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우 | 기자 작성일 2026년 10월 16일

의료용 보행 재활 소프트 엑소슈트 ‘에이치메디(H-Medi)’
소프트 웨어러블 로봇 전문기업 휴로틱스(대표 이기욱)가 25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라운드로 휴로틱스의 누적 투자 유치액은 335억원을 넘어섰다.
기존 투자사 대부분 후속 참여, 네이버·롯데·대웅 신규 합류
이번 라운드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리드했다. 스톤브릿지벤처스와 미래에셋벤처투자, 아주IB투자, 원익투자파트너스, 두산인베스트먼트 등 기존 주요 투자사 대부분이 후속 투자에 참여해 회사의 성장성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신규 투자자로는 중소기업은행과 함께 대웅, 네이버, 롯데 등 헬스케어·IT·유통 분야를 대표하는 전략적 투자자(SI)가 합류했다.
초기 라운드에 들어온 재무적 투자자가 후속 라운드에서 대부분 재참여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기존 주주 대부분이 다시 지갑을 열었다는 점은 상용화 이후의 실적 지표가 당초 기대를 충족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주요 SI 파트너들의 합류는 휴로틱스가 의료용 재활 기기를 넘어 일상 보행 보조로 영역을 넓히고 ‘착용형 피지컬 AI(Physical AI) 데이터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는 사업 확장성을 인정받은 결과다. 헬스케어 유통망을 가진 대웅, AI 기술 역량을 보유한 네이버, 대규모 소비자 접점을 확보한 롯데가 각각 다른 축에서 사업을 거드는 구조다. 휴로틱스는 이들과 긴밀히 협력해 병원 공급망·유통망 확대와 해외 시장 진출, 데이터·소프트웨어 플랫폼 고도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하버드 Wyss 연구소에서 출발한 의복형 로봇
2022년 7월 중앙대학교 기계공학부 이기욱 교수가 창업한 휴로틱스는 하버드대학교 Wyss 연구소의 의복형 웨어러블 로봇 연구를 기반으로 한다. 이 대표는 Wyss 연구소 재직 시절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워리어 웹(Warrior Web)’ 프로젝트에 참여해 의복형 웨어러블 로봇 연구를 주도한 이력이 있다. 군용 병사의 보행 효율을 높이기 위해 시작된 이 프로젝트의 핵심 아이디어가 현재 재활 의료 영역으로 옮겨온 셈이다.
주력 제품인 ‘에이치메디(H-Medi)’는 식품의약품안전처 2등급 조합의료기기 인증을 획득한 의료용 보행 재활 소프트 엑소슈트다. 근육 수축 원리를 모사한 케이블·텐던 구동 기술을 적용해 강성 프레임 없이 일상복처럼 가볍게 착용할 수 있다. 내장된 센서가 보행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착용자가 스스로 근육을 사용하며 걸을 수 있도록 최적의 보조력을 제공한다.
딱딱한 외골격과 다른 접근
기존 재활 로봇 시장의 주류는 금속 프레임으로 하지를 고정하는 강성 외골격(rigid exoskeleton) 방식이었다. 무게가 수십 킬로그램에 이르고 착용·탈의에 보조 인력이 필요해 병원 밖으로 나가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소프트 엑소슈트는 프레임 대신 직물과 케이블로 힘을 전달하는 방식이라 무게와 착용 부담을 크게 줄인다. 휴로틱스가 일상 보행 보조 영역까지 겨냥할 수 있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상용화 1년, 상급종합병원과 미국 대학으로
에이치메디는 2025년 9월 상용화 직후 신촌세브란스병원과 중앙대병원, 고려대병원 등 국내 주요 상급종합병원에 연이어 도입되며 임상 현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지난 6월에는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시카고캠퍼스(UIC)에 제품을 수출해 해외 시장 진출의 첫발을 뗐다. 현지에서는 뇌졸중 환자 재활 연구와 물리치료사 교육에 활용되고 있으며 현재 일본과 동남아시아로도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임상적 근거도 축적되는 중이다. 회사는 지난 8월 에이치메디가 고령자의 보행 패턴을 개선해 낙상 위험을 낮추는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무동력 기반의 수동형 소프트 엑소슈트로 무릎 부하를 7% 줄이는 기술은 재활 분야 최상위급 저널인 JNER(Journal of NeuroEngineering and Rehabilitation)에 등재됐다. 올해 2월에는 웨어러블 관성 센서 데이터와 LSTM 모델링으로 엑소슈트 보행 중 사용자 적응을 실시간 추정하는 연구가 국제 학술지 ‘바이오미메틱스(Biomimetics)’에 실렸다.
