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슬 | 기자 작성일 2026년 09월 26일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 호 추 니엔’ 전시 전경 (출처 - Photo: Steven Probert Studio)
현대자동차가 아트 파트너십 프로젝트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의 두 번째 전시를 뉴욕과 울산에서 잇따라 공개한다.
현대자동차는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 호 추 니엔(Hyundai Translocal Series: Ho Tzu Nyen)’ 展이 9월 24일(목, 현지시간)부터 2027년 1월 24일(일)까지 미국 뉴욕 뉴 뮤지엄(New Museum)에서, 10월 22일(목, 한국시간)부터 2027년 2월 21일(일)까지 울산시립미술관에서 순차적으로 개최된다고 밝혔다.
국내외 예술기관을 잇는 ‘트랜스로컬’ 실험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는 국내외 예술기관들의 상호 협력을 통해 공동 전시를 선보이는 프로젝트다. 현대자동차는 공동 연구와 신작 커미션, 전시, 연계 프로그램, 출판에 이르는 교류의 전 과정을 폭넓게 지원한다. 이를 통해 각기 다른 지역적 배경을 가진 예술기관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초지역적 주제를 함께 탐구하고,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9월 시리즈 첫 전시에 이어 선보이는 두 번째 무대로, 2025년부터 협력을 이어온 뉴 뮤지엄과 울산시립미술관의 첫 번째 협업 프로젝트다. 뉴욕과 울산을 연결하는 장소 특정적 프로젝트로 기획돼, 각 미술관과 도시가 지닌 건축적·문화적 맥락을 바탕으로 교차하는 주제 아래 서로 다른 전시 경험을 제안한다.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는 국내 공공 예술기관의 국제 교류와 협업을 지원하기 위해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아트 파트너십으로, 10년 단위의 장기 프로젝트로 운영된다. 시리즈의 출발점은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대한민국 청주)와 휘트워스 미술관(영국 맨체스터)의 협업이었고, 이후 울산시립미술관, 뉴 뮤지엄,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아부다비 음악예술재단이 새로운 협력 기관으로 합류했다.
신화와 역사를 교차시키는 작가, 호 추 니엔
뉴 뮤지엄과 울산시립미술관의 협업 전시에 첫 작가로 선정된 호 추 니엔(Ho Tzu Nyen)은 1976년 싱가포르에서 태어나 영화·비디오·사운드·멀티미디어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아시아의 근대성과 다층적인 문화적 정체성을 탐구해 왔다.
특히 동서양을 넘나드는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신화적 서사와 역사적 사실을 교차시키며, 역사와 서술 그리고 그것이 전승되는 방식에 대한 복합적이고 다각적인 관점을 제안해 왔다.
작가는 올해 열린 제16회 광주비엔날레의 예술감독을 맡으며 국내 미술계에서도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예술의 변화시키는 힘’에 초점을 맞춘 그의 제안을 선정 이유로 들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고대 아폴로의 토르소’ 마지막 구절에서 가져온 ‘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You Must Change Your Life)’를 주제로 내세운 이번 비엔날레는 20개국 45명 작가가 참여하는 압축적인 구성으로 치러졌다.
뉴욕 – 엘리베이터 스크린에서 작동하는 ‘힘’
뉴 뮤지엄에서는 미술관 신관의 유리 엘리베이터 스크린에 설치돼 미술관 안과 밖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신작 ‘P for Power: Up Down’(2026)을 선보인다.
관객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면 스크린에는 실제 크기의 어린 주인공이 영상으로 등장한다. 주인공은 오늘날 다양한 형태로 작동하는 힘에 관한 질문과 수수께끼, 명상적인 문구를 건네며 관객이 힘의 다층적 의미를 새로운 시각으로 성찰하도록 이끈다.
스크린에 나타나는 영상은 인공지능 기반 알고리즘에 의해 엘리베이터 이동 버튼을 누를 때마다 이동 시간에 맞춰 정교하고 새롭게 구성된다. 이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작품의 특성은 역사를 하나의 완결된 사실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다시 쓰이고 새롭게 등장하는 힘들의 충돌과 교차로 바라보는 작가의 세계관과 맞닿아 있다.
작품이 놓인 신관은 렘 콜하스와 시게마쓰 쇼헤이가 이끄는 OMA가 쿠퍼 로버트슨과 협력해 설계한 6만제곱피트 규모의 증축 건물로, 올해 3월 21일 문을 열었다. 확장 개관을 통해 전시 면적은 기존의 두 배로 늘어났고, 엘리베이터 3대와 아트리움 계단, 진입 광장이 새로 더해졌다.
울산 – 24대 프로젝터가 구현하는 몰입형 설치
울산시립미술관 미디어 아트 전용관 XR랩에서는 10월 22일(목)부터 또 하나의 신작 ‘P for Power: Double Life of P’(2026)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XR랩의 24대 프로젝터와 입체적인 사운드 시스템을 활용한 다채널 몰입형 설치로 구현된다. 울산에서 수집된 산업과 기술, 물질과 사운드의 데이터가 작품 데이터베이스를 구성하는 요소로 활용될 예정이다.
XR랩은 울산시립미술관 지하 1층에 자리한 304㎡ 규모의 미디어아트 전용 전시장이다. 24대의 프로젝션으로 전시장 벽면과 바닥 전체를 화면으로 쓰는 구조여서, 산업도시 울산에서 채집한 데이터를 감각적으로 풀어내기에 적합한 공간으로 꼽힌다.
