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우 | 기자 2026년 04월 29일

성 김 현대차그룹 전략기획담당 사장이 SOAS CSST 연구 성과 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영국 런던대학교 SOAS 산하 '지속가능한 구조 전환 연구소(Centre for Sustainable Structural Transformation, 이하 CSST)'와 함께 아프리카 모빌리티 산업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28일 서울 양재 본사 사옥에서 열린 이번 보고회는 '아프리카 모빌리티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비즈니스 성장 잠재력'을 주제로, 지난 2년간 축적된 연구 결과를 학계·정부·기업 관계자들과 함께 점검하는 자리였다.
서울 양재에서 열린 글로벌 연구 성과 보고회
이번 행사에는 CSST 공동소장인 장하준 교수와 안토니오 안드레오니(Antonio Andreoni) 교수를 비롯해 SOAS, 맨체스터대학교,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공공기관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성 김 전략기획담당 사장과 신용석 HMG경영연구원 원장, 김동욱 전략기획실 부사장 등 핵심 임직원이 참석했다.
보고회는 단순한 학술 발표가 아니라 현대차그룹이 아프리카를 실질적인 사업 무대로 삼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자리이기도 하다. 다양한 발표 및 토론 세션을 통해 아프리카 경제의 성장 가능성과 과제를 점검했으며,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위한 중장기 협력 방안도 논의됐다.
SOAS CSST란? 장하준 교수가 이끄는 글로벌 싱크탱크
SOAS(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는 런던대학교를 구성하는 17개 단과대학 가운데 하나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 연구에 특화된 세계적 연구 기관이다. 이 중 CSST는 2024년 새롭게 설립된 연구소로, 세계적 석학인 장하준 교수의 주도 아래 운영되고 있다.
장하준 교수는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의 저서로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경제학자로, 개발도상국의 산업 정책과 경제 성장 전략 분야에서 독보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CSST는 그의 학문적 토대 위에서 아프리카의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장기적 관점의 산업 정책과 실천 과제를 연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CSST의 설립 단계부터 핵심 후원자로 함께하며, △공급망 △재생에너지 △광물자원 △인프라 개발이라는 4대 분야 연구를 지원해왔다. 이는 단순한 학술 지원을 넘어, 모빌리티·에너지·자원·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프리카 신사업 기회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의 성격을 띠고 있다.
보고회 핵심 주제: 에너지 전환부터 산업정책까지
이번 보고회에서는 아프리카 산업 구조 전환의 핵심 이슈 5가지가 폭넓게 다뤄졌다.
- 에너지 전환 및 그린수소: 아프리카 대륙이 보유한 풍부한 태양광·수력 자원을 바탕으로 한 재생에너지 전환 가능성과 그린수소 생산 잠재력 분석
- 핵심 광물과 인프라 개발: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코발트·망간 등 광물 자원의 아프리카 집중도와 이를 활용한 산업 생태계 구축 방안
- 글로벌 공급망 재편: 미·중 갈등과 공급망 다변화 흐름 속에서 아프리카가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 부상하는 배경과 현실적 조건
- 아프리카 비즈니스 모델: 다양한 국가·문화·규제 환경이 공존하는 아프리카 대륙에 맞는 맞춤형 사업 모델 수립 방법론
- 산업정책 및 개발금융: 아프리카 각국 정부의 산업화 정책 방향과 국제개발금융기관(DFI)의 역할, 민간 자본 유치 전략
"다음 무대는 아프리카" — 성 김 사장의 발언
보고회에서 성 김 사장은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지속가능 성장의 다음 무대가 글로벌 사우스, 특히 아프리카에 있다고 보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단순한 학술 성과를 넘어, 현대차그룹이 아프리카와 장기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나가기 위한 실질적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산업화 경험을 언급하며 "도전 속에서 성장해 온 한국의 경험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각자의 발전 경로를 설계하는 데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1960~70년대 정부 주도 산업화를 통해 고도성장을 이룬 한국의 경험이 아프리카 개발 모델의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장하준 교수가 제안한 '생산적 연합' 개념
장하준 교수는 이날 보고회에서 '생산적 연합(Productive Coalition)' 개념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구조적 전환(Sustainable Structural Transformation)'의 핵심은 정부 정책과 기업 전략을 사회·환경적 목표와 함께 조율하는 것"이라며 "아프리카의 구조적 전환은 특정 산업이나 단일 주체만으로 달성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안하는 생산적 연합이란, 정부·기업·공공기관·지역사회가 공동의 비전 아래 상호 책임을 공유하며 협력하는 방식을 뜻한다. 이는 단순히 외국 자본이 아프리카로 진출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현지 산업 생태계와 함께 성장하는 구조적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접근이다.
아프리카 자동차 시장의 잠재력
아프리카는 현재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지만, 성장 잠재력 측면에서는 주목받는 시장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인구는 2050년 약 25억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급속한 도시화와 중산층 확대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전기차 전환의 핵심 원료인 코발트(세계 매장량의 약 50%)와 망간, 리튬 등이 아프리카에 집중돼 있어, 배터리 공급망 구축 측면에서도 전략적 가치가 높다.
현대차그룹이 단순 완성차 판매를 넘어 에너지·인프라·자원 분야까지 아우르는 복합적 접근을 택한 배경에는 이 같은 아프리카의 구조적 성장 여건이 자리하고 있다.
중장기 협력 지속 계획
현대차그룹은 이번 보고회를 계기로 국내외 기관들과 아프리카 모빌리티 산업과 연계한 중장기 연구 및 협력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아프리카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모빌리티, 에너지, 자원, 건설 등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신규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과 SOAS CSST의 협력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아직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은 아프리카 시장에 대한 선점 효과를 노리는 동시에, 학술적 깊이를 바탕으로 한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축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