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진 | 기자 작성일 2026년 08월 16일

기술보증기금과 인천시, 하나은행이 8월 14일 인천시청에서 ‘ABC+E 미래성장엔진 육성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제공: 기술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과 인천광역시, 하나은행이 인천지역 첨단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총 1,500억원 규모의 협약보증을 공급합니다. 세 기관은 지난 8월 14일 인천시청에서 ‘ABC+E 미래성장엔진 육성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맺고, 인공지능·바이오·문화콘텐츠·에너지 분야 기술기업의 금융비용을 낮추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이번 협약은 500억원 규모의 특별출연 협약보증과 1,000억원 규모의 보증료지원 협약보증으로 구성됩니다. 특별출연 협약보증에는 3년간 보증비율 100% 적용과 보증료 0.3%포인트 감면이, 보증료지원 협약보증에는 인천지역 AI·바이오·문화콘텐츠·에너지 기업에 대한 금융비용 지원이 담겼습니다.
첨단기업의 자금 공백, 왜 문제인가
첨단산업에 속한 기업은 기술을 개발한 뒤 제품을 양산하고 매출을 만들어내기까지 연구개발과 설비, 전문인력에 꾸준히 투자해야 합니다. 문제는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갖추고 있더라도 담보와 재무 실적이 넉넉하지 않으면 정작 자금이 필요한 시점에 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기술보증은 바로 이 지점을 메우는 제도입니다. 기업이 보유한 기술의 가치를 평가해 부족한 담보력을 보완하고, 이를 은행 대출로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매출이 발생하기 전에 선행투자가 필요한 바이오기업이나, 장비와 데이터 인프라 구축에 큰 비용이 드는 AI·에너지 기업에게는 대출 접근성과 금융비용이 사업 추진 시기를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가 됩니다.
이번 1,500억원 규모의 협약보증은 이러한 자금 공백을 줄이려는 시도입니다. 첨단기업이 연구개발과 시제품 제작, 생산설비 도입, 인력 채용 과정에서 겪는 자금 병목을 완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ABC+E’는 무엇을 의미하나
협약의 이름에 담긴 ABC+E는 인공지능(AI), 바이오(Bio), 문화콘텐츠(Contents&Culture), 에너지(Energy)를 가리킵니다. 세 기관은 인천지역에서 이 네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는 기술기업을 발굴하고, 정책 지원과 금융을 연결해 기업의 투자와 성장을 뒷받침한다는 계획입니다.
지원 대상
지원 대상은 기보의 기술보증 요건을 충족하는 신기술사업자입니다. 본점이나 주사업장, 공장이 인천에 있어야 하며, 인천 이전을 예정하고 있는 기업도 포함됩니다. 여기에 AI·바이오·문화콘텐츠·에너지 가운데 한 분야의 사업을 영위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주목할 대목은 기존 인천기업뿐 아니라 사업장 이전을 준비 중인 외부 기업도 대상에 넣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협약보증이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인천시의 기업 유치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보증비율과 수수료를 함께 낮춘 두 갈래 구조
협약보증은 성격이 다른 두 갈래로 나뉩니다.
특별출연 협약보증 (최대 500억원)
특별출연 협약보증은 하나은행이 출연하는 25억원을 재원으로 삼아 기보가 최대 500억원의 보증을 공급하는 방식입니다. 기보는 이 보증을 이용하는 기업에 3년간 보증비율을 기존 85%에서 100%로 높여 적용합니다. 은행이 대출금 전액에 대해 기보의 보증을 받을 수 있게 되므로, 금융기관의 대출 위험 부담이 줄고 기업의 자금 조달 가능성은 높아지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기업이 기보에 납부하는 보증료도 3년간 0.3%포인트 감면됩니다. 보증금액이 커질수록 기업이 부담하는 보증료 역시 늘어나기 때문에, 장기간 자금을 이용하는 기업일수록 직접적인 금융비용 절감 효과를 체감하게 됩니다.
보증료지원 협약보증 (최대 1,000억원)
보증료지원 협약보증에는 하나은행이 출연하는 보증료지원금 12억원이 투입됩니다. 기보가 최대 1,000억원 규모의 보증을 공급하고, 하나은행은 기업이 부담하는 보증료 가운데 0.6%포인트를 2년간 지원합니다. 특별출연 협약보증과 지원 방식은 다르지만, 기업의 금융비용을 낮춰 첨단산업 투자에 쓸 수 있는 자금 여력을 확보한다는 목적은 같습니다.
한 가지 짚어둘 점은 총 1,500억원이 기업에 현금으로 지급되는 사업비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이는 기보가 보증서를 공급해 하나은행의 대출 실행을 뒷받침하는 전체 보증 규모입니다. 기업별 보증금액과 지원 여부는 기술평가와 보증심사 등을 거쳐 최종 결정됩니다. 보증 신청과 관련한 절차와 서류는 기술보증기금 디지털지점의 보증신청서식 안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천시 미래산업 전략과 맞물린 협약
인천시는 그동안 AI 혁신 생태계와 바이오 허브, 첨단산업 육성을 지역 산업정책의 핵심 축으로 삼아 왔습니다. 인천시의 미래산업 육성전략 역시 인공지능 기반 구축과 바이오산업 육성, 중소기업의 혁신사업 환경 조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인천시는 항만·물류 중심 도시라는 기존 정체성에서 벗어나, 송도·영종·청라·남동 일대를 중심으로 바이오와 AI, 로봇, 에너지 전환을 결합한 첨단산업 생태계를 넓히고 있습니다. 이번 ABC+E 협약은 이러한 산업 육성정책에 기술평가와 은행 대출을 결합해, 정책 구상을 기업이 실제로 쓸 수 있는 자금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이번 금융지원 협약은 인천시가 하나은행·하나증권·기술보증기금과 함께 추진한 상생 협력의 한 축이기도 합니다. 지역 유망기업의 스케일업을 겨냥한 유니콘 펀드, 미래성장엔진 분야 중소기업을 위한 맞춤형 기술보증,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동반성장 사업 등이 함께 논의되며 민생과 미래 성장동력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짜였습니다.
남은 과제와 의미
박주선 기보 전무이사는 “인천시가 미래전략산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는 시기에 이번 협약을 체결하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며 “기보는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해 기술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고 지역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협약보증이 기업의 금융비용을 낮춰주더라도 대출에 따른 원금과 이자 상환의무는 그대로 남습니다. 기업은 조달한 자금을 연구개발과 양산, 수주 확대처럼 앞으로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업에 배치해야 합니다.
결국 인천시의 기업 발굴과 기보의 기술평가, 하나은행의 대출 실행이 이후의 실증·판로·투자 지원까지 이어질 때, 1,500억원의 보증은 지역 첨단산업을 키우는 성장자금으로 온전히 작동할 수 있습니다. 세 기관의 이번 협약이 인천을 첨단산업 기반의 미래도시로 전환시키는 실질적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기업 소개
기술보증기금은 기술혁신형 기업이 보유한 무형의 기술을 평가해 보증서를 발급하고, 이를 통해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정부 산하 기금입니다. 담보나 재무 실적 대신 기술의 사업성과 미래가치를 평가한다는 점에서, 기술 기반 창업기업과 성장기업에게 중요한 금융 인프라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번 인천 ABC+E 협약처럼 지방자치단체·은행과 손잡고 특정 지역과 산업을 겨냥한 맞춤형 협약보증을 공급하는 방식은, 기술금융의 지원 효과를 지역 산업 육성정책과 직접 연결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