작가는 뉴욕과 울산을 잇는 전시를 통해 힘을 정치와 기술의 영역에서만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과 변화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이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대상으로 조명할 계획이다.
2028년까지 이어지는 공동 기획전
이번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 호 추 니엔’ 전시는 뉴 뮤지엄의 마시밀리아노 지오니(Massimiliano Gioni) 관장, 게리 카리온 무라야리(Gary Carrion-Murayari) 수석 큐레이터, 김태이(Taeyi Kim) 큐레토리얼 펠로우와 울산시립미술관의 임창섭 관장, 권경아 큐레이터가 공동 기획했다.
뉴 뮤지엄 마시밀리아노 지오니 관장과 울산시립미술관 임창섭 관장은 “두 미술관과 도시의 맥락 속에서 힘의 의미를 탐색하는 호 추 니엔의 신작 커미션을 통해 양 기관이 협업을 시작하게 되어 매우 뜻깊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두 도시를 연결하는 이번 전시가 뉴욕과 울산의 초지역적 관계성과 동시대의 서사를 둘러싼 다양한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 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두 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2028년까지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중심으로 매년 한 차례씩, 총 세 차례의 공동 기획전을 선보인다. 뉴욕과 울산의 환경 및 문화적 맥락을 바탕으로 예술과 기술, 도시와 인간, 지역성과 세계성이 만나는 동시대적 의제를 함께 탐구할 예정이다.
미술관 소개
뉴 뮤지엄
미국 뉴욕에서 동시대 미술에 특화된 미술관으로 자리해 온 뉴 뮤지엄(New Museum)은 1977년 설립돼 전 세계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을 중심으로 하는 전시, 연구, 아카이브를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기능해 왔다. 허드슨가의 작은 공간에서 출발해 2007년 SANAA가 설계한 본관 개관을 거쳐 2026년 OMA가 설계한 신관 확장에 이르기까지, 뉴 뮤지엄은 실험의 공간이자 새로운 미술과 아이디어가 교차하는 중심지로서 그 역할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울산시립미술관
울산시립미술관은 2022년 1월 개관한 울산 최초의 공립 미술관이다.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미래형 미술관을 지향하며,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예술 담론이 공유되는 열린 소통의 장을 표방한다. 개관 이후 회화·조각·뉴미디어·설치 등 매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시를 선보여 왔으며, 인공지능, 생태, 기술, 이주와 같은 동시대의 주요 의제를 깊이 있게 탐구해 왔다. 동시대 미술의 실험 정신을 담은 미디어 아트 전용관 XR Lab, 국내외 미술 전문 서적과 시각 자료를 제공하는 도서자료실, 학술 행사와 다원예술 프로젝트가 열리는 다목적홀 등 다각적인 예술 환경을 통해 관객에게 입체적이고 심미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작가 소개
호 추 니엔(Ho Tzu Nyen, 1976년 싱가포르 출생)은 영화·비디오·사운드·멀티미디어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아시아의 근대성과 신화, 기억과 권력이 어떻게 서사를 통해 구축되고 이미지로 유통되는지를 탐구해 왔다. 그의 작업은 역사를 하나의 완결된 사실로 제시하기보다 끊임없이 다시 쓰이고 새롭게 등장하는 힘들의 충돌과 교차로 드러낸다. 관객은 그의 작업 앞에서 단지 한 편의 이야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질서와 그 질서가 우리 감각 속에 스며드는 방식을 마주하게 된다.
2025년 프랑스 아를 루마 아를(LUMA Arles), 룩셈부르크 현대 미술관(Musée d'art moderne Grand-Duc Jean), 2024년 미국 뉴욕 바드 칼리지 헤셀 뮤지엄(Hessel Museum of Art), 일본 도쿄도 현대 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Tokyo), 2023년 싱가포르 아트 뮤지엄(Singapore Art Museum), 2022년 미국 LA 해머 미술관(Hammer Museum)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다수의 그룹 전시에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미국 뉴욕 및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 홍콩 M+ 미술관(M+ Museum of Contemporary Art), 서울 국립현대미술관(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일본 도쿄 모리 미술관(Mori Art Museum) 등 전 세계에 소장되어 있으며, 2026년 제16회 광주비엔날레(16th Gwangju Biennale)의 예술감독을 맡았다.
기업 소개
현대자동차는 미술관·비엔날레와의 장기 파트너십을 통해 예술과 기술이 만나는 지점을 후원해 온 기업으로 꼽힌다.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MMCA)과 함께 ‘MMCA 현대차 시리즈’를 시작해 국내 기업 후원의 대표 사례로 평가받았고, 2015년부터는 미국 LA 카운티 미술관(LACMA)과 협력해 전시 후원과 ‘아트 + 테크놀로지 랩’ 지원을 이어 왔다. LACMA와의 파트너십은 2037년까지 연장됐다.
영국에서는 테이트 미술관과 손잡고 터바인 홀 신작 프로젝트인 ‘현대 커미션’을 후원하고 있으며, 2019년 설립된 ‘현대 테이트 리서치 센터: 트랜스내셔널’을 통해 전 지구적 관점의 미술사 연구와 학술 행사도 지원한다.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는 이러한 흐름 위에서 국내 공공 미술관의 국제 협업 자체를 지원 대상으로 삼은 프로젝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