기 누적 매출은 2조9536억원, 영업이익은 3051억원이다. 상반기 신규 수주는 3조4677억원으로 같은 기간 납품액 1조4833억원의 2.3배에 달했다. 수주잔고는 연초 5조154억원에서 6월 말 6조9998억원으로 40% 늘었다.
LS일렉트릭은 이번 5억달러 돌파를 계기로 블룸에너지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 공고히 하고 연료전지 기반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를 비롯한 북미 시장의 추가 사업 기회 확보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기업 소개
LS ELECTRIC은 1974년 럭키포장으로 출발한 LS그룹 계열 전력·자동화 기업으로 코스피에 상장(종목코드 010120)돼 있다. 전력기기와 전력 인프라, 자동화 솔루션을 주력으로 하며 초고압 변압기부터 배전반, 차단기, 인버터에 이르는 전력 설비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북미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와 미국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를 핵심 성장축으로 삼아 해외 사업 비중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