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테크2026. 09. 26.

기가포톤, 고온 초전도선 양산용 PLD 엑시머 레이저 L300KZ 설치·평가 착수

by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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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현 | 기자 작성일 2026년 09월 26일

첨단 반도체 제조 공정용 광원 전문기업 기가포톤(Gigaphoton Inc., 본사: 도치기현 오야마시, 사장 겸 최고경영자: 에나미 타츠오(Tatsuo Enami))이 2026년 9월 25일 일본 내 고온 초전도선 제조업체에 펄스 레이저 증착(PLD)용 L300KZ KrF 엑시머 레이저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일본 내각부가 주관하는 문샷 연구개발 프로그램(Moonshot Research and Development Program)의 10호 목표에 맞춰 개발된 이 장비는 고온 초전도선 양산을 위한 평가 단계에 들어갔다.

문샷 10호 목표와 핵융합용 초전도 기술

기가포톤은 문샷 10호 목표 연구개발 프로젝트인 ‘다양한 혁신적 핵융합로 콘셉트 실현을 위한 기초 초전도 기술(Fundamental Superconducting Technology to Realize Various Innovative Fusion Reactor Concepts)’(과제 번호 JPMJMS24A2)에 참여 기관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핵융합로용 초전도 자석의 핵심 구성 재료인 고성능 희토류 바륨 구리 산화물(REBCO) 와이어를 고품질·저비용으로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확립하는 데 있다. REBCO는 액체 질소 온도(-196°C) 이하에서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 상태로 진입하는 고온 초전도 물질이다. 액체 헬륨(-269°C)에 의존하는 기존 저온 초전도체와 비교하면 냉각 부담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소형·고자기장 핵융합로 설계에서 사실상 필수 재료로 꼽힌다.

프로젝트 안에서 기가포톤이 맡은 몫은 PLD 공정에 투입되는 엑시머 레이저의 개발이다. 이번 평가를 위해 설치한 L300KZ는 고온 초전도 소재의 PLD 박막 증착을 겨냥한 고펄스 에너지 레이저로, 회사가 반도체 리소그래피용 엑시머 레이저를 만들며 쌓아 온 기술을 그대로 옮겨 적용해 개발했다.

왜 엑시머 레이저인가

PLD 공정에 쓰이는 광원 가운데 엑시머 레이저는 높은 펄스 에너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고품질 박막 형성에 널리 활용돼 왔다. 강한 자외선 펄스가 타깃 물질 표면을 순간적으로 기화시켜 플라즈마 플룸을 만들고, 이 플룸이 기판 위에 응축되면서 타깃의 조성을 거의 그대로 옮긴 박막이 쌓이는 방식이다. 여러 원소가 섞인 복합 산화물에서도 조성비가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점이 PLD의 가장 큰 강점이며, REBCO처럼 원소 구성이 까다로운 소재가 PLD와 잘 맞아떨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가포톤은 반도체 리소그래피용 엑시머 레이저 분야에서 축적한 폭넓은 경험을 토대로 개발한 기술, 그중에서도 안정적인 작동과 높은 가용성을 뒷받침하는 기술을 이번 장비에 적용하고 있다. 회사가 내건 목표는 PLD 공정의 생산성과 장비 가용성을 함께 끌어올리는 것이다.

양산 현장에서 PLD의 발목을 잡아 온 요인은 성막 속도와 장비 가동률이었다. 실험실 규모에서는 수준 높은 박막을 얻을 수 있어도, 수백 미터에서 수 킬로미터 길이의 테이프를 끊김 없이 감아 내려면 광원이 장시간 동일한 출력과 펄스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 반도체 노광 장비의 엑시머 레이저가 24시간 연속 가동을 전제로 설계돼 온 만큼, 그 운용 노하우가 초전도선 제조 라인으로 옮겨 갈 여지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PLD가 다루는 소재의 범위

PLD는 REBCO 같은 고온 초전도체뿐 아니라 다이아몬드형 탄소(DLC), 페로브스카이트, 압전 소자용 소재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물질계와 맞물려 작동하는 성막 기법으로 꼽힌다. 다성분계 산화물이나 여러 층을 번갈아 쌓아 올리는 다층 박막 구조를 만들 때 특히 유용하다는 평가가 학계에서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2차원 소재 박막 제작에도 PLD를 적용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광원의 성능이 개선되면 그 혜택이 초전도선 한 품목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의미다.

