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희 | 기자 2026년 04월 10일

파이어버스터 김승연 대표가 스키핑 방지 스프링클러 '제트버스터'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기초 소방 설비인 소화기와 스프링클러가 확실히 작동하면, 소방관이 올 필요가 없습니다."
파이어버스터 김승연 대표의 말은 단순하지만 무겁다. 소방 스프링클러는 50년 동안 기본 기술이 바뀌지 않았고, 현장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같은 이유의 실패가 반복돼 왔다. 파이어버스터는 그 구조적 한계를 정면으로 해결하고 있는 소방 안전 혁신 기업이다.
파이어버스터의 시작은 김승연 대표의 아버지 김진태 CTO에게서 비롯됐다. 30년간 화재 현장을 누빈 소방관 출신으로, 퇴직 후에도 소방특급 관리자로 10년을 더 현장에서 보낸 소방 분야의 산증인이다. 김진태 CTO가 수십 년간 반복적으로 목격한 것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는데도 불이 꺼지지 않는 '스키핑 현상'이었다. 국제방화협회(NFPA) 조사에 따르면 스프링클러 미작동 원인의 79%가 이 스키핑 현상에서 비롯된다.
아들 김승연 대표가 2019년 아버지를 핵심 멤버로 모시고 창업에 나서면서 파이어버스터가 탄생했다.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이 스키핑 방지 헤드 이음식 소방밸브 '제트버스터(JET BUSTER)'다. 기존 스프링클러는 각 헤드가 개별적으로 열을 감지해 작동하지만, 제트버스터는 1차로 열기를 감지한 폐쇄형 주 헤드가 개방되면 배관 내 소화수의 압력 변화를 감지해 연결된 모든 종속 헤드가 일제히 작동한다. 열 감지가 아닌 유체 압력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스키핑 현상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기술력은 국내외에서 검증됐다. 국내 특허 2건과 미국·유럽·중국·일본·인도네시아·베트남 등 해외 특허 4건을 보유하고 있으며, 소방청 소방 신제품 인정(2023년), 산업통상자원부 신기술(NET) 인증(2023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 인증(2023년), 조달청 혁신제품 인증(2024년)까지 주요 정부 기관의 공식 인정을 잇달아 획득했다.
제트버스터가 가장 먼저 주목받은 분야는 전기차 화재다. 차량 상부에 설치된 주 헤드가 화재를 감지하면 연결된 여러 종속 헤드가 동시에 작동해 차량 전체를 감싸듯 물을 분사하는 구조다. 이미 광주 교통공사 지하 전기차 주차구역, 씨젠 의료재단 서울 본원 전기차 주차구역 등에 실제 설치돼 성능을 입증하고 있다.
파이어버스터는 경북대학교 창업지원단의 창업도약패키지를 통해 제품 고도화의 전환점을 맞았다. 기존 70% 수준이던 효율을 80~90%까지 끌어올렸고, 시금형 전면 개편을 통해 유지보수를 용이하게 하고 안전도를 50% 이상 높이는 성과를 냈다.
김 대표는 "우리가 만드는 것은 단순히 불을 끄는 기술이 아니다. 사람들이 안심하고 잠들 수 있는 밤, 누군가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지 않을 골든타임을 만드는 것"이라며 "기술과 안전 문화를 함께 키워나가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