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훈 | 기자 작성일 2026년 03월 27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반도체 생산 공정에 필수적인 헬륨 가스 공급 차질이 예상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헬륨 운송에 사용되는 특수 컨테이너 약 200개가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상태다. 미국과 이란이 평화 협상 중인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더라도 특수 컨테이너에 헬륨을 재충전해 고객에게 운송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린다는 진단이다.
이란이 카타르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을 공격해 헬륨 생산라인이 손상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달 카타르의 헬륨 생산이 중단되면서 전 세계 헬륨 공급량의 3분의 1이 급감했으며, 카타르 헬륨 생산 시설의 완전 복구에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천연가스의 부산물인 헬륨은 웨이퍼 냉각과 검사, 누출 감지, 정밀 가공 등 반도체 핵심 공정 전반에 사용되는 필수 재료다. 미국·카타르·러시아 등이 주요 생산국이며, 액체 상태로 유지하려면 액체 질소로 단열 처리한 특수 컨테이너와 선박이 필요하고 운송 과정에서도 정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카타르에서 헬륨을 수입하던 국가들은 대체 공급처를 모색하고 있으나 단기간 내 수급 불균형 해소는 쉽지 않다.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고순도 헬륨은 공급처를 변경할 경우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헬륨 수입의 약 65%를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어 이번 전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NYT는 분석했다. 헬륨 부족 사태가 현실화되면 자금력이 풍부한 반도체 기업들이 헬륨을 높은 가격에 확보하면서 제약 및 의료 등 다른 산업의 수급 차질도 심각해질 수 있다.
헬륨산업 컨설팅업체 개리슨 벤처스의 리처드 브룩 최고경영자(CEO)는 "헬륨은 한 달 반 치 정도만 재고로 보유할 수 있다"며 "그 이상이 지나면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공장을 멈추면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반도체 기업들은 헬륨 확보를 위해 얼마든 지불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NYT는 "TSMC와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가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수요를 맞추기 위해 경쟁하는 가운데, 이들 기업의 성공 여부는 충분한 헬륨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달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