CES 무대에서도 성과가 이어졌다. 설립 3년 차인 회사는 CES 2024와 2025, 2026에서 3년 연속 혁신상을 받았다. CES 2026 혁신상을 받은 ‘H-Medi Pro’는 하루 종일 착용할 수 있는 편안함과 개인화된 보행 재활을 함께 구현한 의류형 로봇 수트로 소개됐다. 지난 6월에는 국내 최대 스타트업 행사인 넥스트라이즈 2026에서 ‘라이즈 이노베이터’로 선정됐다.
연구 인력 45%, 대기업 출신 임원진
이러한 성과를 견인하는 것은 R&D·임상·양산을 아우르는 핵심 인력이다. 전체 임직원의 약 45%가 석·박사급 연구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로이병원 대표원장인 김동수 CMO(최고의료책임자)가 임상 현장의 니즈를 제품 개발에 직접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 임원을 역임한 한승훈 CTO(최고기술책임자) 등 대기업 출신 전문가들이 합류해 하드웨어 고도화와 양산 체계 구축을 이끌고 있다.
의료기기 스타트업이 연구 단계에서 양산 단계로 넘어갈 때 가장 자주 발목이 잡히는 지점이 품질 관리와 생산 수율이다. 대기업에서 양산 경험을 쌓은 인력을 확보한 배경도 이 구간을 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투자금 용처는 해외 인허가와 에이치케어 양산
휴로틱스는 이번 투자금을 활용해 에이치메디의 해외 인허가 획득 및 글로벌 유통망 확장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의료기기는 국가별 인허가 체계가 달라 미국 FDA와 유럽 CE, 일본 PMDA 등 각 시장의 심사를 개별적으로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에 상당한 비용과 기간이 투입되는 만큼 이번 조달 자금의 상당 부분이 여기에 쓰일 전망이다.
아울러 일상 보행 보조 로봇 ‘에이치케어(H-Care)’의 개발 및 양산에도 속도를 낸다. 중장기적으로는 실시간 움직임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보행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근감소 및 낙상 위험 예측 등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결합해 하드웨어 제조사를 넘어선 ‘착용형 피지컬 AI 데이터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기욱 휴로틱스 대표는 “병원에서 시작된 움직임의 회복이 일상 속 건강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에이치메디의 글로벌 확산과 에이치케어 상용화를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고성장 예고된 웨어러블 로봇 시장
웨어러블 로봇 시장은 향후 10년간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영역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레이츠 리서치는 전 세계 외골격 웨어러블 로봇 시장이 2026년 13억6000만 달러 규모에서 2034년 69억5000만 달러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27.3% 수준이다. 조사기관별로 추정치 격차는 크지만 두 자릿수 중후반대 고성장 전망은 공통된다.
이 가운데 재활용 외골격은 2026년 시장의 38.6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로 보행 장애 인구가 늘어나는 한편 뇌졸중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재활 수요 자체가 확대되는 구조다. 국내에서도 명지성모병원이 AI 기반 웨어러블 로봇을 활용한 스마트 재활 프로그램을 본격화하는 등 의료기관의 도입 사례가 늘고 있다.
기업 소개
휴로틱스는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하는 회사다. 설립 3년 차임에도 CES 2024·2025·2026에서 3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지속적인 연구 개발과 혁신을 통해 건강 케어 분야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 첨단 로봇 기술을 활용해 신체 기능이 약화된 사람들의 보행 및 재활을 돕는 솔루션을 제공하며 주요 제품으로 병원 및 재활센터에서 사용되는 엑소슈트형 재활로봇 ‘H-메디(H-Medi)’가 있다. 기존의 딱딱한 로봇과 달리 유연하고 착용감이 좋은 의복 형태의 로봇을 통해 사용자의 움직임에 자연스럽게 대응하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