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훈 | 기자 작성일 2026년 04월 25일
"이번 주말에 가족들이랑 여수로 여행 갈 건데 날씨 좀 봐주고 1박 2일 일정도 짜줘. 아까 읽던 미국-이란 협상 뉴스는 메일로 좀 보내놓고"
누군가에게 이렇게 시켰다간 핀잔이 돌아오겠지만, 구글 크롬에 새로 들어온 이 비서는 군말이 없었다. 오히려 "여수 밤바다의 낭만부터 싱싱한 먹거리까지 알차게 즐겨보세요"라며 살갑게 굴기까지 했다.
구글이 한국에 선보인 '제미나이 인 크롬(Gemini in Chrome)'을 직접 체험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브라우저 탭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던 번거로움은 줄었지만, 가끔 앞뒤 맥락을 혼동하는 아쉬운 면도 있었다.
"탭 옮기다 흐름 끊길 일 없네"… 제미나이 품은 크롬
가장 큰 변화는 크롬 우측 상단에 생긴 '제미나이에게 물어보기(Ask Gemini)' 버튼이다. 이를 누르면 화면 오른쪽에 슬라이드처럼 창이 열린다. 새 탭을 열고, 검색 결과를 복사·붙여넣고, 다시 원래 페이지로 돌아오는 번거로움이 사라졌다.
성능은 기대 이상으로 꼼꼼하다. 미국-이란 협상 뉴스를 띄워놓고 요약을 요청하자 최신 상황을 쟁점부터 전망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여수 가족 여행 계획을 물었을 때도 오동도, 향일암, 여수케이블카 등 핵심 명소와 추천 맛집, 별점 높은 숙소까지 줄줄이 엮어냈다. 웹서핑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는 점이 생각보다 강력한 장점이었다.
"메일 보냈어요"라더니 엉뚱한 링크… 아직은 잦은 오류
그러나 아직은 아쉬운 점도 눈에 띄었다. 여수 숙소 예약 페이지 링크를 메일로 보내달라고 하자 "메일 발송 완료"라고 답했지만, 막상 받은 메일에는 앞서 읽던 미국-이란 협상 뉴스 링크가 걸려 있었다. AI가 앞뒤 맥락을 혼동한 것이다.
이미지 생성 기능도 불안정했다. 이미지 생성을 요청하자 "일시적 제한이 있다"며 거부하거나, 완성됐다고 보내준 페이지 링크가 열리지 않는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구글이 강조해 온 맞춤형 AI 페르소나 기능 '젬스(Gems)'가 크롬 버전에는 아직 빠져 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이번 제미나이 인 크롬이 주목받는 이유는 '록인(Lock-in) 효과'에 있다. 전 세계 점유율 1위 브라우저인 크롬에서 AI 에이전트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면서, 이용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구글의 AI 생태계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검색, 요약, 일정 예약, 메일 초안 작성까지 한 흐름으로 이어지는 경험은 웹 서핑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