평가 단계 진입의 의미

이번 설치로 프로젝트는 실제 PLD 박막 증착 공정 환경에서의 평가 단계로 넘어가게 됐다. 기가포톤은 프로젝트 관련 기관들과 협력해 레이저 작동 조건과 증착 공정 사이의 관계를 검증할 계획이며, 이는 고온 초전도선의 품질 향상과 대량 생산 기술 확립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에나미 타츠오 사장 겸 최고경영자는 “실제 박막 증착 공정 환경에 PLD용 엑시머 레이저를 설치하고 평가 단계에 착수한 것은 기가포톤에 있어 중요한 진전이다. 고온 초전도선 외에도, 우리는 기능성 박막, 첨단 전자 소재, 광학 소재 등 PLD 기술이 활용되는 광범위한 첨단 소재 분야에서의 응용을 기대하고 있다. 기가포톤은 관련 기관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고온 초전도선 양산 기술 확립에 기여하는 동시에 첨단 소재 산업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전도 테이프, 핵융합 상용화의 병목

고온 초전도 테이프는 최근 몇 년 사이 핵융합 상용화 논의의 중심에 올라섰다. 미국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스(CFS)가 매사추세츠주 데븐스에 건설 중인 토카막 SPARC는 자석 하나에만 270km에 달하는 고온 초전도 테이프를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치 한 기가 소화하는 물량이 이 정도라면, 상용로가 줄줄이 들어설 경우 전 세계 REBCO 생산 능력이 곧바로 한계에 부딪힌다는 계산이 나온다.

가격도 과제로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소형 핵융합 장치의 고온 초전도 자석 운전 조건을 기준으로 상용 REBCO 테이프 가격을 kA·m당 약 300달러 수준으로 보고 있으며, 고온 초전도 기반 핵융합 시스템이 사업성을 갖추려면 kA·m당 10달러 안팎까지 떨어져야 한다는 분석이 제시돼 왔다. 30배에 가까운 간극을 메우는 열쇠가 바로 성막 속도와 수율, 다시 말해 PLD 공정 기술이다. 기가포톤이 맡은 레이저 광원 개발이 단순한 부품 공급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 지점이다.

핵융합 외에도 고온 초전도선의 쓰임새는 넓다. 초전도 케이블을 활용한 전력 송전, 의료용 MRI 자석, 가속기용 자석, 자기부상 열차 등이 대표적이다. 양산 기술이 자리를 잡으면 연관 산업 전반으로 파급 효과가 번질 수 있다는 뜻이다.

리소그래피 너머로 넓어지는 사업 영역

기가포톤은 최근 몇 해 동안 주력인 반도체 노광용 광원 사업 바깥으로 보폭을 넓혀 왔다. 첨단 패키징 공정의 마이크로비아 가공용 엑시머 레이저를 미국 시장에 공급한 사례가 있고,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본사 신사옥을 세워 엑시머 레이저 광원 생산 능력을 확충하기도 했다. 이번 PLD용 L300KZ 역시 같은 흐름 위에 놓여 있다.

반도체 리소그래피에서 검증된 광원 기술을 소재 가공과 박막 증착으로 확장하는 전략은, 미세 공정 경쟁이 장비 업체에 요구하는 정밀도와 안정성이 다른 첨단 산업에서도 그대로 통한다는 판단에 기반한다. 회사가 EUV 광원, 첨단 패키징용 엑시머 레이저, 첨단 소재 가공을 나란히 신규 영역으로 제시하고 있는 배경이다.

기업 소개

2000년 설립된 기가포톤은 반도체 리소그래피용 KrF 및 ArF 엑시머 레이저 광원을 공급하는 선도 기업이다. 회사는 자사의 첨단 레이저 기술로 전 세계 반도체 제조업체가 생산성 향상과 품질 개선, 나아가 한층 지속가능한 제조를 실현하도록 돕고 있다. 기가포톤의 글로벌 서비스 네트워크는 반도체 제조업체의 장비 가용성과 안정적인 생산 운영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고객 중심 지원을 제공한다.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는 거의 모든 반도체 제조업체가 기가포톤 제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혀 왔다. 레이저 가동 시 운영비용과 환경 부하를 함께 줄이는 ‘그린 이노베이션’ 활동이 고객사의 호응을 얻으면서 점유율 확대로 이어졌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기가포톤은 레이저 및 리소그래피 기술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반도체 리소그래피를 넘어 EUV 광원, 첨단 패키징용 엑시머 레이저, 첨단 소재 가공 응용 분야 등 새로운 영역으로 역량을 확장하고 있다.

남은 관전 포인트

이번 평가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결국 두 가지로 모인다. 레이저 작동 조건을 어떻게 잡아야 REBCO 박막의 임계전류 특성이 최적화되는지, 그리고 그 조건을 장시간 라인 가동 중에도 흔들림 없이 유지할 수 있는지다. 앞의 질문이 소재 물성의 영역이라면, 뒤의 질문은 장비 신뢰성의 영역이다. 기가포톤이 반도체 노광 장비에서 다져 온 경쟁력이 후자에 몰려 있다는 점에서, 프로젝트 참여 기관들과의 공동 검증이 어떤 데이터를 내놓을지에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