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진 | 기자 작성일 2026년 07월 03일
현대자동차그룹이 그룹의 발상지인 영남권을 미래 첨단산업의 글로벌 거점으로 키우기 위한 대규모 청사진을 내놓았습니다. 자율주행 레벨4 이상의 AI DV(AI Defined Vehicle, AI 기반 자율주행차) 전환을 비롯해 미래 핵심 부품 클러스터, AI 기반 제조 혁신, 미래 항공·우주, 에너지 인프라에 이르는 폭넓은 영역을 아우르며, 올해부터 향후 10년간 이 지역에 42조원을 투입한다는 구상입니다.
진주 국민보고회에서 42조원 투자 청사진 제시
현대차그룹은 7월 3일 경남 진주에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이 같은 투자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룹은 재정경제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부, 기획예산처 등 정부 부처와 부산광역시, 대구광역시, 울산광역시, 경상북도, 경상남도 등 지자체와 함께 '영남권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투입 규모인 42조원은 단발성 사업이 아니라 10년에 걸친 장기 로드맵으로 설계됐습니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국내에 총 125조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이미 추진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영남권 첨단산업 전환에 배분하는 셈입니다. 이번 국민보고회는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진행됐으며,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주요 그룹들이 피지컬 AI, 우주항공 등 미래 산업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는 자리로 마련됐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영남권에 △AI 제조 허브 구축 △미래 핵심 부품 클러스터 구축 △Manufacturing AI(제조 특화 AI) 기반 제조 혁신 △미래 항공·우주 △지속가능한 에너지 인프라 구축 등 첨단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근원적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통해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미래 기술 기업으로의 전환을 한층 앞당기겠다는 것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새만금 프로젝트와 더불어 Manufacturing AI, 항공·우주 산업, 에너지 인프라 등의 첨단산업 생태계를 함께 조성함으로써, 지역 균형 발전과 일자리 창출 등 국가 경제 활력 제고에도 기여하겠다는 방침도 내놨습니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모태인 영남권에 AI 기반 첨단 자율주행 모빌리티 및 핵심 부품 제조뿐 아니라 신사업 분야 등 투자를 통해 미래 첨단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고,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울산공장, AI DV 제조 허브로 대전환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대 단일 완성차 공장인 현대차 울산공장을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 기지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올해 4분기 가동을 앞둔 울산 EV 공장을 포함해 최첨단 자동화 및 통합 생산체계를 갖춘 AI 제조 허브를 구축한다는 계획입니다.
여기서 핵심 개념으로 등장하는 AI DV는 AI가 차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차량을 의미합니다. AI 기술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현대차그룹은 로보택시 수준에 해당하는 자율주행 레벨4 이상까지 AI DV 기술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수소·청정에너지 생산기지로 진화하는 울산
울산에 자리한 수소연료전지공장은 수소 모빌리티와 청정에너지 산업 확대를 뒷받침할 전략적 생산기지로 건설됩니다. 이곳에서 양산되는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와, 물을 전기 분해해 청정 수소를 만들어내는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기는 향후 차세대 수출 주력 상품으로 육성될 예정입니다. 이는 단순한 완성차 생산을 넘어, 에너지 밸류체인 자체를 그룹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울산·대구·창원 잇는 미래 부품 클러스터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시대의 밸류체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영남권 곳곳에 미래 핵심 부품 클러스터를 조성합니다. 2030년까지 울산에는 현대모비스 배터리 시스템 조립라인이, 대구에는 현대모비스 모터·제어기 생산라인이, 경남 창원에는 현대위아의 전기차용 열관리시스템 생산라인이 각각 들어섭니다.
이렇게 지역별로 특화된 생산 거점을 촘촘히 배치함으로써, 배터리부터 구동 모터, 열관리 시스템에 이르는 전동화 핵심 부품을 영남권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구조가 완성됩니다. 부품 조달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함께 끌어올리는 효과가 기대됩니다.
Manufacturing AI가 이끄는 지능형 제조 혁신
현대차그룹은 Manufacturing 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지능형 제조 혁신에도 속도를 냅니다. 그룹이 구상하는 Manufacturing AI 기반 지능형 공장은 AI가 생산 설비, 물류, 품질 관리 등 공장 전반을 스스로 판단하고 최적화해 최적의 생산 시너지를 만들어냅니다.
대규모 제조 거점이 여럿 자리한 영남권은 첨단 제조 혁신을 실증하고 확산하기에 최적지로 평가됩니다. 현대차그룹은 오랜 기간 글로벌 제조 거점을 운영하며 축적한 양질의 데이터를 활용해 제조 특화 AI 모델을 만들고, 피지컬 AI가 산업 현장의 혁신을 주도하는 데이터의 선순환 구조(Data Flywheel)를 구축할 방침입니다.
실제로 제조와 운영 과정에서 얻는 다양한 데이터는 글로벌 AI 경쟁에서 기업 단위의 자산을 넘어, 국가 수준의 피지컬 AI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꼽히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이 자사 데이터를 단순한 부산물이 아니라 미래 경쟁력의 원천으로 바라보는 이유입니다.
도심 항공에서 달 탐사까지, 항공·우주로 영역 확장
현대차그룹은 사업 영역을 도심 항공부터 우주 발사체, 달 탐사에 이르는 미래 항공·우주 모빌리티로 넓힙니다. 미국에 설립한 미래 항공 모빌리티 전문 법인 슈퍼널은 전동화 파워트레인 기반의 차세대 기체를 영남권에서 병행 개발해, 국내 미래 항공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기반을 다질 계획입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우주 발사체 엔진 개발은 물론, 자동차와 로봇 개발 과정에서 쌓아온 자율주행 및 AI 기술을 적용한 달 탐사 로버(Rover) 제작에도 나섭니다. 그룹이 보유한 역량을 고도화해 우주 산업 핵심 기술의 국산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모빌리티 기업에서 종합 미래 기술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현대차그룹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에너지 자립 위한 인프라 투자도 병행
미래 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평가되는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투자도 함께 이뤄집니다. 현대차그룹은 소형모듈원전(SMR)과 해상풍력, 수전해 플랜트 등 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통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이를 향후 차세대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제조 역량을 미래 산업으로, 대체 불가한 경쟁력 확보
현대차그룹은 수십 년간 축적해 온 제조 역량을 미래 첨단산업 분야로 확장함으로써 그룹의 성장 동력을 강화하고 대체 불가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지속적으로 기여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번 42조원 규모의 영남권 투자는 완성차 제조업체로 출발한 현대차그룹이 AI, 항공·우주, 에너지를 아우르는 종합 미래 기술 기업으로 변모하는 전환점이 될 전망입니다. 특히 울산, 대구, 창원, 진주 등 영남권 전역을 하나의 첨단산업 벨트로 묶어내는 구상은, 지역 경제와 국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대형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향후 실행 과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