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희 | 기자 작성일 2026년 04월 26일

그라운드케이는 자체 개발한 T-RiseUp으로 관광교통 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고 있다
‘항공권’은 클릭 한 번으로 예약하고 ‘숙박’은 앱으로 가격과 컨디션을 한눈에 비교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관광버스나 의전 차량은 여전히 전화로 처리되고 있습니다. 2016년 6월, 이 간극을 발견하고 시장에 뛰어든 기업이 그라운드케이입니다.
“과거 호텔업과 인바운드 관광, 럭셔리 투어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했어요. 여행사 위주 산업이 OTA와 디지털 플랫폼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는 걸 현장에서 목도했죠. 그런데 관광 교통 시장만큼은 메신저와 수기 작업을 반복하는 아날로그 환경에 머물러있더라고요.”
2016년 그라운드케이를 설립할 때부터 장 대표는 단순한 수송 대행이 아니라 ‘ICT 기반 의전·수송 서비스 전문 기업을 만들겠다’는 방향을 잡았습니다.
처음부터 글로벌 스탠더드 지향
“해외 B2B 파트너사와 시스템 연동, 다국어 환경, 디지털 지도 처리 같은 걸 처음부터 설계에 넣었죠.”
물론 기술 개발 초기엔 한계가 있었습니다. 모빌리티와 관광 산업 노하우를 동시에 가진 인력을 찾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는 “두 분야 전문성을 모두 가진 인력을 발굴해 채용하면서 극복했다”며 “자체 개발 솔루션 T-RiseUp이 그 결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본사는 2023년 부산관광공사 제안으로 부산으로 이전했습니다. “부산은 연간 3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해요. 동남권 관광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죠. 동시에 서울 사무소는 유지하고 있는데, 인천·김포공항 연계 수요가 여전히 서울에 집중돼 있거든요.”
그라운드케이가 자체 개발한 솔루션은 T-RiseUp입니다. 장 대표는 이를 통해 “관광교통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풀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관광교통은 여행사 담당자와 가이드, 코디네이터, 운수사 배차 담당자, 운전자 등 여러 사람이 하나의 이동에 관여해요. 정보 전달이 꼬이면 작은 실수 하나가 VIP 고객 일정 전체를 망칠 수 있죠.”
이 솔루션은 항공편 출발·도착 정보와 차량 준비 상태, 배차 현황, 실시간 이동 상황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장 대표는 “T-RiseUp은 외주가 아니라, 처음부터 수송 현장 요구에 맞춰 직접 설계하고 만들었다”며 “직접 수백 건의 의전·수송 프로젝트를 운영한 경험이 시스템 설계에 그대로 들어간 게 강점”이라고 밝혔습니다.
관광운수 시장에 놓인 구조적 한계
장 대표는 관광운수 업계의 오래된 병폐로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첫째는 아날로그 의존입니다. 아직도 많은 사업자가 수기와 메신저, 무전 등으로 예약·배차·정산을 처리합니다.
“아날로그 방식 자체가 나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 방식으로는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거나 의사결정에 필요한 데이터를 모으는 게 거의 불가능합니다.”
둘째는 복잡한 커뮤니케이션 구조입니다. 일반 택시는 이용자와 운전자의 단순한 1:1 소통으로 끝나지만, 관광교통은 다릅니다. “이 시장은 대부분 B2B 계약 기반이에요. 한 번 실수하면 장기 거래처를 잃을 수 있는 구조죠.” 한 번 신뢰가 무너지면 거래처를 잃게 되고, 그 손실은 단순한 매출 감소를 넘어 레퍼런스와 네트워크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라운드케이가 노리는 시장은 전체 10조 원 시장 중 기사 포함 차량 서비스 분야로, 3조 원 규모입니다. 특히 그 안에서도 기업과 기관의 맞춤형 이동 서비스, 즉 MICE와 상용출장이 포함된 B2B 관광교통 시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라운드케이는 2023년 매출 50.9억 원에서 2024년 63.1억 원(+23.9%), 2025년 111.7억 원(+77.1%)으로 3년 연속 성장했습니다. 장 대표는 “2025년 매출 성장은 APEC 2025 공식 수송 파트너 역할이 컸다”면서 “단순한 실적 수치를 넘어, 국가급 행사를 책임질 수 있는 기술력과 운영 역량을 시장에 증명한 것”이라고 회상했습니다.
투자는 케이브릿지인베스트먼트,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약 20억 원 규모를 유치했습니다. 벤처기업 인증, Main-Biz(경영혁신형 중소기업) 인증, 기술등급 T-4 취득 등으로 기술 기반 성장 기업으로서 공신력을 갖췄습니다.
국가급 메가이벤트를 준비하는 관계 부처와 주관 기관의 목표는 단 하나, 안전하고 완벽하게 행사를 치러내는 것입니다. 장 대표는 “새로운 시도를 해볼 여유도, 실수를 허용할 여지도 없다”면서 “그래서 파트너 선정 첫 번째 기준은 검증된 경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장에서 요구되는 집중도는 일반 서비스 운영과 차원이 다릅니다. “행사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아요. 항공편 지연과 차량 교체, 동선 변경, 기상 악화 같은 돌발 상황이 예고 없이 찾아오거든요. 언제 어디서 무엇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매 순간 예측하고, 현실이 되는 순간 바로 대응하는 게 이 일의 본질이죠.”
T-RiseUp은 이 긴장의 순간을 뒷받침하는 도구입니다. 배차 현황 및 실시간 차량 위치, 항공편 연동, 운행 데이터 시각화로 현장 판단을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어줍니다.
“행사를 성공시키는 건 결국 전략과 사람이에요.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현장 사람이 더 빠르게 판단하고 정확하게 대응하도록 기술이 돕는 구조죠.”
Innovating Mobility for ASIA
“아시아 진출 국가를 고를 때 기준이 있어요. 비영어권이면서 마이스(MICE) 인바운드 관광산업이 발달한 곳을 우선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세 가지 조건을 봅니다. 마이스 이벤트가 자주 열리는 곳, 국제 허브 공항을 가진 곳, 그리고 현지 운전자가 자국어만 써서 외국인 고객과 소통에 한계가 있는 곳입니다.
“이 마지막 조건이 핵심이에요. 언어 장벽이 있는 환경일수록 T-RiseUp의 다국어 시스템과 실시간 정보 공유 기능이 탁월한 대안이 되거든요.”
주목하는 국가는 싱가포르, 태국, 일본입니다. 2023년엔 한국관광공사와 협력해 싱가포르에 자회사를 세우며 글로벌 확장의 첫 거점을 마련했습니다.
장 대표는 관광·교통 모빌리티 분야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건넸습니다. “이 업계는 결코 화려하지 않아요. 눈에 잘 띄지 않고, 현장을 모르면 기술이 있어도 쓸모 없죠. 그래서 현장을 아는 사람이 기술을 만들거나, 기술을 아는 사람이 현장을 이해하면, 쉽게 넘볼 수 없는 영역이 돼요. 우리가 9년간 걸어온 길이 그 증거죠.”
전화 한 통으로 처리되던 관광교통 시장을 시스템으로 뒤바꾼 이 창업가가 아시아 모빌리티 시장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