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진 | 기자 작성일 2026년 09월 02일
가온전선(대표 정현, 코스피 000500)이 배전용 저마찰 케이블의 적용 범위를 AI 데이터센터(AIDC)까지 넓히며 AI 전력 인프라 시장 공략에 한층 속도를 냈습니다. 회사는 반도체 공장에서 검증을 마친 저마찰 기술을 데이터센터 영역으로 확장해 제품군을 강화한다고 2일 밝혔습니다.
마찰 30% 줄인 저마찰 케이블, 시공 효율의 판을 바꾸다
이번에 적용 범위가 확대된 저마찰 케이블의 핵심은 외피 소재 개선에 있습니다. 케이블 표면의 소재를 새롭게 설계해 설치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을 기존 제품보다 약 30% 줄인 것이 특징입니다. 마찰이 감소하면 케이블을 한 번에 끌어당길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나는데, 가온전선은 이 기술을 통해 시공 거리를 최대 45%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공 거리가 늘어난다는 것은 단순히 작업이 편해지는 차원을 넘어섭니다. 케이블 포설 작업에 투입되는 인력과 시간이 줄어들고, 이는 곧 전체 공사비 절감으로 이어집니다. 대규모 전력 배선이 필요한 산업 현장일수록 이 같은 시공 효율의 차이는 사업 전체의 경제성을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반도체 공장에서 데이터센터로, 검증된 기술의 확장
가온전선의 저마찰 케이블은 하루아침에 등장한 제품이 아닙니다. 회사는 지난해 북미 반도체 공장에 저마찰 케이블을 공급하며 현장에서 기술력을 입증했고, 이번에 이를 AIDC용으로 확대 적용했습니다. 까다로운 반도체 생산 시설에서 성능을 검증한 만큼, 대용량 전력을 다루는 데이터센터 환경에서도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입니다.
저마찰 배전 케이블은 전 세계적으로도 북미와 유럽의 소수 업체만 생산·공급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입니다. 가온전선은 이 제품의 핵심 소재 기술에 대한 특허 등록을 완료하며 기술 진입 장벽을 확보했습니다. 소수 업체만이 다루는 시장에서 특허를 기반으로 한 독자 기술력을 갖춘 셈입니다.
AI 데이터센터가 키운 전력 배전 시장
가온전선이 저마찰 케이블 적용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AI 데이터센터 시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는 수천에서 수만 개에 이르는 GPU 서버가 동시에 가동되기 때문에 기존 데이터센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전력 밀도를 요구합니다. 대용량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분배하는 전력 인프라가 데이터센터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떠오른 이유입니다.
AIDC는 대용량 전력 공급을 위해 버스덕트(bus duct) 적용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버스덕트는 데이터센터 내부에서 전력을 각 서버와 랙으로 전달하는 설비로, 데이터센터의 ~혈관~에 비유됩니다. 다만 설계와 시공 여건에 따라 일부 구간에는 배전 케이블도 함께 사용되며, 가온전선은 저마찰 케이블이 이 지점에서 AIDC 전력 인프라 구축의 시공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성장하는 버스덕트 시장
시장의 성장 전망도 뚜렷합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버스덕트 시장 규모는 2025년 53억 달러에서 2032년 96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생성형 AI 확산과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가 이 같은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꼽힙니다. 전력 손실을 줄이면서 대용량 전력을 안정적으로 분배할 수 있고, 기존 케이블 대비 설치 기간이 짧아 서버 증설 시 전력 공급 라인을 쉽게 추가할 수 있다는 점이 버스덕트의 강점입니다.
버스덕트부터 LV·MV 케이블까지, 전력 인프라 풀라인업
가온전선의 AIDC 공략은 저마찰 케이블 한 제품에 그치지 않습니다. 회사는 LS전선의 기술 경쟁력과 미국 법인 LSCUS의 현지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미국 빅테크와 AI 클라우드 사업자에 AIDC용 버스덕트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앞서 가온전선은 미국 초대형 AI 데이터센터에 2000억 원 규모의 버스덕트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북미 시장 공략의 발판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미국 빅테크의 AIDC용 발전소에는 저전압(LV) 케이블을 공급했으며, LSCUS는 변전소와 AIDC 캠퍼스를 연결하는 중전압(MV) 케이블 공급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가온전선은 버스덕트부터 LV·MV 케이블, 저마찰 배전 케이블에 이르기까지 AIDC 전력 인프라 전반을 아우르는 제품군을 갖추게 됐습니다. 데이터센터 외부의 변전 설비부터 내부의 서버 랙까지, 전력이 흐르는 전 구간을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 것입니다.
정현 가온전선 대표는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반도체, 배터리 공장 등 대규모 산업시설에서 시공 효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배관일체형(ACF) 케이블, 저마찰 케이블, 케이블버스 등 차별화된 특수 배전 제품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기업 소개
가온전선은 국내 대표 전선·케이블 전문 기업으로, LS전선을 중심으로 한 전선 사업 그룹의 일원입니다. 배전 케이블과 특수 케이블 분야에서 오랜 기술력을 축적해 왔으며, 최근에는 미국 자회사 LSCUS를 통해 북미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LSCUS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확보한 버스덕트 장기 공급 계약 규모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온전선은 배관일체형(ACF) 케이블, 저마찰 케이블, 케이블버스 등 차별화된 특수 배전 제품을 앞세워 AI 시대의 전력 인프라 수요에 대응하며 글로벌 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