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진 | 기자 작성일 2026년 08월 28일

디에스엠이 제네시스 GV90 네오룬에 공급하는 파워 회전 시트 메커니즘 (자료 제공: 디에스엠)
정밀부품 기업 디에스엠(DSM·104040)이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전동화 SUV ‘GV90 네오룬’에 들어가는 전동식 스위블링 시트의 핵심 부품 공급을 확정했습니다. 디에스엠은 현대트랜시스와 약 4년간 공동 개발한 파워 회전 시트 메커니즘의 성능검증을 마쳤다고 지난 28일 발표했으며, GV90 네오룬의 생산 일정에 맞춰 올해 4분기 양산 체제를 가동할 계획입니다.
앞좌석이 180도 돌아 마주 보는 ‘라운지’가 되는 자리
전동화 차량은 엔진과 변속기 같은 대형 부품이 사라지면서 실내 공간을 훨씬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시트는 단순히 탑승자를 지지하는 고정 장치를 넘어, 좌석 배치 자체를 바꾸는 가동형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정차 중 앞좌석을 180도 돌려 1열과 2열 탑승자가 서로 얼굴을 마주 보게 만들면, 차 안이 곧바로 라운지형 공간으로 바뀌는 방식입니다.
이 기능을 실제로 구현하려면 단순히 모터를 돌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시트의 회전 경로를 정확히 잡아야 하고, 회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격과 흔들림을 억제해야 하며, 탑승자가 원하는 위치에서 좌석이 단단히 고정되는 성능까지 확보해야 합니다. 디에스엠이 공급하는 부품은 바로 이러한 회전 동작을 물리적으로 완성하는 시트 하부의 핵심 메커니즘입니다. 모터의 동력을 시트 회전으로 전달하고, 회전을 마친 좌석이 정해진 위치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고정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현대차그룹 최초의 전동식 스위블링 시트
제네시스는 지난 20일 GV90 네오룬과 일반형 GV90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GV90은 2024년 선보인 네오룬 콘셉트를 바탕으로 개발한 양산 모델이며, 이 가운데 GV90 네오룬에는 B필러를 차체 내부에 숨기고 앞뒤 문이 서로 마주 보며 열리는 ‘네오룬 아치 게이트’가 적용됐습니다. 일반형 GV90은 기존 방식의 스윙 도어를 사용합니다.
GV90 네오룬의 앞좌석에는 현대자동차그룹 최초로 전동식 스위블링 시트가 탑재됩니다. 정차 상태에서 도어 트림의 버튼을 누르면 앞좌석이 180도 회전해 2열 승객과 마주 보는 좌석 배치가 완성되며, 탑승자는 이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휴식과 업무를 병행할 수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GV90 네오룬은 이 스위블링 시트 외에도 사고 발생 시 루프 글라스 전체를 덮는 ‘루프 에어백’을 세계 최초로 적용하는 등, 플래그십 모델답게 안전과 공간 활용 측면에서 여러 신기술을 집약한 차량으로 평가받습니다.
4년간의 공동 개발, 올해 4분기 양산 착수
디에스엠은 2022년부터 현대트랜시스와 해당 부품을 공동 개발해 왔습니다. 약 4년에 걸쳐 양산차에 적용하는 데 필요한 성능과 내구성을 검증했으며, GV90 네오룬의 생산 일정에 맞춰 올해 4분기부터 양산 체제를 본격 가동한다는 계획입니다.
회전 시트 메커니즘은 시트 자체의 무게는 물론 탑승자의 하중까지 견디면서, 반복적인 회전 동작 속에서도 작동 정확도와 고정 성능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만큼 금형 제작과 부품 가공, 조립 정밀도가 한꺼번에 요구되는 고난도 부품입니다.
정밀 금형·파인블랭킹에서 전동 구동 부품으로
디에스엠은 자동차용 정밀 금형과 파인블랭킹을 기반으로 성장한 부품 제조기업입니다. 파인블랭킹은 금속을 프레스로 절단하면서 매끄러운 절단면과 높은 치수 정밀도를 동시에 확보하는 가공 기술로, 강성과 정밀도가 요구되는 시트와 도어 부품 등에 폭넓게 쓰입니다. 이번 회전 시트 메커니즘은 이러한 기존 금속 가공 역량을 전동 구동 기능과 결합해, 모빌리티 부품 영역으로 확장한 결과물입니다.
디에스엠은 지난 6월 파워 회전 시트 메커니즘의 양산 계획을 처음 공개하면서 제품 개발과 생산설비 구축에 약 50억원을 투입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에는 적용 차종을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전기차’라고만 소개했는데, 이번 발표를 통해 그 공급 대상이 GV90 네오룬이라는 점을 구체화했습니다.
기업 소개 — 대성정밀에서 피지컬 AI 기업으로
디에스엠의 뿌리는 1988년 설립된 자동차 정밀부품 기업 대성정밀입니다. 이후 2000년 대성파인텍으로 전환했고, 2009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습니다. 회사는 2026년 4월 사명을 대성파인텍에서 디에스엠(DSM)으로 변경했는데, 이는 기존 자동차 정밀부품 제조를 넘어 스마트 모빌리티 제조와 피지컬 AI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경영 방향을 반영한 결정입니다. 실제로 회사는 모빌리티와 에너지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전기차·자율주행차용 프리미엄 시트 메커니즘 부품 공급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실적 기여도는 향후 생산량에 좌우
이번 공급은 디에스엠이 기존 정밀부품 제조에서 전동식 시트 메커니즘으로 제품군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차량의 전동화와 운전자 보조 기술이 발전할수록 실내 공간을 휴식과 업무, 엔터테인먼트에 활용하려는 수요도 커질 수 있으며, 좌석의 회전과 이동, 자세 전환을 지원하는 메커니즘은 이러한 실내 변화와 직접 맞닿아 있는 부품군이기 때문입니다.
디에스엠은 GV90 적용 경험을 발판 삼아 프리미엄 전기차와 미래 모빌리티에 쓰이는 시트 메커니즘 사업을 넓혀 나갈 방침입니다. 정밀 금형과 파인블랭킹 기술을 전동 구동 부품에 접목해 고부가가치 자동차 부품의 비중을 높인다는 전략입니다.
다만 이번 발표에는 GV90용 메커니즘의 공급 물량과 계약 금액, 예상 매출 규모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실제 실적 기여도는 GV90 네오룬의 생산량과 현대트랜시스의 발주 규모, 양산 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김병준 디에스엠 대표는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 전동화 SUV 모델인 제네시스 GV90 네오룬에 당사의 시트 메커니즘 기술이 적용되면서 그동안 축적해온 정밀부품 기술력과 연구개발 역량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며 “전동화와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따라 차량 내 공간 활용성과 사용자 경험이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프리미엄 시트 메커니즘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모빌리티 부품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