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우 | 기자 작성일 2026년 05월 06일
HS효성첨단소재가 2022년부터 지속적으로 투자해 온 미국 화학 기술 스타트업 트릴리움(Trillium Renewable Chemicals)의 바이오 기반 아크릴로니트릴(Acrylonitrile) 생산 기술이 마침내 실증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양사가 공동 추진해 온 친환경 화학 소재 사업이 연구개발 단계를 넘어 상용화 직전 단계까지 도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HS효성첨단소재는 6일 트릴리움이 추진한 13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라운드에 리드 투자자로 참여해 실증 프로젝트를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라운드에는 벨기에의 혁신 기술 전문 투자사인 카프리콘 파트너스(Capricorn Partners)도 공동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글로벌 화학·소재 기업과 유럽계 임팩트 투자사가 동시에 자금을 집행했다는 점에서 트릴리움의 기술이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아크릴로니트릴, 왜 중요한가
아크릴로니트릴은 고기능성 플라스틱과 합성고무, 합성섬유 등 실생활 전반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핵심 원료입니다. 자동차 내장재, 가전제품 외장, 의류용 합성섬유, 산업용 호스 등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제품의 출발점이 바로 이 물질입니다. HS효성첨단소재가 글로벌 시장에서 강점을 보이는 탄소섬유의 생산에도 아크릴로니트릴이 핵심 원재료로 투입됩니다.
문제는 기존 아크릴로니트릴 대부분이 석유화학 공정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원유 가격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생산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온실가스가 배출됩니다. 이 때문에 글로벌 화학·섬유 업계는 수년 전부터 바이오 기반 대체 원료 확보를 핵심 과제로 삼아 왔습니다.
트릴리움은 바이오디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폐글리세롤(Glycerol)을 출발 원료로 삼아 아크릴로니트릴을 생산하는 독자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폐기물에 가까운 부산물을 고부가가치 화학 원료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자원 순환과 탄소 저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모델로 평가받습니다. 트릴리움 측은 이를 통해 기존 석유화학 기반 제품을 직접 대체함으로써 관련 산업에 지속 가능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팔콘, 2분기 시운전 돌입
이번 투자의 직접적인 대상은 트릴리움이 추진 중인 실증 플랜트 ‘프로젝트 팔콘’입니다. 프로젝트 팔콘은 세계 최초의 글리세롤 기반 바이오 아크릴로니트릴 실증 플랜트로, 트릴리움은 지난 2월 건설을 완료한 상태입니다.
프로젝트 팔콘은 2026년 2분기 본격적인 시운전에 돌입하며, 올해 하반기 내 첫 제품 출하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시운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글리세롤에서 출발하는 바이오 아크릴로니트릴이 실험실 수준을 넘어 산업 규모로 양산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게 됩니다.
이번에 확보된 13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 B 자금은 다음과 같은 용도로 사용됩니다.
- 실증 플랜트(프로젝트 팔콘) 운영
- 지속적인 기술 혁신 투자
- 첫 상업용 대규모 플랜트의 상세 설계
특히 첫 상업용 플랜트 상세 설계에 자금이 배정됐다는 점은, 실증 단계 이후 곧바로 양산 체제로 넘어가기 위한 준비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지속가능경영의 중요한 성과”
이번 투자를 주도한 HS효성첨단소재의 이영준 전무는 “‘프로젝트 팔콘’의 완공으로 트릴리움의 바이오 아크릴로니트릴 상용화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며 “이는 HS효성첨단소재가 추진해 온 지속가능경영의 중요한 성과로 실증 플랜트 가동을 통해 바이오 원료를 기존 생산 공정에 즉시 투입하고 상업 규모로 양산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HS효성첨단소재 입장에서 이번 투자는 단순한 재무적 출자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자체 탄소섬유 생산 라인에 투입할 수 있는 친환경 원료를 미리 확보한다는 전략적 의미가 큽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와 항공·우주, 풍력 발전 분야에서 친환경 인증을 갖춘 탄소섬유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바이오 아크릴로니트릴은 향후 HS효성첨단소재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업 소개
HS효성첨단소재(코스피 종목번호 298050)는 효성그룹 계열의 첨단소재 전문 기업으로, 타이어보강재와 산업용 원사, 탄소섬유, 아라미드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탄소섬유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양산 체제를 구축한 기업 중 하나로, 수소 저장용 고압 용기와 풍력 블레이드, 항공·모빌리티 부품 등 고부가가치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베트남법인 공장에 17.5MWp 규모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구축하는 등 생산 단계에서의 친환경 전환에도 힘을 쏟고 있어, 이번 트릴리움 투자는 ‘원료 → 생산 공정 → 제품’으로 이어지는 전 주기 지속가능성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