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희 | 기자 작성일 2026년 03월 23일

익시드테크가 개발한 AI4CE는 1,000권 이상의 군사 교범을 데이터화한 지능형 전술 보조 플랫폼이다.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종이 교범과 보드마카로 전술을 토의하는 아날로그 방식의 훈련은 우리 군의 익숙한 풍경이다. 방위산업의 하드웨어는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으나, 이를 운용하는 무형의 지식 체계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전수하고 자산화할 것인가는 여전한 과제다. 익시드테크는 이러한 현장의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지능형 교리 지원 플랫폼 AI4CE를 선보였다.
AI4CE: 온디바이스 환경에서 구현된 지능형 전술 보조 시스템
익시드테크가 개발한 AI4CE는 군의 방대한 교리 지식을 데이터화하여 지휘관의 의사결정을 실무 차원에서 돕는 플랫폼이다. 사용자가 특정 전술 상황이나 절차를 입력하면, AI4CE는 학습된 교범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합한 행동 수칙과 법적·교리적 근거를 즉각적으로 도출한다. 기존 방식이 키워드 매칭에 그쳤다면, AI4CE는 지휘관이 직면한 전술 상황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에 부합하는 교범 핵심 조항을 제시한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이 플랫폼의 기술적 강점은 인터넷 연결이 차단된 폐쇄망 환경에서도 구동되는 온디바이스 AI다. 군사 보안상 외부 서버와의 통신이 불가능한 현장 특성을 고려해, 모든 연산과 데이터 처리는 단말기 내부에서 완결되도록 설계됐다.
최강근 대표는 "AI4CE는 단순히 정보를 빠르게 보여주는 도구가 아니라, 복잡한 전술 상황에서 지휘관이 교리에 입각한 최선의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지능형 인터페이스"라고 설명했다.
"99%의 교육은 왜 데이터로 남지 않는가"
AI4CE의 탄생 배경에는 최 대표의 10년 군 복무 경험이 있다. 그는 군 조직의 주요 업무가 학습과 훈련임에도 불구하고, 축적된 전문 지식이 체계적으로 보존되지 못하는 구조적 비효율을 목격했다. 장교들이 수많은 교범을 탐독하고 치열한 상황 토의를 거치며 도출한 의사결정 맥락과 아이디어들이 기록으로 남지 못한 채 흩어지곤 했다.
결정적 전환점은 2025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열린 '내셔널 시큐리티 해커톤(National Security Hackathon)'이었다. 최 대표는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과 국방 전문가들이 AI를 활용해 전술적 난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목격하며 기술의 진정한 역할을 깨달았다. "기술의 목적은 병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병사가 살아남도록 돕는 것"이라는 현장의 말이 그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자발적 확산이 증명한 현장 필수 도구
AI4CE는 초기 20명을 대상으로 한 파일럿 테스트에서 현재 300명 이상의 자발적 사용자로 확산됐다. 특히 교육 과정이 끝난 뒤에도 실무에서 전술 지식을 검토하거나 근거를 확인하기 위해 플랫폼에 다시 방문하는 패턴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 대표는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단순한 접속 횟수가 아니라, 사용자가 교리적 확신을 얻기 위해 다시 돌아온다는 점"이라며 "현장의 목소리는 명확하다. 단순히 빠른 검색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을 뒷받침할 확실한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익시드테크의 최종 비전은 AI가 인간을 대신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지식의 격차를 줄여 모든 장병의 생존률을 높이는 데 있다. 최 대표는 "AI는 지휘관의 판단을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지휘관이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파트너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