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우 | 기자 작성일 2026년 05월 0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항공우주(KAI) 지분율을 5%대로 끌어올리며 양사 협력의 외연을 본격 확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 경영 참여로 보유 목적을 변경하면서, 방산·우주항공 분야에서 한국 대표 기업 간의 전략적 결합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KAI 지분 5.09%로 확대…경영 참여로 보유 목적 변경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4일 한국항공우주(KAI) 주식 10만 주, 즉 0.1%를 추가로 취득했다고 밝혔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지난 3월 16일 한화시스템 등 자회사와 함께 KAI 지분 4.99%를 확보했다고 공시한 바 있는데, 이번 추가 매입으로 한화그룹 관계사가 보유한 KAI 지분은 5.09%로 늘어났습니다.
지분율이 5%를 넘기게 되면서 회사는 KAI 지분 보유 목적을 기존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공식 변경했습니다. 회사 측은 구체적인 경영 참여 계획에 대해 “현재 검토 중”이라며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필요가 있을 경우 주주로서 적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회사의 경영 목적에 부합하도록 회사와 주주, 이해관계자들의 사정과 이익을 충분히 감안할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추가 매입을 포함해 올해 연말까지 KAI 주식 매입에 총 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4월 30일 종가 16만9000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295만8580주, 지분율로는 추가 3.04%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이후 매입 단가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방산 대형화 흐름…한국형 ‘내셔널 챔피언’ 필요성 부상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AI 지분 확대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글로벌 방산·우주항공 산업의 거센 재편 흐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최근 중동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분쟁이 장기화되고 있고, 전장 환경이 무인화·지능화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해외 주요국들은 ‘육·해·공·우주 통합형’ 대형 방산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위성과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을 결합한 ‘전(全) 영역’ 작전이 일상화되는 현실에서, 단일 기업이 모든 분야를 망라한 첨단 역량을 갖추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실제 사례도 즐비합니다. 지상 무기체계를 주력으로 하던 독일 라인메탈은 최근 군함 건조 부문을 인수하고 차세대 레이저 무기 개발을 위한 합작 투자에 나섰습니다. 우주 주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프랑스 에어버스·탈레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등 3개사는 미국 스페이스X에 대응하기 위해 우주 사업을 통합하는 빅딜을 진행했습니다. 영국 BAE 시스템스와 미국 노스롭그루먼그룹 역시 인공위성 제작 기업과 우주 발사체 기술 보유 회사를 각각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역시 우주항공·방산 분야의 결합을 통한 ‘내셔널 챔피언(국가 대표기업)’ 설립이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한국의 개별 방산기업이 각자도생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에 다름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양사 협력의 당위성을 설명했습니다.
양사 시너지…유무인 복합체계와 우주항공 첨단 기술 확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AI 지분 확대는 방산·우주항공 분야의 글로벌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양사 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토대로 미래 항공우주 사업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됩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상 방산, 항공 엔진, 항공전자, 레이더, 우주 발사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KAI는 국내 유일의 완제기 개발·제작 업체로 위성 개발과 공중전투체계 등 핵심 기술을 갖춘 기업입니다. 양사가 협력할 경우 유무인 복합체계와 우주항공을 아우르는 첨단 기술을 확보할 수 있어, 단순한 단순 합산을 넘는 시너지가 기대됩니다.
회사 관계자는 “두 회사의 파트너십이 강화되면 글로벌 방산·우주항공 시장에서 원팀 전략을 통한 수주 확대를 실현할 수 있다”며 “한화그룹의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 경험과 선제적 투자, 해외에서의 성공 노하우를 기반으로 KAI의 수출 경쟁력 제고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양사는 모두 수출 비중이 50%를 넘어섰지만, 항공기 사업의 특성상 막대한 고정비가 투입되는 구조여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출 물량이 꾸준히 확보되지 않으면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습니다. 이번 지분 확대를 계기로 안정적인 수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기존 협력 사례와 MOU 체결 배경
양사는 이미 △KF-21 수출 경쟁력 강화 및 해외 진출 교두보 구축 △국산 전투기 장착용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개발 △특수 작전용 헬기 성능 개량 사업 제안 등 다양한 방산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 왔습니다.
지난 2월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가 ‘방산·우주항공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미래 핵심 사업 분야에서 중장기 협력체계를 구축한 바 있습니다. MOU에는 △첨단 항공 엔진 국산화 개발 및 체계 통합 △수출 목적의 무인기 공동개발 및 글로벌 마케팅 △위성·발사체·서비스를 포함한 글로벌 상업 우주 시장 공동 진출 △방산·우주항공 산업 생태계 및 지역 공급망 육성 등 협력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번 지분 추가 매입은 이러한 긴밀한 공조 관계를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이어가기 위한 후속 조치라는 평가입니다.
경남 지역 균형발전과 일자리 확대 효과
양사 협력은 산업적 시너지뿐 아니라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경남 창원, KAI는 경남 사천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경남 지역 핵심 기업입니다. 두 회사의 협력이 구체화될 경우 우주항공·방산 클러스터와 산업 생태계 구축은 물론, 협력업체와의 상생 협력과 신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 측은 “스타트업·벤처기업 육성과 소부장 국산화, 협력업체에 대한 기술지원과 해외 동반 진출이 가능하다”며, 청년 인재의 지역 정착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두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3조원, 직접 고용 인원은 1만 명을 넘어서고 있어, 이를 기반으로 한 추가적인 일자리 확대는 지역 균형 발전의 든든한 토대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기업 소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977년 설립된 국내 대표 종합 방산·우주항공 기업으로, 항공기·헬기 엔진을 비롯해 자주포·장갑차 등 지상 무기체계, 우주 발사체와 위성 등 광범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되며 우주항공 분야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한국항공우주(KAI)는 1999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완제기 제조사로,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개발과 다목적 헬기 수리온, 경공격기 FA-50 등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위성·발사체 분야에서도 다누리·차세대중형위성 개발에 참여하는 등 우주항공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AI 지분 5% 초과 확보는 두 기업의 결합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한국형 ‘내셔널 챔피언’의 윤곽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신호탄으로 평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