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비즈니스2026. 09. 16.

해남산 장립종 쌀, 치폴레 아시아 1호점 납품 확정…국산 장립종 세계화 전환점

by 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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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 기자 작성일 2026년 09월 16일

치폴레 강남점에 납품되는 해남산 장립종 쌀

해남군이 재배한 국산 장립종 쌀이 세계적 멕시칸 프랜차이즈 치폴레의 아시아 첫 매장에 납품된다.

전남 해남에서 재배한 장립종 쌀이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 문을 연 글로벌 멕시칸 프랜차이즈 '치폴레' 매장에 들어간다. 전량 수입에 의존해온 장립종 쌀 시장에서 국산 물량이 글로벌 외식 브랜드의 정식 공급망에 편입된 첫 사례다.

치폴레 아시아 1호점, 해남 쌀을 선택했다

치폴레는 지난 2일 서울 강남대로에 아시아 첫 매장인 '치폴레 강남점'을 개점하고 한국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치폴레 매장은 가능한 범위에서 현지 신선 재료를 조달해 음식을 만드는 운영 방식을 택하고 있다. 부리토와 볼(Bowl) 등 간판 메뉴에서 특유의 고슬고슬한 식감을 내는 데 장립종 쌀이 필수적으로 쓰이는 만큼, 국내 조달처 확보는 매장 운영의 핵심 과제였다.

치폴레의 한국 진출은 국내 파트너사와 손잡고 이뤄졌으며, 볼과 부리토, 타코, 샐러드 가운데 하나를 고른 뒤 단백질과 밥, 콩, 치즈, 채소를 취향대로 조합하는 미국 본토와 동일한 주문 방식을 적용했다. 단백질 종류에 따른 가격대는 1만2800원~1만48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본사는 한국을 아시아 확장의 기준 시장으로 삼고 연내 2~3호점을 추가 개점한 뒤 내년 상반기 싱가포르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매장이 늘어나는 만큼 장립종 쌀 수요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원료곡 200톤에서 연 150톤 정기 납품으로

해남군은 200톤 규모의 원료곡 납품을 확정한 데 이어, 연간 약 150톤의 장립종 쌀을 정기적으로 납품하기로 했다. 국내 치폴레 매장이 확장되는 속도에 맞춰 납품량도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일회성 시범 공급이 아니라 연간 물량을 명시한 계약 구조라는 점이 이번 납품의 성격을 규정한다. 해남군은 이번 납품이 국산 장립종 쌀의 세계화와 산업화 가능성을 입증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2021년 간척지에서 시작된 준비

해남군의 장립종 쌀 사업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것이 아니다. 군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수출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지난 2021년부터 산·학·관·연 협력 체계를 갖추고 간척지를 중심으로 장립종 쌀 재배를 확대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100헥타르(ha) 규모에서 약 650톤의 원료곡을 생산했다. 재배 면적과 생산량 모두 초기 시범 단계를 벗어나 상업 공급이 가능한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협력 주체별 역할 분담

사업은 주체별로 역할이 나뉘어 있다. 영농조합법인과 대학교, 유통업체는 국내산 장립종 벼 품종 개발과 상업화를 추진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해남군은 재배 면적 확대와 도정라인 구축을 지원한다. 재배부터 가공, 유통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을 함께 설계한 구조다.

2025년부터는 연구 인력도 대폭 보강됐다. 농촌진흥청과 건국대, 순천대 등 7개 대학 연구진이 참여해 장립종 벼 품종 육종과 생육 특성, 병해충 저항성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며 국내산 장립종 쌀 산업을 뒷받침하고 있다.

세계 쌀 유통의 90%를 차지하는 시장

장립종 벼는 태국과 인도 등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재배되는 품종으로, 쌀알이 길쭉하고 가늘며 찰기가 적은 특징을 갖는다. 세계 쌀 유통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시안 푸드 확산과 쌀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들의 인구 증가에 따라 해마다 10% 이상씩 시장 규모가 성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인이 주식으로 먹는 찰기 있는 자포니카 품종은 세계 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제한적이다. 국내 쌀 산업이 수출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웠던 구조적 이유이기도 하다. 장립종 재배 확대는 이 격차를 겨냥한 전략적 선택인 셈이다.

쌀 소비 감소기의 새로운 판로

장립종 쌀 사업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국내 쌀 소비의 지속적 감소도 있다.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3.9킬로그램(kg)으로 전년 대비 3.4% 줄어, 196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30년 전인 1995년 소비량 106.5kg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1인당 하루 쌀 소비량도 평균 147.7그램(g)으로, 밥 한 공기를 짓는 데 필요한 150g을 처음으로 밑돌았다.

가정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외식·가공 수요는 상대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외식 브랜드에 정기 납품하는 판로 확보가 쌀 주산지 지자체에 실질적 의미를 갖는 이유다.

품질 기준 통과가 갖는 의미

이번 치폴레 납품은 판로 확대 자체를 넘어, 글로벌 브랜드의 까다로운 품질 기준을 통과해 품질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전량 수입산에 의존해오던 국산 장립종 쌀이 국제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음을 실증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세계적인 외식 브랜드인 치폴레의 아시아 첫 매장에 해남 쌀이 선택된 것은 해남 장립종 쌀의 우수성을 증명한 중요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안정적인 생산과 다각적인 판로 확보로 국산 장립종 쌀의 경쟁력을 높여가겠다"라고 밝혔다.

해남군과 장립종 쌀 산업

해남군은 전남 최대 규모의 곡물 생산지로, 넓은 간척지를 보유한 지리적 조건을 활용해 품종 다각화를 추진해왔다. 기존 자포니카 중심 재배 구조에서 벗어나 장립종 재배를 도입한 것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배 환경 변화와 국내 쌀 소비 감소라는 두 가지 압력에 동시에 대응하기 위한 판단이었다.

국산 장립종 쌀은 품종 개발, 재배 기술 확립, 도정 설비 구축, 판로 확보의 네 단계를 순차적으로 밟아왔다. 이번 치폴레 납품은 마지막 단계인 판로 확보에서 가시적 성과를 낸 것으로, 후속 과제는 매장 확장에 맞춘 안정적 생산량 확보와 추가 수요처 발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