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주희 | 기자 작성일 2026년 10월 13일

사업주 지원 유형별 남녀 재직자 1인당 교육훈련 시간 (자료: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사업주가 시간과 비용을 모두 대는 교육훈련에서 재직자 1인당 투입 시간이 남성 1.2시간, 여성 0.4시간으로 집계됐다. 남성이 여성의 3배를 쓴 셈이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원장 고혜원)은 ‘한국 기업은 재직자들에게 동등한 교육훈련 기회를 제공하는가?’를 통해 사업주가 지원하는 재직자 교육훈련의 참여 격차를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Programme for the International Assessment of Adult Competencies)의 국제 비교 자료와 인적자본기업패널(HCCP, Human Capital Corporate Panel), 기업 교육훈련 담당자 심층 면담(FGI, Focus Group Interview)을 한데 묶은 혼합 방법을 썼다.
분석에 쓰인 자료와 ‘완전 지원’의 뜻
국제성인역량조사 2주기 자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가 2022~2023년 31개국의 16~65세 성인을 대상으로 역량 수준과 교육훈련 참여 실태 등을 조사한 국제 비교 수치다. 기초 통계는 임금근로자를 대상으로 한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 26개국·싱가포르 평균(이하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을 비교했다.
사업주 지원 교육훈련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완전 지원은 사업주가 교육훈련의 시간과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경우로 사업주의 의사결정 관여가 큰 훈련이다. 일부 지원은 사업주가 시간 또는 비용의 일부라도 지원해 재직자 개인도 일부를 부담하는 경우로 재직자의 판단도 개입하는 훈련을 가리킨다. 이 구분이 이번 분석의 핵심 축이다. 누가 훈련 대상을 고르는지에 따라 격차의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업주 관여가 커질수록 벌어지는 남녀 격차
사업주 완전 지원 교육훈련의 1인당 시간은 남성 1.2시간, 여성 0.4시간으로 각각 집계됐다. 남성이 여성의 3배로 남성 대비 여성의 비율은 33%가량에 그쳤다. 참여율 역시 남성 3.0%, 여성 1.7%로 여성이 남성의 57%가량에 머물렀다.
반면 재직자 개인도 비용·시간을 일부 부담하는 사업주 일부 지원 교육훈련에서는 격차가 눈에 띄게 줄었다. 참여율이 남성 8.4%, 여성 7.6%로 남성 대비 90% 수준이었다. 1인당 시간은 남성 3.0시간, 여성 2.3시간으로 남성 대비 77%였다. 결국 사업주의 관여가 커질수록 남녀 격차도 함께 커지는 흐름이 확인됐다.
숫자가 말해 주는 것
같은 기업 안에서도 ‘회사가 골라 보내는 훈련’과 ‘본인이 비용을 보태 가는 훈련’의 성별 분포가 다르다는 의미다. 개인의 선택이 개입하는 영역에서는 남녀 차이가 크지 않다. 회사가 투자 대상을 고르는 영역에서 차이가 세 배로 벌어진다.
참여율 자체는 경제협력개발기구 최하위 수준
격차 이전에 절대 수준이 낮다는 점도 함께 드러났다. 사업주 일부 지원 교육훈련 참여율은 한국 8.0%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36.4%의 1/5가량이었다. 사업주 완전 지원 교육훈련 참여율은 한국 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20.8%의 1/10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1인당 교육훈련 시간도 사정이 비슷하다. 일부 지원은 한국 2.7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9.5시간의 1/3에 못 미쳤다. 완전 지원은 한국 0.8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4.0시간의 1/5에 미치지 못했다.
연구원이 앞서 발간한 OECD 「고용전망 2026」 분석에서도 25~65세 성인의 비형식 직업 관련 학습 참여율이 9.5%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37%와 비교하면 조사 대상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번 보고서는 그 낮은 총량이 집단별로 어떻게 나뉘는지를 들여다본 후속 작업에 해당한다.
여성·비정규직·영세기업에 불리한 구조
참여 결정 요인을 로짓 모형으로 분석한 결과 사업주가 시간과 비용을 전부 부담하는 교육훈련에서 여성, 비정규직, 영세기업 재직자의 참여 정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작았다.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다.
