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아 | 기자 작성일 2026년 07월 22일

킹 파이살 전문병원 겸 연구센터(KFSH)가 6세 아동을 대상으로 세계 최초의 단일 포트 로봇 간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간 일부를 내어놓기로 한 한 아버지의 결단이 세계 의학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자리한 킹 파이살 전문병원 겸 연구센터(King Faisal Specialist Hospital and Research Centre, KFSH)는 단일 포트 로봇 시스템(single-port robotic system)을 활용한 세계 최초의 간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수술은 급성 간부전이 되풀이되던 6세 남아를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간이식은 소아 장기이식 가운데서도 가장 정교하고 난도가 높은 영역으로 꼽히는데, 여기에 최소 침습 로봇수술 기술을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버지의 간 좌엽이 아들에게
이식 수술은 아이의 아버지가 자신의 간 좌엽을 기증하면서 비로소 가능해졌습니다. 오랜 시간 아들의 병마와 함께 싸워온 가족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준 선택이었습니다.
수술은 순조롭게 마무리됐고, 아이는 초기 회복 경과가 양호한 상태입니다. 이식된 간 역시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특별한 합병증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환아는 월콧-랠리슨 증후군(Wolcott-Rallison syndrome)을 앓고 있었습니다. 이 질환은 어린 나이에 당뇨병이 발병하고 급성 간부전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희귀 유전 질환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습니다. 이번 간이식은 이 질환에서 가장 심각한 합병증을 해결함으로써, 아이가 한층 안정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 감내해온 의료적·정서적 부담도 크게 덜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환아는 앞으로도 기저 유전 질환과 이에 따른 당뇨병에 대해 지속적인 진료와 관찰을 받게 됩니다.
월콧-랠리슨 증후군이란
월콧-랠리슨 증후군은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되는 다기관 질환으로, EIF2AK3 유전자의 변이가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생아기 또는 영유아기에 발병하는 영구 당뇨병이 특징이며, 여기에 다발성 골단 이형성증이 동반됩니다. 무엇보다 급성 간부전이 이 질환에서 생명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합병증으로 지목되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신속한 개입이 예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여겨집니다. 이 밖에도 신장 기능 이상, 췌장 외분비 기능 저하, 갑상선 기능 저하, 호중구 감소 등이 환자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단일 절개로 완성한 정밀 수술
단일 포트 로봇 시스템은 하나의 작은 절개 부위를 통해 정밀 수술 기구와 고해상도 3차원(3D) 카메라를 삽입하는 방식입니다. 여러 곳을 절개해야 하는 기존 다중 포트 로봇수술과는 근본적으로 접근이 다릅니다.
의료진은 이 하나의 포트만으로 어린아이의 작은 체내에서 간이식 수술의 가장 정교한 단계를 수행했습니다. 특히 혈관과 담관을 극도로 세밀하게 다뤄야 하는 좁은 수술 공간에서도 안정적으로 수술을 이어갔습니다. 이러한 최소 침습 방식은 수술 부담과 통증을 줄이는 동시에 회복 기간과 입원 기간까지 단축하는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KFSH가 앞서 시행한 생체 공여자 대상 단일 포트 로봇 간 절제술에서는 3.5cm를 넘지 않는 단일 절개만으로 수술이 이뤄졌으며, 6명의 기증자 모두 출혈이 최소화되고 별다른 합병증 없이 2~3일 만에 퇴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소아 간이식 역시 그 연장선에서 최소 침습 기술의 완성도를 다시 한번 입증한 사례로 평가됩니다.
집도의가 강조한 성공의 조건
KFSH 장기이식센터 오브 엑설런스(Organ Transplant Center of Excellence) 총괄 책임자이자 이번 수술을 집도한 디터 브로링(Dieter Broering) 교수는 “이 같은 수술의 성공은 첨단 기술의 보유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환자를 신중하게 선정하고, 치밀한 수술 계획을 수립하며, 이식 전 과정에 숙련된 의료진이 함께해야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수술 혁신의 진정한 가치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유지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2023년 세계 최초 로봇 간이식의 연장선
이번 성과는 KFSH가 2023년 세계 최초의 완전 로봇 간이식 수술을 성공시키며 개척한 혁신의 흐름 위에 놓여 있습니다. 이후 KFSH는 현재까지 165건의 로봇 간이식 수술과 1700건 이상의 로봇 생체 간 공여 절제술을 시행하며, 이를 하나의 통합 진료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렇게 축적된 경험은 KFSH가 세계 최초라는 성과를 단발성 기록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환자와 가족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첨단 임상 프로그램으로 키워낼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나아가 고난도 장기이식 분야에서 로봇수술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의료 혁신과 의료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기관 소개
킹 파이살 전문병원 겸 연구센터는 2026년 세계 250대 대학병원 평가에서 중동·아프리카 지역 1위, 세계 12위에 선정됐습니다. 또한 브랜드 파이낸스(Brand Finance)가 발표한 2026년 사우디아라비아 및 중동 지역 최고 가치 의료 브랜드로 인정받았습니다. 이와 함께 뉴스위크(Newsweek)가 선정한 2026년 세계 최고 병원(World’s Best Hospitals), 세계 최고 스마트 병원(World’s Best Smart Hospitals), 세계 최고 전문병원(World’s Best Specialized Hospitals)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며 국제적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