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비즈니스2026. 09. 16.

그래디언트, 미국 뉴욕·버지니아·아이다호·유타 반도체 팹 수처리 신규 계약 수주

by 임재호 (기자)

#산업비즈니스#그래디언트#반도체#초순수#수처리#무방류

임재호 | 기자 작성일 2026년 09월 16일

미국 반도체 팹 신규 수처리 계약을 수주한 그래디언트

그래디언트(Gradiant)는 2026년 초부터 반도체 제조 고객으로부터 3억달러 규모의 신규 계약을 확보했다

AI 경제의 수처리 기반을 담당하는 그래디언트(Gradiant)가 2026년 들어 반도체 제조 고객으로부터 3억달러 규모의 신규 계약을 따냈다고 16일 밝혔습니다. 회사는 이번 성과에 대해 수자원 확보가 생산 규모와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면서, 관련 부문에서 그래디언트가 강력한 상업적 모멘텀을 확보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욕·버지니아·아이다호·유타 5개 팹 대상 계약

이번 수주로 그래디언트는 뉴욕, 버지니아, 아이다호, 유타에 자리한 5개 제조 시설(팹)을 대상으로 여러 선도적 글로벌 반도체 제조업체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게 됐습니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담수 수요를 줄이고 물 재사용 비율을 끌어올리는 한편, 수자원 제약이 갈수록 심해지는 환경에서도 생산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초순수(UPW), 고회수율 폐수 처리, 스크러버 재생, 무방류(ZLD) 시스템이 포함됩니다.

계약 대상지가 미국 중서부와 동부, 서부에 걸쳐 분산돼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뉴욕주와 버지니아주는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내 첨단 패키징·파운드리 투자가 집중된 지역이며, 아이다호와 유타는 메모리 및 아날로그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꾸준히 증설이 이어지고 있는 곳입니다. 지역별로 수원(水源) 여건과 규제 환경이 제각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동일 사업자가 네 개 주에서 동시에 수처리 인프라를 맡는 사례는 흔치 않습니다.

공정 단계별 분절 대신 '전체 포트폴리오' 공급

그래디언트는 수처리 과정 중 일부 단계만 떼어 담당하는 방식 대신, 이들 현장 전반에 걸쳐 반도체 수처리 포트폴리오 전체를 제공한다는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초순수 생산에서 출발해 고회수율 폐수 처리, 스크러버 재생, 불산 폐수 등 처리 난도가 높은 폐수 스트림 관리, 그리고 무방류에 이르는 전 주기를 포괄합니다.

이번 수주 가운데 상당수는 기존 고객이 다시 발주한 재수주 건입니다. 여기에는 세계 최대 반도체 팹 중 한 곳의 고회수율 폐수 시설 2단계 프로젝트가 들어 있습니다. 또한 동일한 고객을 위해 싱가포르, 대만, 미국에서 이미 성능이 입증된 스크러버 재생 시스템 설계도 포함됐는데, 이 시스템은 유입수량의 80% 이상을 회수하는 수준을 구현합니다.

재수주 비중이 높다는 점은 수처리 업계에서 상징적인 신호로 읽힙니다. 반도체 공정용 수처리 설비는 한 번 잘못 설계하면 웨이퍼 수율에 직접 타격을 주기 때문에, 제조사들이 검증된 공급사를 좀처럼 바꾸지 않는 보수적 구매 관행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같은 고객이 국가를 바꿔가며 동일 설계를 다시 채택했다는 것은 초기 현장에서의 운전 실적이 기준치를 충족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이 칩 생산 속도를 결정하는 제약 요인"

