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아 | 기자 작성일 2026년 04월 17일
SNS에서 '의사 남편'을 내세운 콘텐츠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명품 쇼핑, 고급 호텔 방문, 한강뷰 아파트 등 고가 소비를 보여주며 의사 남편을 둔 삶을 과시하는 영상들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의사 남편' 콘텐츠 봇물…600만~700만 조회 기록
16일 SNS에 '의사 와이프, 의사 아내'를 검색하면 '연봉 25억 의사 남편의 현모양처 브이로그', '의사 남편을 둔 트리마제 사는 전업주부의 일상은?' 등의 콘텐츠가 즐비하다. 이 같은 영상들은 많게는 600만~700만 회에 이르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연봉 25억 의사 남편의 현모양처 브이로그'는 조회수 628만 회를 기록했다. 집안일 하는 영상 속 주인공 뒤에는 한강뷰가 보이는 고급 아파트가 등장하며, 댓글에는 "부럽다"와 "허영심 끝판왕이다" 등 상반된 반응이 달렸다.
'나는 어떻게 의사와 결혼했는가' 강의까지 등장해 논란
심지어 의사와 결혼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강의까지 등장해 논란이 됐다. 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는 '나는 어떻게 의사와 결혼했는가'라는 제목의 강의가 게재됐고, 오픈 기념 할인가로 기존 9만9천원의 강의료를 4만9천원으로 책정했다고 안내했다. 스페셜 프로그램으로는 '피부 시술 정리본과 체중 관리 꿀팁' PDF를 무료 배포한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비난이 빗발치자 현재 해당 강의는 플랫폼에서 중단된 상태다. 플랫폼 고객센터는 "메이커(강의 제작자)님의 요청으로 중단되었다"고 밝혔다.
결혼정보회사·병원 홍보용 콘텐츠 의혹도
영상 속 인물들이 진짜 의사의 아내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얼굴을 가린 채 등장하거나 남편과의 일상보다는 고가 소비 장면 위주로 구성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문직 배우자 콘텐츠가 결혼정보회사의 유튜브 채널에서 홍보 목적으로 만들어진 뒤 숏폼으로 확장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전문가 "왜곡된 가치관 조장 우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전문직 배우자 콘텐츠는 사람들의 호기심과 부러움을 자극하는 소재가 결합한 결과"라며 "결혼이나 직업을 지나치게 돈과 연결해 보여주는 방식은 직업과 관계의 상업화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이어 "이 같은 콘텐츠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관계의 본질보다 소비와 조건이 더 중요한 가치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청년층의 불안한 현실과 맞물리면서 결혼이 감정적 결합이 아닌 '생존 전략'처럼 인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직장인 박모(33) 씨는 "표현 방식은 자극적이지만 배우자의 직업이나 경제력, 집안을 보는 건 사실 대부분 하는 것"이라며 "예전에는 점잖게 표현했을 뿐, 지금은 SNS로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4월 발표된 인구보건복지협회 제2차 국민인구행태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희망하는 남성 조건으로 '직업을 가져야 함' 95.4%, '충분한 소득' 91.2%가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