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테크2026. 04. 15.

AI 시대 핵심 보안 기술로 부상하는 동형암호, 산업 적용 본격화

by 김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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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윤 | 기자 2026년 04월 15일

동형암호 기술 개요

동형암호 기술 개요

데이터를 암호화한 채로 연산할 수 있는 '동형암호(Homomorphic Encryption)'가 현실화되고 있다. '꿈의 기술'로 불리며 연구실에 머물렀던 동형암호는 최근 성능 개선과 구조 혁신을 계기로 산업 적용이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을 동시에 요구하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핵심 보안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풀지 않고도 계산…동형암호의 원리

동형암호의 핵심은 '암호문 상태에서 계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일반 암호는 데이터를 암호화하면 완전히 다른 값으로 바뀌어 연산 관계가 유지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복호화를 거쳐 원문을 꺼낸 뒤 연산을 수행해야 했다.

반면 동형암호는 암호화 과정에서 특정 연산의 결과가 유지되도록 설계된다. 암호문끼리 더하거나 곱하면, 이를 복호화했을 때 평문을 계산한 결과와 동일하게 나오도록 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이를 '장갑을 낀 채로 작업하는 것'에 비유한다.

예를 들어 2와 3을 각각 암호화한 뒤 더하면, 암호문 상태에서는 전혀 다른 값이 계산된다. 하지만 이를 복호화하면 결과는 5가 된다. 계산 과정에서는 원래 숫자가 드러나지 않는다. 이 구조 덕분에 서버는 데이터의 내용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계산만 수행할 수 있다.

핵심 보안 기술로 부상

데이터를 노출하지 않고도 계산이 가능해지면서 동형암호의 활용 필요성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최근 클라우드와 외부 AI 서비스 활용이 늘면서 데이터 이동이 크게 증가했고, 기존의 복호화~재암호화 방식은 처리 단계가 늘어날수록 정보 노출 위험을 키우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의료·금융 등 개인 민감정보를 다루는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주목된다. 환자 정보나 거래 데이터처럼 외부 공유가 어려운 데이터도 암호화 상태로 분석할 수 있어 데이터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

특히 여러 AI가 협업하는 '에이전트 AI' 환경에서는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동형암호를 적용하면 각 AI 시스템은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은 채 필요한 연산만 수행할 수 있다. 일부 동형암호는 양자컴퓨터 환경에서도 안전한 '양자내성암호(PQC)'로 평가돼 차세대 보안 기술로 주목된다.

속도 난제 풀기 총력전…하드웨어·알고리즘 개선

동형암호는 1978년 개념이 제시되고 2009년 완전 동형암호가 구현되며 기술적 가능성이 입증됐다. 하지만 느린 연산 속도라는 한계로 실제 산업 적용은 제한적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트스트래핑 개선과 모듈리 체인 등 알고리즘 고도화, 병렬 연산 기법 발전이 이어져 왔다.

산업계에서는 GPU 또는 전용 반도체를 활용해 동형암호 연산을 가속하는 하드웨어 접근도 병행되고 있다. 격자(Lattice) 기반이 아닌 타원곡선(EC) 등 다른 수학적 구조를 활용해 계산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도 나오고 있다.

김영식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는 "동형암호는 10년 전에 비해 1만배 이상의 성능 개선이 이뤄졌고 지금도 경쟁적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며 "공공분야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사용 가능한 수준의 기술력이 갖춰진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