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준 | 기자 작성일 2026년 07월 03일
한화가 대한민국을 'AI 우주강국'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섭니다. 한화는 2040년까지 우주항공과 AI 산업에 총 55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공개했습니다. 단순한 설비 투자를 넘어 영남권을 축으로 한 우주항공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지역균형발전에도 기여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7월 3일 경남 진주 경상대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AI 우주강국 중장기 전략'을 직접 발표했습니다. 이번 발표는 우주 주권 확보, 자주국방을 위한 AI 역량 강화, 우주항공 산업 생태계 완성이라는 세 갈래 큰 그림을 하나로 묶은 청사진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통합 우주 인프라로 '우주주권' 확보
한화는 독자 발사체와 위성 기술을 토대로 통합 우주 인프라 구축에 나섭니다. 핵심 개념은 명료합니다. 우주에서 정보를 수집하면 AI가 이를 분석하고, 그 결과가 우리 군의 판단과 작전 수행으로 곧바로 이어지도록 하는 하나의 연결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한 투자 배분도 구체적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우주 발사체 분야에 약 23조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단조립장과 발사체 개발 시험시설을 구축한 뒤, 향후 상업 발사로 전환해 독자적인 우주 수송 능력을 확보한다는 로드맵입니다. 한화시스템은 초저궤도 SAR(합성개구레이더) 위성과 우주 AI 데이터센터, 위성통신망 확보 등에 약 20조원을 투입할 방침입니다.
3개 층위로 짜인 우주 인프라
한화가 그리는 통합 우주 인프라는 고도에 따라 역할이 나뉘는 3개 층위 구조로 설계됐습니다.
- 고도 350km — 지상과 해상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하는 관측위성군
- 고도 400km — 수집한 정보를 축적하고 분석하는 우주 AI 데이터센터
- 고도 900km — 영상 등 각종 데이터를 실시간 전송하는 저궤도위성통신망
이 가운데 초고해상도 저궤도 관측위성은 세계 최고 수준인 10~15cm 단위로 지상 물체를 식별할 수 있습니다. 한화시스템은 실시간 탐지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2031년까지 SAR 위성 64기를 발사해 운영할 예정입니다.
관측위성이 모은 정보는 우주 AI 데이터센터에 쌓이고 분석됩니다. 한화시스템은 장기적으로 이 데이터센터에 새로운 고효율 태양전지 패널 등을 적용해 컴퓨팅 파워를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수집한 정보를 데이터센터와 지상으로 끊김 없이 전송하는 역할은 '한국판 스타링크'로 불리는 저궤도 통신망이 맡습니다. 한화시스템은 192기 위성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뒤, 위성 수명과 북극 지역 커버리지 확대를 고려해 60기 이상을 추가 발사할 예정입니다. 이 위성들은 모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한 발사체에 실려 우주로 향하게 됩니다.
김동관 부회장은 “우주주권 확보를 위한 첫 단추는 독자 발사체 개발”이라며 “한화는 독자 발사체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가 언제든지 우주에 다다를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미래의 전장이 우주로 옮겨가는 흐름을 짚으며, 위성 제조와 발사 등을 해외에 의존하는 체제에서는 우주주권 확보와 자주국방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놓았습니다. 실제로 주요 선진국들은 우주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와 우주기업의 대형화·통합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김 부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태양광 발전 기술과 우주 역량을 기반으로 대한민국의 AI 영토를 우주까지 확장하는 데 한화가 앞서 나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자주국방을 위한 국방AI 데이터센터
한화의 전략에서 또 하나의 축은 국방 AI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우주와 지상, 해상과 공중에서 수집된 다양한 정보를 통합해 활용할 수 있는 국방AI 데이터센터를 경남 창원에 구축합니다.
투입되는 자금은 10조원 이상입니다. 위성이 정보를 수집하고, AI가 이를 분석하며, 항공기와 무인기가 그 결과를 활용하고, 육해공 전력이 하나로 연결되는 통합체계를 완성하겠다는 목표입니다. 김동관 부회장은 “이를 통해 한국은 더 이상 하드웨어만 강한 나라가 아닌, 세계 최고 수준의 국방AI를 보유한 나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창원에 세워질 국방AI 데이터센터는 올해 45MW 규모로 출발해 2032년까지 135MW까지 단계적으로 확장됩니다. 전력은 한화에너지의 발전자산과 연계해 확보할 계획입니다. 특히 이 센터는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자체 관리할 수 있는 폐쇄형 고보안 데이터센터로 만들어집니다. 우주 데이터센터와 병행 운영해 한쪽이 무력화되더라도 작전이 중단되지 않도록 이중화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실전 특화 국방AI 모델 'Defense OS'
한화는 확보한 전장 데이터를 학습하고 추론하는 실전 특화 국방AI 모델 'Defense OS' 개발에도 착수합니다. 2040년까지 개발비 약 2조원이 투입되는 Defense OS는 한반도 작전 환경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K9 자주포부터 무인수상정과 잠수정, 자율형 드론과 무인기 등이 스스로 판단하고 대응하는 지능형 무기체계로 진화하게 됩니다. 여기에 유무인 복합 체계(MUM-T)와 대드론체계(C-UAS)가 더해지면 전력이 한층 배가됩니다. 김동관 부회장은 “우리의 유무인 복합 체계는 자주국방을 담보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세계적 수준의 방산 강국 지위를 더욱 더 공고히 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영남권 중심의 우주항공 산업 생태계
55조원 투자의 마지막 축은 산업 생태계입니다. 한화는 지역인재 양성, 협력업체 기술경쟁력 제고, 스타트업·연구기관과의 동반성장이라는 세 개의 축으로 대한민국 우주항공 산업 생태계를 완성한다는 구상입니다. 영남권을 중심으로 형성될 이 생태계는 지역균형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동관 부회장은 “지역 인재가 지역에서 배우고, 지역 기업이 세계 시장에 도전하고, 지역 생태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하는 이런 선순환 구조야말로 한화가 생각하는 산업 생태계의 완성”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이미 가동 중입니다. 한화는 지역인재 양성을 위해 부산대, 창원대, 경상대 등 지역 대학과 산학과제 수행, 장학생 선발, 재직자 재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학부 계약학과 설치와 계약정원제 대학원 운영 등으로 협력을 넓혀갈 계획입니다. 또 지역 협력업체와의 상생 프로그램도 적극 추진합니다. 정책금융 등을 활용해 협력업체에 저리 시설자금을 지원하고, 자동화·원격화 등으로 안전관리를 강화해 생산기반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돕겠다는 것입니다.
기업 소개
한화그룹은 방산·에너지·금융·유통 등 여러 사업 부문을 아우르는 국내 대표 기업집단으로, 최근 몇 년간 우주항공 분야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역량을 집중해 왔습니다. 그룹 우주 사업의 컨트롤타워 격인 '스페이스 허브'를 중심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발사체 엔진, 한화시스템의 위성 탑재체, 고체연료 추진체와 발사대 사업 등 그룹 내 우주 관련 역량을 하나로 결집해 왔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사업 참여를 통해 발사체 제작 역량을 축적해 온 국내 대표 항공우주 기업이며, 한화시스템은 방산 전자와 위성 분야에서 SAR 위성 등 감시정찰 자산을 개발해 온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55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계획은 이러한 그룹 차원의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발사체부터 위성, 통신망, AI 데이터센터에 이르는 우주 밸류체인 전반을 자체적으로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