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2026. 10. 03.

공진원 '2026 한복 해외거점 프로모션' 밀라노 성료… 한복 브랜드 4건 수주로 유럽 판로 확인

by 백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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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희 | 기자 작성일 2026년 10월 03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김경배)이 주관한 '2026 한복 해외거점 프로모션'이 세계 패션의 중심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현지 바이어와 패션 관계자들의 높은 관심 속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전통 복식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국내 한복 브랜드들이 유럽 패션 시장에서 실제 수주 성과를 손에 쥐었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의 의미가 크다.

전시가 아닌 상담, B2B로 설계된 첫 해외거점 사업

이번 프로모션은 'CONTEMPORARY KOREAN HERITAGE - HANBOK Collective'를 주제로 국내 5개 한복 브랜드를 현지 패션 시장에 소개하고 실질적인 비즈니스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지 유력 바이어와 쇼룸, 유통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밀착 상담과 비즈니스 교류를 집중적으로 진행하며 한복 브랜드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확인하고 글로벌 산업 교류의 장을 넓혔다.

주목할 점은 사업의 설계 방식이다. 문체부와 공진원은 올해 처음 선보인 이 사업을 단순한 제품 전시가 아니라 기업 간 거래(B2B) 중심으로 운영했다. 참여 기업이 실제 해외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도록 1대1 맞춤형 수출상담회를 핵심 프로그램으로 배치했다. 브랜드별 특성과 진출 희망 시장을 미리 분석해 해외 유통사와 전문 구매기업을 사전 연계하는 방식이다. 전시장에서 박수를 받고 끝나는 행사가 아니라 입점과 수출 계약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처음부터 염두에 뒀다는 뜻이다.

행사는 9월 22일부터 10월 6일까지 밀라노와 프랑스 파리를 잇는 일정으로 꾸려졌다. 밀라노 쇼룸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상위 2개 브랜드를 선정해 파리 패션위크 기간 추가 전시를 지원하는 단계형 구조도 함께 마련됐다.

5개 브랜드, 팔라초 이심바르디에서 컬렉션을 펼치다

이번 프로모션에는 독창적인 정체성을 지닌 △리슬(LEESLE) △무릇(MOOROOTS) △온다타(ONDATA) △신:서울(SHEEN:SEOUL) △하플리(HAPPLY)가 참여해 각 브랜드 고유의 실루엣과 감각적인 소재를 활용한 현대적 한복 컬렉션을 선보였다. 다섯 곳은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과 제품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된 국내 우수 한복 브랜드다.

9월 26일 밀라노의 유서 깊은 건축물인 팔라초 이심바르디(Palazzo Isimbardi)에서 열린 브랜드 발표회에서는 현지 패션 관계자들에게 브랜드별 디자인 철학과 컬렉션을 직접 소개하며 한복의 현대적 디자인과 경쟁력을 알렸다. 롬바르디아 주정부 청사로 쓰이는 역사적 건물을 무대로 삼아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한복의 성격을 공간으로도 드러낸 구성이었다.

참여 브랜드 가운데 리슬은 전주와 홍대에 오프라인 매장을 두고 한국의 선과 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온 브랜드다. 한복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밀라노 패션위크에 참가한 이력이 있어 이번 유럽 상담에서도 비교적 두터운 현지 인지도를 바탕으로 움직였다.

4건 수주 성과, 추가 계약 협의도 진행 중

이어진 네트워킹 리셉션에서는 해외 바이어와 언론, 유통 관계자들이 직접 의상을 살펴보고 구체적인 협업 및 유통 방안을 논의했다. 현장에서는 전통의 미학과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트렌드와 현대적 실용성을 접목한 한복의 컨템포러리한 디자인에 높은 관심이 이어졌다. 일상복은 물론 하이엔드 패션으로도 충분한 시장성과 차별성을 갖췄다는 평가도 받았다.

성과는 숫자로 돌아왔다. 현지 비즈니스 상담을 통해 총 4건(리슬 3건, 무릇 1건)의 수주 성과를 거뒀고 추가 계약을 위한 협의도 이어지고 있다. 한복 브랜드의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결과다. 이를 통해 한복이 전통 복식을 넘어 오늘날의 패션과 디자인으로 확장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글로벌 콘텐츠임을 현장에서 입증했다.

규모만 보면 4건이라는 숫자가 크지 않아 보일 수 있다. 다만 유럽 패션 유통업계의 첫 거래가 소량 발주로 시작해 반응을 확인한 뒤 물량을 늘려 가는 관행을 감안하면 첫 해외거점 사업에서 실제 발주서를 받아 냈다는 사실 자체가 판로의 입구를 열었다는 신호로 읽힌다.

리나센테 밀라노와 체험형 팝업스토어 논의

공진원은 이번 밀라노 방문을 계기로 현지 대표 백화점인 리나센테 밀라노(Rinascente Milano) 관계자와 만나 한복과 공예가 지닌 문화적 가치와 밀라노 현지 시장에서의 확장 가능성을 논의했다.

