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현 | 기자 작성일 2026년 04월 26일
대한민국 해군의 전력화를 책임질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계획대로 올 7월에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치열한 수주 경쟁이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지면서 사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 최대 변수로 꼽힙니다. 양측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또다시 충돌하면서 연내 사업 진행이 물 건너가게 될 경우 수천억원의 사업비가 증액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맡을 사업자를 이르면 7월 중 선정할 계획입니다. 통상 함정 건조사업은 개념설계 → 기본설계 →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 후속함 건조 등의 순으로 이뤄집니다. 개념설계는 2021년 당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했고, 기본설계는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따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양측이 지명경쟁과 수의계약을 놓고 엇갈린 주장을 펴면서 사업은 2년 넘게 표류해 왔습니다. 결국 경쟁 입찰로 KDDX 상세 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맡을 사업자를 선정하기로 결론이 내려졌지만, 기본설계를 맡았던 HD현대중공업이 제동을 걸었습니다. 자사의 영업기밀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사업 제안요청서(RFP)를 경쟁사에 공개해서는 안 된다며 가처분 신청을 낸 것입니다. RFP는 본 입찰 전에 기술·가격·개념 설계를 담아 제출하는 사전 제안서입니다.
하지만 방사청은 이미 사업이 상당히 지연된 만큼 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이지만 예정대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가처분의 쟁점인 구축함 건조 원가나 장비 사양, 단가 정보 등을 어떻게 판단할지가 핵심인데, 차후 단계인 상세설계에는 각 기업들이 취사선택을 하고 새롭게 업데이트를 해야 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에 사업자 선정을 해도 추가 불씨가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이 군사기밀유출로 보안감점을 받았던 사안이 최종 입찰 과정에도 감점으로 반영될지 여부에 따라 양측이 이의를 제기해 사업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만약 올해도 KDDX 사업자 선정이 무산되면 사업비 증액은 불가피합니다. 최초 KDDX 선도함 건조 사업비는 6500억원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9000억원 안팎으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에는 1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KDDX 사업은 국가 예산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내년 회계연도에 포함할 경우 상당한 지연이 예상된다”며 “실제 건조 비용은 2000억~3000억원가량 더 증가할 수도 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을 감안하면 저마진 사업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갈등이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고 현재 캐나다가 추진 중인 최대 60조원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KDDX 갈등이 캐나다 잠수함 수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지만, 해외 사업은 단순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 단위 협력을 기반으로 한 신뢰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내부 분열은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