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아 | 기자 작성일 2026년 05월 22일
GC녹십자(대표 허은철)가 한국혈우재단,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삼성서울병원과 손잡고 세계 최초의 ‘AI 기반 혈우병 관절병증 예측 임상 의사결정 시스템(Clinical Decision Support System, 이하 CDSS)’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섭니다. 이번 사업은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첨단바이오 융합인재 양성 사업’ 과제로 선정돼, 22일 공식 추진 계획이 공개되었습니다.
30년치 환자 데이터로 ‘세계 최초’ AI 시스템 구축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국내 혈우병 환자들의 30년간 축적된 실사용 의료 데이터(Real-World Data, RWD)와 약 3000장 분량의 엑스레이(X-ray) 영상입니다. GC녹십자는 이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의 연령, 예방요법 시행 여부, 기존 관절 손상 정도 등 다양한 임상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미래에 발생할 관절 손상 진행 정도를 정량적으로 예측하는 머신러닝 모델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AI 기반 딥러닝 영상 분석 기술을 활용해 엑스레이를 자동 판독함으로써, 의료진의 혈우병 관절병증 진단을 보조하는 기능도 함께 구축합니다. 의료진은 환자의 현재 임상 상태와 관절 손상 정도를 바탕으로 향후 5년에서 최대 20년 이후의 관절 건강 상태를 예측할 수 있게 되며, 예방요법 시행 여부에 따른 예후 변화를 비교·분석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중증 혈우병 환자 70%가 겪는 ‘관절병증’
혈우병 관절병증은 혈우병 환자들이 가장 흔하게 겪는 합병증 중 하나로, 관절 내 반복적인 출혈로 인해 활막, 연골, 연골하골이 손상되며 진행됩니다. 국내 중증 혈우병 환자의 약 70%가 이 질환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발병률이 높은 편입니다.
문제는 관절 손상이 한 번 진행되면 통증과 운동 제한이 점차 심화돼 환자의 일상생활과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임상 현장에서는 환자별 장기적인 관절 손상 위험을 정량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표준화된 모델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예방 치료 시점이나 강도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왔습니다.
2028년 시스템 완성 목표~특허·인허가까지
GC녹십자가 공개한 추진 일정은 단계별로 명확합니다. 올해 말까지 혈우병 관절병증 예측 모델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에는 엑스레이 판독 기술과 CDSS 프로토타입 개발에 본격 착수합니다. 이후 2028년까지 시스템 구축을 완성하는 것은 물론, 특허 출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 준비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입니다.
회사 측은 이 CDSS가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과 조기 예방 치료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진단 보조 도구를 넘어, 의료진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환자의 관절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의사결정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관절 수술·입원 부담 줄여 삶의 질 높일 것”
최봉규 GC녹십자 AID(AI&Data Science) 센터장은 “AI 기술 기반으로 혈우병 환자의 관절 손상을 보다 조기에 예측하고 맞춤형 치료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궁극적으로는 관절 수술과 입원 부담을 줄이고 환자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GC녹십자 AID센터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R&D 부문 전 영역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신약 개발부터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 사이언스를 적용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AI-Medicine 신약 개발 전 주기 멀티 에이전트 AI 플랫폼’ 구축 과제에도 참여하며, AI 신약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6월 12일 심포지엄에서 중간 결과 공유
한편 GC녹십자는 오는 6월 12일 자사가 주최하는 혈우병 심포지엄에서 ‘Developing a Predictive Model for Arthropathy Risk in Korean Patients with Hemophilia’라는 주제로 이번 프로젝트의 중간 결과를 공유할 예정입니다. 이 자리에서는 그간 축적된 한국인 혈우병 환자 데이터의 특성과 예측 모델의 초기 성과가 공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트렌드와 맞닿은 행보
세계적인 제약사들은 단순히 치료제를 개발·출시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의사와 환자의 치료 만족도를 높이는 디지털 솔루션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습니다. GC녹십자의 이번 행보 역시 ‘치료제 + 디지털 솔루션’이라는 글로벌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희귀질환 영역에서 AI 기반 CDSS가 등장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는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혈우병 치료 가이드라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30년치 한국인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축되는 만큼, 향후 아시아권 임상 데이터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모델로의 확장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기업 소개
GC녹십자는 1967년 설립된 국내 대표 혈액제제·백신 전문 제약사로, 코스피 상장(006280)되어 있습니다. 본사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하고 있으며, 혈우병 치료제·면역결핍 치료제·독감 백신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바이오의약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AID(AI&Data Science) 센터를 중심으로 데이터 사이언스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투자도 확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