한복을 단순히 상품으로 소개하고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소비자가 직접 한복을 입어보고 한국의 전통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로 확장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한복 착용 및 체험을 비롯해 한국 전통문화와 공예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한국 공예품 전시 및 판매 등을 결합한 체험형 팝업스토어를 기획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번 논의는 한복을 개별 패션상품으로 소개하는 것을 넘어 한복과 공예, 전통문화가 결합된 문화 콘텐츠를 현지 유통·소비 공간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공진원은 향후 리나센테와의 협력을 구체화해 한복과 공예가 가진 문화적 가치를 현지 소비자와 직접 연결하고 유럽 시장에서 한국 전통문화의 새로운 소비 접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라 리나센테는 어떤 곳인가

라 리나센테(La Rinascente)는 1917년 문을 연 이탈리아의 대표 백화점으로 밀라노와 로마, 피렌체 등 주요 8개 도시에 9개 지점을 운영한다. 밀라노 두오모 광장 인근 본점은 현지 소비자와 관광객이 함께 몰리는 상징적 유통 공간이다.

한국 브랜드에게 낯선 무대도 아니다. 뷰티 브랜드 엘로엘(ELROEL)이 리나센테 밀라노에서 팝업 스토어를 운영했고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 화미사(WHAMISA)는 정식 입점에 성공했다. 로마 지점 K뷰티 코너에는 조선미녀(Beauty of Joseon), 미즈온(MIZON), 아로마티카(AROMATICA), 후르디아(FRUDIA) 등 국내 중소 인디 브랜드가 자리를 잡았다. K뷰티가 먼저 다져 놓은 길을 한복과 공예가 뒤따르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박물관에 머무는 옷이 아니다"

공진원 김경배 원장은 "이번 밀라노 행사의 성과는 전통의 아름다움을 세계적인 감각으로 풀어낸 한복 브랜드들의 창의성과 도전이 만들어낸 결과"라며 "한복은 박물관에 머무는 옷이 아니라 일상에서 입고 거래하며 세계와 나눌 수 있는 살아 있는 디자인인 만큼 앞으로도 한복 브랜드와 해외 시장을 잇는 교두보를 지속적으로 마련해 한복산업의 글로벌 성장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밀라노에서 성과를 거둔 리슬과 무릇은 프랑스 파리로 무대를 옮겨 10월 6일까지 현지 유통 관계자들과의 교류를 이어가며 추가 수주와 해외 판로 확대를 위한 비즈니스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다.

파리 일정은 패션위크라는 시기적 이점을 활용한다. 세계 각국 바이어와 프레스가 한 도시에 집중되는 기간에 맞춰 추가 전시를 배치하면 밀라노에서 확보한 관심을 더 넓은 유통망으로 연결할 수 있다. 밀라노 상담에서 발주를 받아 낸 두 브랜드를 파리로 보내는 선별 방식도 성과가 확인된 쪽에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적 판단에 해당한다.

내수 침체, 해외에서 찾는 돌파구

한복산업이 유럽으로 눈을 돌리는 배경에는 쪼그라든 내수 시장이 있다. 관련 통계를 보면 한복산업 매출액은 2010년 2583억원에서 2020년 1420억원으로 10년 사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한복 제조업 사업체 수는 5287개에서 3608개로 31.7% 감소했고 종사자 규모도 7550명에서 4844명으로 35.8% 줄었다. 생활 양식 변화와 대여 중심 소비 구조가 겹치며 제조 기반이 빠르게 얇아진 셈이다.

반면 '현대 한복'을 내세운 브랜드군의 반응은 다르다. 문체부와 공진원이 주최·주관한 국내 최대 한복박람회 '2026 한복상점'은 149개 한복 브랜드가 참여해 역대 최고 매출액인 40.2억원과 역대 최다 관람객 5.3만명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43%, 27.8% 늘어난 수치다. 전통 의례용 한복 수요는 줄었지만 일상복·패션으로 접근하는 한복 시장은 분명한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해외거점 프로모션은 그 성장 곡선을 국내에서 해외로 연장하려는 시도에 해당한다. 단발성 전시가 아니라 수출상담회와 쇼룸, 백화점 입점 논의를 한 흐름으로 묶어 설계한 점에서 기존 문화 교류 행사와 성격이 다르다.

남은 과제도 뚜렷하다. 현지 발주를 정식 거래로 키우려면 사이즈 체계와 소재 규격, 세탁 라벨 등 유럽 유통 기준에 맞춘 제품 사양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 대부분 소규모 브랜드인 참여 기업 입장에서는 반복 발주를 소화할 생산 역량과 현지 물류·반품 대응 체계를 갖추는 일도 과제로 남는다. 공진원이 올해 처음 시작한 해외거점 사업을 어떤 방식으로 이어 가며 후속 지원을 설계하는지가 4건의 수주를 지속적인 수출 흐름으로 바꾸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기업 소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공예와 공공디자인, 전통생활문화의 진흥을 위해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창의적인 공예문화와 디자인문화, 전통생활문화의 확산과 진흥을 통해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경쟁력을 강화해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산하 한복진흥센터를 통해 한복산업 실태조사와 한복 브랜드 육성, 한복 교복 보급, 한복상점 등 대규모 박람회 운영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