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 기자 작성일 2026년 04월 07일

해양 넷제로(Net Zero) 프레임워크: 성공적인 전환을 위한 4대 과제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소장 홍기용)는 세계적 학술지 Nature의 자매지인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강희진 친환경해양개발연구본부장이 집필한 논문 'The maritime net zero framework matters far beyond shipping'이 게재됐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성과는 국가 간 이해관계로 도입이 1년 유예된 국제해사기구(IMO)의 '넷제로 프레임워크(Net Zero Framework)'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보완 방안을 제시한 세계 최초의 사례로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당초 IMO는 선박 연료의 탄소배출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기술적 조치'와 배출한 탄소량만큼 부담금을 부과하는 '경제적 조치'를 2025년 10월 채택할 예정이었으나, 일부 국가가 경제적 부담과 국가 주권 침해 우려를 표명하며 채택 논의 시점이 2026년 10월로 연기된 상태다.
강 본부장은 논문을 통해 이러한 도입 지연을 단순한 환경 규제의 후퇴가 아닌 넷제로 프레임워크가 전 세계 경제에 미칠 막대한 파급력에 따른 '글로벌 거버넌스 조정 과정'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했다.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주요 에너지 수출국들이 규제 도입에 반대하는 이면에는 해운업에 선제 도입될 탄소 가격과 청정 연료 기준이 향후 타 산업 전반에 구속력 있는 선례가 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투자 방향을 결정짓는 강력한 '시스템적 신호'가 될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어 강 본부장은 규제 유예 1년을 전 세계가 공정하고 정의로운 방향으로 탈탄소 경로를 재정비할 '전열 재정비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며 다음 4가지 핵심 대안을 제시했다.
첫째, 선박 연료 전 과정 평가(LCA) 시 실측 데이터가 부족한 친환경 연료에 '기본 배출 계수'를 일괄 적용하기보다 실제 운용 데이터 기반 평가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계 곳곳에서 준비 중인 녹색해운항로의 실제 운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잠정적 기준점(벤치마크)'을 마련해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둘째, 해운업계가 수소 등 무탄소 연료로 전면 전환할 경우 현재 전 세계 풍력 발전량 전체에 맞먹거나 이를 초과하는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짚으며, 에너지 공급망의 현실적 한계와 성숙도에 맞춘 단계적 시장 형성 전략을 제시했다.
셋째, 기술적·경제적 불확실성이 큰 초기 시장에 먼저 뛰어든 선사와 연료기업 등을 위한 실질적인 보상을 강조했다. 이들이 리스크를 감수하며 축적한 실증 데이터의 공공재적 가치를 인정하고, 명확한 보상과 인센티브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넷째, 탄소 가격 책정에 따른 수익을 기후 취약국의 갯벌·해초지 등 블루카본 생태계 보전에 직접 투자하되, 규제 회계와 지원 회계를 분리 운영해 감축 실적의 이중 계상을 원천 차단하는 기후 금융 구조 설계 방안을 제안했다.
강희진 KRISO 친환경해양개발연구본부장은 "IMO의 넷제로 프레임워크는 해운을 넘어 전 산업의 탄소중립 전략을 재편하는 선도적 모델이 될 것"이라며 "남은 유예 기간 동안 전 세계 경제 주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실효적 이행 기반을 다져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KRISO 홍기용 소장은 "이번 성과는 탄소 규제를 둘러싼 찬반 집단 간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우리 연구진이 실무적이고 상생 가능한 '제3의 해법'을 선제적으로 제시한 사례"라며 "대한민국이 국제 해사 분야에서 신뢰받는 퍼스트 무버(First-mover)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