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비즈니스2026. 10. 17.

기아, 국내 첫 PV5 원격 운전 카셰어링 판교서 개시… 2027년 상용화 겨냥

by 장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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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진 | 기자 작성일 2026년 10월 17일

기아 PV5 원격 운전 카셰어링 시범 서비스 차량이 제2판교 테크노밸리 일대를 주행하는 모습

원격 운전 카셰어링 시범 서비스에 투입된 기아 PV5가 제2판교 테크노밸리 일대를 주행하고 있다

기아가 운전자가 타지 않은 차량을 외부에서 조종해 이용자에게 보내 주는 카셰어링 실증에 착수했다. 국내에서 원격 운전 기술을 실제 서비스 형태로 검증하는 첫 사례다.

기아는 15일(목)부터 경기도 판교에서 PV5를 활용한 원격 운전 카셰어링 시범 서비스를 개시하고 연말까지 운영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번 실증을 차세대 모빌리티 서비스 상용화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전용 앱으로 부르면 차량이 스스로 찾아온다

원격 운전은 외부 관제센터에서 4G·5G 무선 통신망을 활용해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은 차량을 원격으로 운행하고 제어하는 기술이다. 차량에 탑재된 카메라와 센서가 주변 상황을 관제센터로 전송하면 원격 운전 담당자가 영상을 보며 조향과 가감속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기존 통신망과 일반 차량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이 기술의 핵심 강점이다. 차량 한 대마다 고가의 라이다와 연산 장치를 얹어야 하는 완전 자율주행과 비교하면 초기 투자 부담이 훨씬 가볍다. 여기에 이용자 이동 편의 향상과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 구현이 가능해 차세대 이동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서비스 흐름은 단순하다. 이용자가 전용 앱으로 차량을 예약하면 차량은 원격 운전 기술을 통해 운전자 없이 요청한 장소까지 이동한다. 이용자는 도착한 차량을 전달받아 직접 운전한 뒤 원하는 장소에 주차하고 반납하면 된다. 이후 원격 운전 담당자가 차량을 차고지로 옮긴다.

기존 카셰어링은 이용자가 지정된 거점까지 걸어가 차를 빌리고 같은 자리에 되돌려 놓아야 했다. 차량이 사람을 찾아오는 구조로 바뀌면 이 단계가 통째로 사라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업무용 차량의 보유·관리 부담을 줄이면서 차량 운영 효율과 주차 공간 활용도를 함께 끌어올릴 수 있다.

규제 샌드박스에서 사업화까지

이번 서비스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것이 아니다. 기아는 원격 운전 기술을 활용한 여러 실증 사업과 협업을 거치며 기술을 고도화하고 서비스 운영 가능성을 검증해 왔다.

출발점은 지난해 4월 취득한 국토교통부의 원격 운전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였다. 현행 도로교통법 체계에서는 운전자가 차량에 탑승하지 않은 주행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특례 없이는 일반 도로 주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같은 해 11월 기아는 쏘카, KT, 자율주행 스타트업 에스유엠(SUM)과 원격 운전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주와 화성 등에서 실증 사업을 진행했다. 당시 기아가 프로젝트 총괄을 맡고 쏘카가 카셰어링 플랫폼을, 에스유엠이 원격 솔루션 개발과 실증 차량 운영을, KT가 네트워크 구축과 망 관리를 각각 담당했다. 특히 제주에서는 국내 완성차 업계 최초로 일반 도로 원격 운전 실증 시연에 성공하며 기술 검증을 마쳤다.

이어 올해 7월에는 KT, 에스유엠과 원격 운전 기술 사업화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연내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협력해 왔다. 판교 시범 서비스는 그 협약의 결과물이다.

4개 기관이 역할을 나눠 맡았다

시범 서비스에는 기아를 비롯해 에스유엠, 모비옵스, 한국도로교통공단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다. 경기도와 KT, 유모스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경기도자동차대여사업조합 등은 협력 기관으로 사업을 지원한다.

