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슬 | 기자 작성일 2026년 05월 02일

‘Next Square 2026 | K뷰티 브랜드 런칭·글로벌 진출 컨퍼런스’ 현장. 행사장에는 브랜드사, 제조사, 투자사, 크리에이터, 예비 창업자 등 약 400명이 참석해 글로벌 전략 논의를 이어갔다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한 번 본격적인 성장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 가운데, 산업의 다음 성패는 ‘제품’이 아니라 ‘운영 구조’에서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제시됐습니다. K컬처 확산을 등에 업고 스킨케어 중심의 한국 브랜드들이 북미·동남아·인도 등으로 빠르게 영토를 넓히고 있으며, 특히 틱톡샵과 아마존 등 디지털 유통 채널 기반의 콘텐츠 커머스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업계에서는 이제 단일 히어로 제품에 의존하는 시대가 저물고, 데이터 기반 기획과 콘텐츠, 유통 전략이 결합된 ‘운영형 브랜드’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팩토스퀘어, ‘Next Square 2026’ 컨퍼런스 개최
이러한 흐름 속에서 K뷰티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 전략과 산업 밸류체인 혁신을 종합적으로 짚어보는 대규모 컨퍼런스가 열렸습니다. 팩토스퀘어는 지난 4월 30일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Next Square 2026 | K뷰티 브랜드 런칭·글로벌 진출 컨퍼런스’를 개최했습니다.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약 6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됐으며, 브랜드사·제조사·유통사·투자사·크리에이터·예비 창업자 등 약 400명이 참석해 행사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글로벌 확장 전략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면서 행사장 안팎에서 열기가 식지 않았다는 후문입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주최사인 팩토스퀘어를 비롯해 올리브영, 미미박스, 블리몽키즈, 폰드그룹,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등 K뷰티 밸류체인 핵심 플레이어들이 연사로 참여해 브랜드 기획·제조·글로벌 유통·투자·콘텐츠 마케팅 전략 등 K뷰티의 다음 성장 방향을 공유했습니다.
“경쟁력은 제품이 아닌 구조에 있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것은 행사를 주관한 팩토스퀘어의 홍일호 대표였습니다. 홍 대표는 K뷰티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한국의 제조 인프라와 비용 효율성을 꼽았습니다.
그는 “미국 현지 제조와 비교했을 때 한국 생산은 물류비를 포함해도 단가 경쟁력이 있다”며 “다만 브랜드, 제조, 유통, 투자 등 각 분야 플레이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와 정보 비대칭 해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홍 대표는 AI 기반 화장품 기획·제조·인증·물류 솔루션을 제공하는 팩토스퀘어의 서비스를 소개했습니다. 유튜브, 틱톡, 아마존, 예스스타일 등의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해 제품 기획과 개발 의뢰서를 자동화하고, 180여 개 파트너 공장과 연계해 생산 라인을 설계하는 구조입니다. 홍 대표는 “제품 기획부터 생산, 수출 인증, 물류, 유통 채널 입점까지 3개월 안에 모두 마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초니치 전략과 ‘판’ 설계의 중요성
김광일 폰드그룹 화장품사업본부 대표는 브랜드 초기 단계에서 ‘사람’과 ‘판’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브랜드를 먼저 만들어 놓고 판매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유통할 수 있는 판을 먼저 설계해야 한다”며 “많은 사람에게 60점을 받는 제품보다, 10명에게 100점을 받는 제품이 강한 브랜드를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중성보다 특정 페르소나와 사용 상황을 정확히 겨냥하는 ‘초니치 전략’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풀이됩니다.
인도·미국까지… 글로벌 시장 진출 사례 공유
해외 시장 사례 발표도 풍성하게 이어졌습니다. 유승환 블리몽키즈 대표는 인도 시장을 중심으로 K뷰티의 확장 가능성을 설명하며 “평균 연령이 낮고 K컬처 영향력이 확산되면서 소비 기반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동시에 위생허가, 라벨링, 원산지 증명, 가격 정책 등 진출 준비 단계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했습니다.
투자 관점에서는 ‘지속 가능한 구조’가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습니다.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측은 “투자자는 단순 매출보다 재구매율, SKU 구조, 채널 다변화, 공헌이익률,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본다”며 “뷰티 브랜드는 감이 아니라 오퍼레이션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올리브영 “LA 파사데나 매장으로 글로벌 진출 지원”
유통과 채널 전략 영역에서도 변화의 폭이 컸습니다. 올리브영은 글로벌 확장 채널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며 “미국 LA 파사데나 매장 오픈을 준비 중이며, 국내 브랜드가 크로스보더몰을 통해 150개국 고객 반응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트렌드 리포트와 월간 인덱스를 통해 협력사와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콘텐츠 설계가 좌우하는 글로벌 매출
콘텐츠 기반 성장 전략도 빠질 수 없는 화두였습니다. 미미박스의 하영석 대표는 “제품 하나가 1,000만 개 이상 판매되는 시대”라며 “핵심은 제품이 아니라 콘텐츠 설계와 노출 구조”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누니 립오일’ 사례를 통해 “초기에는 인턴 3명이 하루 100명씩 인플루언서에게 연락하며 시작했지만, 지금은 월 1만5,000개 이상의 관련 영상이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소개했습니다.
뷰티 크리에이터 스칼렛 언니 역시 “좋은 제품과 팔리는 제품은 다르다”며 “소비자가 반응할 장면이 보이는 ‘콘텐츠블한 제품’이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생산·인증·키트까지… 실무형 부대 프로그램 운영
이날 행사장 곳곳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곧바로 체감할 수 있는 실무형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됐습니다. 컨퍼런스 홀 외부에 마련된 부스에서는 화장품 생산, 수출, 인허가 관련 상담이 상시로 운영됐으며, QR 기반 웨이팅 시스템을 통해 대기 등록 후 카카오톡으로 순서를 안내하는 방식이 채택됐습니다.
당일 상담에 참여한 참가자에게는 생산 진행 시 FDA 등록, 저자극 테스트, 비건 인증 가운데 1개를 무료로 제공하는 혜택이 마련됐습니다. 현장 참가자 전원에게는 약 10만 원 상당의 ‘화장품 생산 기획 기준 KIT’가 제공됐습니다. 팩토스퀘어가 직접 연구에 참여해 제작한 이 키트는 제품 기획 단계에서 필요한 기준과 프로세스를 정리한 실무형 자료로, 현장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됐습니다.
‘운영 완성도’가 글로벌 성패를 가른다
이번 컨퍼런스는 K뷰티 산업이 단순한 제품 경쟁을 넘어, 데이터 기반 기획과 빠른 제조, 콘텐츠 마케팅, 글로벌 유통, 투자 전략이 하나의 구조로 연결되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명확히 보여줬다는 평가입니다.
연사들이 공통적으로 짚은 방향도 분명했습니다. 다음 성장은 ‘모두를 위한 제품’이 아니라, 명확한 타깃과 반복 가능한 운영 구조를 갖춘 브랜드에서 나온다는 점입니다.
홍일호 팩토스퀘어 대표는 “이번 행사에 예상보다 많은 산업 관계자와 예비 창업자들이 참여한 것을 보며, K뷰티 글로벌 확장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체감했다”며 “이제는 제품을 잘 만드는 것을 넘어, 어떻게 시장에서 작동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K뷰티의 경쟁력은 더 이상 제품 하나에 머물지 않습니다. 기획부터 콘텐츠, 유통, 리오더까지 이어지는 ‘운영의 완성도’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패를 가르는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