한국만의 특징은 다른 곳에 있다. 학력·인지적 역량·직종이 참여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역량을 진단해 투자 대상을 정하는 방식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힌다.
인적자본기업패널 분석에서도 결론은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회사 주도 교육훈련에서 남성과 정규직이 여성과 비정규직보다 상대적으로 더 고비용의 교육훈련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훈련을 포기하는 첫 번째 이유는 시간
원하는 평생교육 과정을 수강하지 못한 이유를 조사한 결과 ‘회사 일로 시간이 없었다’가 58.5%로 가장 많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은 34.0%다. 한국 재직자가 체감하는 시간 압박이 평균의 1.7배가량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유의 구성은 성별로 갈렸다. 남성은 회사 업무 70.0%·가사 돌봄 8.1%였다. 여성은 회사 업무 50.0%·가사 돌봄 18.6%로 가사 돌봄의 비중이 두 배 넘게 컸다.
자녀가 있을 때 달라지는 결과
사업주 일부 지원 교육훈련 시간을 자녀 유무까지 고려해 추가 분석한 결과는 더 선명했다. 자녀가 없으면 남녀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자녀가 있으면 남성이 여성보다 더 긴 교육훈련에 참여했다. 성별과 자녀 유무를 곱한 교호항의 추정 계수는 체코를 제외하면 한국이 비교 대상국 중 가장 컸으며 유일하게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연구진 제언: 훈련 지원과 일터 혁신을 함께
반가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업주가 시간과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교육훈련에서 한국 기업은 다른 나라와 달리 재직자의 역량을 정밀하게 진단해 투자하기보다 대기업·정규직·남성 위주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국 기업의 인적자원개발(HRD, Human Resource Development)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적자원관리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하며, 정부의 재직자 훈련 지원은 일터 혁신 지원과 패키지로 설계·전달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정부의 교육훈련 정책은 단기적인 빈 일자리 채우기식 접근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성인의 인지적 역량 자체를 높이는 장기적 노력으로 이어져야 하고, 노동시장 개혁과 공적 돌봄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일과 돌봄의 온콜 상태 속에서 학습을 위한 시간 선택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석의 범위에 대한 단서도 달았다. 반 선임연구위원은 “본 연구의 추정은 남녀 ‘차이’와 그것이 다른 국가에 비해 크지 않다는 점에 대한 증거일 뿐 ‘차별’의 존재 여부에 대한 증거는 될 수 없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배경: 성인 역량 지표도 평균 아래
이번 분석의 토대가 된 국제성인역량조사 2주기는 2024년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가 결과를 공개했다. 31개국 성인 약 16만 명이 참여했고 한국에서는 6198명이 조사에 응했다.
당시 결과에서 한국 16~65세 성인의 언어능력 평균은 249점, 수리력은 253점, 적응적 문제해결력은 238점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은 언어능력 260점, 수리력 263점, 적응적 문제해결력 251점으로 세 영역 모두 한국이 아래에 있었다. 1주기와 비교하면 언어능력 평균 점수는 24점 내려갔다. 수리력은 10점 낮아졌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는 아니었다.
역량 지표가 내려가는 국면에서 재직자 훈련의 총량과 분배가 동시에 문제로 지목된 셈이다. 연구원은 10월 1일 열린 ‘2026 KRIVET 학술대회’에서도 한국교육고용패널(KEEP)·인적자본기업패널·국제성인역량조사 자료를 활용한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기관 소개
한국직업능력연구원(KRIVET)은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1997년 설립된 국무총리 산하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다. 직업교육훈련정책 및 자격제도에 관한 연구와 직업교육훈련 프로그램의 개발·보급 등 직업능력개발에 관한 연구사업의 수행을 설립 목적으로 한다. 1997년 개원 이후 해당 분야 연구기관으로 성장해 왔다.
이번 보고서 ‘한국 기업은 재직자들에게 동등한 교육훈련 기회를 제공하는가?’ 전문은 2026년 10월 13일자로 공개됐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누리집(https://www.krivet.re.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