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테크2026. 04. 28.

중고나라, 안심결제·AI 검수 전략으로 창사 23년 만에 첫 분기 흑자 달성

by 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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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 기자 작성일 2026년 04월 28일

중고나라 최인욱 대표

최인욱 중고나라 대표. 취임 2년 만에 창사 첫 분기 흑자를 이끌어냈다.

2003년 네이버 카페로 출발한 중고나라가 창사 23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2026년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고, 결제 수수료 매출은 218% 급증하며 수익 구조의 패러다임 전환을 알렸다. 3개월 연속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이번 성과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닌, 2년에 걸친 플랫폼 체질 개선의 결과물이다.

23년 만의 첫 분기 흑자, 무엇이 바뀌었나

누적 회원 2,900만 명, 월간 이용자 1,100만 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는 오랜 시간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플랫폼의 기반이 네이버 카페에 있다 보니, 결제 시스템 도입도 본인인증 의무화도 자체적으로 할 수 없었다. 이용자들은 게시글을 보고 전화로 연락한 뒤 계좌이체로 거래를 마쳤고, 중고나라는 트래픽에 붙는 광고비 외에는 매출로 연결되는 접점이 없었다.

이러한 구조를 뒤집은 것이 2023년 합류해 이듬해 4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최인욱 대표다. 최 대표는 이벤트 서비스 기업 캔고루 창업, 전자계약 서비스 모두싸인 마케팅 총괄, 인터파크 플랫폼기획팀 리더, 블록체인 개발사 루트원소프트 CMO 등 다양한 이력을 바탕으로 중고나라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이끌었다.

핵심 전환점: 안심결제 전면 의무화

가장 결정적인 변화는 지난해 하반기 단행된 안심결제(에스크로) 전면 의무화다. 기존에는 계좌이체·직거래·안심결제 가운데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었지만, 이를 안심결제 하나로 통일했다. 카페에서의 상품 등록도 막았다. 앱에서 등록한 상품만 카페에 연동되도록 파이프라인을 단일화한 것이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앱 내 안심결제 이용이 빠르게 늘며 거래 금액이 3~4배 증가했다. 광고 매출은 다소 줄었지만, 결제 수수료 매출이 218% 급증하며 그 자리를 채웠고, 수익 구조가 새롭게 짜였다. 1분기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도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증가했으며, 광고주 수는 49%, 광고 매출은 77% 늘었다.

안심보상제 도입…플랫폼이 사기 피해를 직접 보상

지난해 7월 도입된 안심보상제는 중고나라 전환의 상징이다. 본인인증과 안심결제를 거친 거래에서 피해가 발생하면 플랫폼이 최대 100만 원까지 직접 보상하는 정책이다. 에스크로 수준의 안전결제는 경쟁 플랫폼에도 있지만, 피해 발생 시 직접 보상까지 약속하는 곳은 중고나라가 유일하다.

이 제도를 도입한 뒤 거래 수수료 매출과 거래액이 모두 늘었고, 사기 신고 건수는 대폭 줄었다. 최인욱 대표는 "에어비앤비가 낯선 사람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서비스를 190여 개국, 연간 5억 건의 예약으로 키운 것처럼, 신뢰 시스템이 시장 자체를 키운다"며 "중고나라가 카페 거래를 막고 앱과 안심결제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사전 방지 기술: FDS + AI 셀프 검수

보상 제도가 사후적 안전장치라면, 사전 방지 기술도 병행되고 있다.

중고나라는 자체 FDS(이상거래탐지시스템)를 운영해 사기꾼의 전화번호·이메일·카카오톡 아이디를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하고 실시간 탐지한다. 채팅 대화에서 안심결제를 우회하려는 의도를 분석하고 차단하는 기능도 포함된다.

또 하나의 차별화 기술이 AI 셀프 검수다. AI가 상품 사진에서 파손 여부와 특이점을 광학적으로 판독하면, 판매자가 그 결과를 확인해 상품 상태를 직접 공개하는 방식이다. 외부 심사가 아닌 판매자 본인이 '시험을 보고 셀프 채점'하는 구조인데, 이를 도입한 이후 구매 전환율이 2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스마트폰·노트북 등 항목이 정형화된 카테고리에 우선 적용 중이며, 향후 자전거·오디오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국내 중고거래 시장과 경쟁 구도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2025년 기준 43~45조 원 규모로, B2C 이커머스(약 200조 원)의 20%에 달한다. 국내 C2C 플랫폼은 당근, 중고나라, 번개장터가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용 경험률로는 당근이 90%로 압도적 1위이며, 중고나라와 번개장터는 20%대에서 경쟁 중이다. 그러나 거래 단가에서는 중고나라가 차별화된다. 30~40대 남성 이용자 비중이 높고 오디오·카메라·IT 기기·스포츠 용품 등 고단가 품목이 주로 거래되며, 평균 결제 금액은 경쟁사 대비 3~6배 높다는 것이 중고나라 측 설명이다.

번개장터도 지난해 8월부터 모든 거래에 '번개페이' 안전결제를 의무화하며 수수료(3.5%) 기반의 결제 구조를 구축했고, 당근은 지역 기반 광고 수익으로 지난해 영업이익 173억 원의 창업 첫 흑자를 달성했다. 중고나라도 이번 분기 흑자를 발판 삼아 연간 흑자 전환을 올해 목표로 제시했다.

'자산 유동화 플랫폼'으로 정체성 재정의

중고나라는 이번 성과를 계기로 '리커머스 플랫폼'이라는 기존 정체성을 내려놓고 '자산 유동화 플랫폼'이라는 새 방향을 선언했다. 현재는 오디오·스마트폰·가전 등 실물 위주이지만, 향후 기업의 유휴자산 거래, 디지털 자산, 부동산, 권리, 전문 지식 같은 무형 자산으로도 품목을 확장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사람들이 이제는 살 때 팔 걸 생각하고 삽니다. 잘 팔리는 모델을 사는 게 낫지 않느냐는 식이죠. 소비 패턴이 바뀌면서 단가가 올라가고, 자연스럽게 재테크를 위한 중고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중고나라의 가치는 중고나라에서 취급하는 자산만큼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에는 기존 투자사 유진자산운용이 중고나라의 새 방향성에 공감해 추가 투자를 집행했다. 이번 투자로 확보된 재무 여력은 거래 편의성·안전성 기술 투자와 고부가가치 카테고리 신규 서비스 확장에 투입된다.

중고나라 소개

중고나라는 2003년 네이버 카페로 출발한 국내 최대 규모의 개인 간(C2C)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현재 누적 회원 2,900만 명, 월간 이용자 1,100만 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4년 독립 앱으로 전환한 이후 안심결제 의무화, 안심보상제, AI 셀프 검수 등 신뢰 기술을 잇달아 도입하며 플랫폼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