프라카시 고빈단(Prakash Govindan) 그래디언트 최고경영자는 "물은 세계가 고대역폭 메모리를 포함해 AI 데이터센터를 구동하는 칩을 얼마나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주요 제약 요인 중 하나가 됐다"며 "이것이 바로 선도적인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계속해서 그래디언트를 선택하는 이유다. 우리는 신뢰할 수 있는 단일 파트너로서 초순수부터 가장 복잡한 폐수 스트림에 이르기까지 전체 수처리 주기를 책임지고 관리한다. 수자원 부족이 팹 가동 지연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니시 보라(Nish Vora) 그래디언트 미주 전무이사는 "이번 수주는 내년 미국 내 수주액 10억달러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가 필요로 했던 강력한 추진력"이라며 "이 계약들 각각은 반도체 수처리 솔루션의 핵심 축으로서 그래디언트의 입지를 강화하며, AI 경제를 구동하는 칩 생산 회사들이 수자원 제약 없이 사업을 영위하도록 지원한다"고 말했습니다.

AI 인프라 투자가 끌어올린 수처리 수요

초순수 및 첨단 폐수 처리부터 고회수율 수자원 재사용과 무방류(ZLD)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그래디언트의 반도체 솔루션은 제조업체가 물 소비와 환경 영향을 줄이면서도 생산 능력을 늘릴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AI 인프라 투자가 계속 가속화되는 흐름 속에서, 효율적인 수처리 관리는 차세대 반도체 팹이 얼마나 빠르게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핵심 동인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반도체 공정에서 물이 갖는 위상

반도체 제조 공정은 웨이퍼 세정과 식각 단계마다 불순물을 극한까지 제거한 초순수를 대량으로 사용합니다. 업계에서는 첨단 로직 팹 한 곳이 하루에 수만 톤 단위의 공업용수를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서남권 반도체 산업 클러스터 조성과 관련해 하루 65만톤에 달하는 공업용수 공급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국가 물관리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취수량 자체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뚜렷합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국내외 총 취수량은 2023년 1억6009만톤에서 2024년 1억6958만톤, 2025년 1억7901만톤으로 매년 늘었습니다. 회사는 2026년까지 2020년 대비 취수량 집약도를 35%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재이용 설비 투자를 확대해 왔습니다. 생산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절대 취수량을 억제하려면, 결국 그래디언트가 공급하는 유형의 고회수율 재이용·무방류 설비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데이터센터까지 번진 물 경쟁

물 수요 압박은 팹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AI 서비스 확산으로 고성능 GPU가 대규모로 설치되면서 서버 발열을 식히는 냉각 설비의 비중이 커졌고, 이에 따라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물 소비량은 2023년 약 0.6조 리터에서 2030년 약 1.2조 리터로 두 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칩을 만드는 공장과 그 칩을 돌리는 데이터센터가 동시에 같은 수자원을 놓고 경쟁하는 국면이 열린 셈입니다.

그래디언트가 스스로를 "AI 경제의 물 관련 인프라 기업"으로 규정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회사는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는 물론 이를 뒷받침하는 에너지·산업 분야까지 아우르는 수처리 사업 구조를 구축해 왔으며, 앞서 영국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수처리 계약과 독일 드레스덴 반도체 제조 시설 확장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한 바 있습니다.

기업 소개

그래디언트는 AI 경제의 물 관련 인프라를 담당하는 기업입니다. MIT에서 설립됐고 본사는 보스턴에 위치해 있으며, AI 구축의 배후에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는 물론 이에 의존하는 에너지 및 산업 분야에 이르기까지 물과 폐수 인프라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AI 수요가 가속화됨에 따라 물은 무엇을 건설할 수 있을지를 결정짓는 자원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디언트의 기술은 현재 92개국에 3000개 이상의 처리 시설을 구축함으로써 산업이 취수하는 물을 줄이고, 낭비할 물을 회수하며, 깨끗한 물을 자연으로 되돌려 주고 있습니다.

그래디언트는 물 산업에서 처음으로 유니콘 반열에 오른 기업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누적 투자 유치액은 3억7500만달러 수준이며, BMW와 코카콜라, 화이자, TSMC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습니다. 2023년 말 독일 수처리 기업 H+E를 인수하며 유럽 반도체 시장 접점을 넓혔고, 이후 드레스덴에서 초순수 설비 설계·시공 계약을 연달아 확보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지앤지인텍이 그래디언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