참여 기관역할
기아PV5 차량 제공, 프로젝트 총괄
에스유엠원격 운전 솔루션 개발
모비옵스서비스 운영
한국도로교통공단법규 검토 등 지원

컨소시엄은 제2판교 테크노밸리 입주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기아의 중형 PBV PV5 패신저 모델을 기반으로 한 기업 대상(B2B) 원격 운전 카셰어링 시범 서비스를 약 3개월간 운영한다.

통신망을 삼중으로 깔았다

원격 운전에서 가장 민감한 변수는 통신이다. 관제센터와 차량 사이의 연결이 끊기는 순간 차량은 제어권을 잃는다. 컨소시엄은 통신 품질 저하와 통신 단절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해 삼중 통신망을 구축했다. 하나의 회선에 문제가 생겨도 나머지 경로가 제어 신호를 이어받는 구조다.

여기에 원격 운전 담당자 교육과 긴급 출동 체계를 포함한 다층적 안전관리 체계도 마련했다. 실증 구간이 일반 차량과 보행자가 오가는 도심 도로라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실증 무대가 된 제2판교 테크노밸리

실증 장소로 제2판교 테크노밸리가 선택된 배경에는 이 지역의 산업 밀집도가 있다. 제2판교에는 2025년 9월 기준 584개 기업이 입주해 있고 임직원 수는 약 1만5700명에 이른다. IT·모빌리티 기업 비중이 높아 신기술 수용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환경이다.

HL클레무브 같은 자율주행 솔루션 기업을 비롯해 관련 스타트업이 다수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실증 여건으로 작용한다. 경기도는 이 일대에 스마트모빌리티 실증 허브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업무용 차량 수요가 꾸준하면서 이동 반경이 비교적 짧은 업무지구 특성은 B2B 카셰어링 실증에 적합한 조건으로 꼽힌다.

PV5는 어떤 차인가

PV5는 기아가 내놓은 첫 전동화 전용 목적기반차량(PBV)이다. 2025년 국내 출시 이후 승객용 패신저와 화물용 카고로 운영되고 있다.

카고 모델은 71.2kWh 배터리를 얹은 롱레인지와 51.5kWh 배터리를 얹은 스탠다드로 나뉜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최대 377km다. 이번 실증에 투입된 패신저 모델의 주행가능거리는 358km 수준이다. 전장 4695mm의 롱 모델 기준 화물 공간은 최대 4420ℓ까지 확보된다.

실내에는 16대9 비율의 12.9인치 대화면 디스플레이가 들어갔다. 안드로이드 자동차 운영체제(AAOS) 기반 PBV 전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서드파티 앱 설치가 가능한 앱 마켓이 현대차그룹 최초로 적용됐다. 차량 소프트웨어를 외부 서비스와 연결하기 쉬운 구조여서 원격 운전 같은 서비스 결합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격은 전기차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반영할 경우 패신저가 3000만원 중후반대, 카고가 2000만원 중후반대부터 형성된다. PV5는 출시 이후 13개월 만에 글로벌 누적 판매 5만 대를 넘어섰다.

2027년 서비스 확대를 겨냥한다

컨소시엄은 시범 서비스 기간 동안 실제 이용 환경에서 원격 운전 기술의 안정성과 서비스 운영 가능성을 검증한다.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술을 지속 고도화하고 2027년에는 서비스 범위를 확대해 PV5 기반 원격 운전 서비스 상용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기아는 원격 운전 기술이 카셰어링 서비스뿐 아니라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의 이동 지원과 생활 편의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PBV와 원격 운전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지속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PBV 시장 자체가 빠르게 커질 것으로 본다. 전망치는 기관과 집계 범위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2030년 글로벌 수요가 연간 수백만 대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공통적으로 제시된다. 기아는 2030년까지 PBV 25만 대 판매를 목표로 내건 바 있다. 차량 판매에 그치지 않고 운영 서비스까지 묶어 파는 사업 모델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이번 실증의 배경에 깔려 있다.

기업 소개

기아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완성차 기업으로 코스피에 상장돼 있다. 종목코드는 000270이다. 2026년 9월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4만5705대, 해외 23만5457대, 특수 822대 등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한 28만1984대를 판매했다. 전동화 전용 PBV 라인업을 미래 성장축으로 삼아 PV5에 이어 더 기아 PV7을 독일 하노버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6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등 라인업 확장을 이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