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현 | 기자 작성일 2026년 09월 28일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데우스 본사에서 열린 불칸K-데우스 업무협약식에서 왼쪽부터 이종철 국일인토트 대표이사, 류기훈 데우스 대표이사, 박정인 불칸K 대표이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풀스택 플랫폼 기업 데우스(대표이사 류기훈)와 패시브 방화 솔루션 프로바이더 불칸K(대표이사 박정인)가 AI 데이터센터의 화재 안전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습니다.
양사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데우스 본사에서 협약식을 열었습니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와 모듈러 AI 데이터센터에 적용할 화재확산방지 솔루션을 함께 개발하고 시장을 넓히는 데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이날 협약식에는 불칸K의 모기업인 국일인토트 이종철 대표이사도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40피트 모듈에 담은 올인원 AI 인프라
이번 협력의 중심에는 데우스가 준비해 온 모듈러 AI 데이터센터가 있습니다. 전력·냉각·IT·소방·관제 등 주요 설비를 40피트급 모듈 하나에 통합한 올인원 솔루션입니다. 공장에서 제작과 사전 시험을 마치고 현장에 들어가는 방식이라 현장 공정이 줄어듭니다. 계약 시점부터 서비스 개시까지 약 6개월을 목표로 잡고 신속한 AI 인프라 구축을 지원합니다.
기준 구성은 300KW급 IT 부하와 GPU 랙당 135KW를 수용합니다. 여기에 직접 액체냉각(DLC)을 적용해 고밀도 AI 환경에 대응하도록 설계됐습니다. 수요가 늘면 모듈을 단계적으로 증설할 수 있어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추면서도 유연하게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랙당 100KW를 넘어서는 전력밀도는 더 이상 예외적인 수치가 아닙니다. 2017년만 해도 표준 서버 랙의 전력밀도는 15KW 수준에 머물렀지만 엔비디아 GB200 NVL72 랙은 130KW대를 소비합니다. 업계에서는 차세대 제품군이 랙당 수백 KW대로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공랭만으로는 감당이 어려워지면서 액체냉각 도입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전 세계 AI 칩에 액체냉각을 적용하는 비중이 지난해 33%에서 내년 59%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고밀도화가 키운 화재 리스크
AI 서버가 고밀도화하면서 전력·냉각 설비에 요구되는 수준도 함께 높아졌습니다. 그만큼 서비스 연속성을 지키기 위한 화재 안전 대책의 비중도 커졌습니다. 무정전전원장치(UPS)용 배터리와 IT 장비, 케이블 등에서 시작된 불이 인접 설비와 구역으로 번지는 것을 억제하는 패시브 방화(Passive Fire Protection) 기술이 그중 하나로 꼽힙니다.
패시브 방화는 스프링클러나 가스소화설비처럼 화재를 감지해 작동하는 능동형 설비와 달리 소재와 구조 자체로 열과 화염을 막아 세우는 방식입니다. 설비가 작동하지 않는 정전 상황에서도 기능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전산실 같은 공간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국내에서도 데이터센터 화재의 파급력을 확인한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에서 UPS 리튬이온 배터리가 폭발하며 시작된 화재로 정부 업무 시스템이 장시간 멈춰 섰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한 번 불이 붙으면 내부에서 연쇄 화학반응이 일어나며 온도가 1000℃ 가까이 치솟는 열폭주 현상을 보입니다. 해외 설계 기준에서는 NFPA 855, UL 9540A 등을 통해 배터리 랙 사이에 1시간 이상 내화구조를 두거나 3피트(약 0.9m) 이상 이격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설계 역량과 소재 기술의 결합
양사는 데우스의 데이터센터 통합 설계·구축 역량과 불칸K의 내화·차열 소재 기술을 결합합니다. 데우스의 올인원 모듈러 AI 데이터센터에 화재확산방지 솔루션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구상입니다.
데우스 모듈러 AI 데이터센터에 적용을 검토 중인 불칸K 솔루션은 다음과 같습니다.
- 컨테이너 외피 차열 코팅
- 내부 차열·단열 패널
- 랙 통기부 화염 차단재
- 케이블·부스바 보호시트
- 케이블 관통구 내화 채움재
- 해치·도어 내화 씰링재
이들 솔루션은 적용 부위에 맞춘 내화·차열·단열 및 화염 차단 기능을 갖췄습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열과 화염이 인접 설비와 구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억제하도록 설계됩니다. 모듈러 데이터센터는 컨테이너 형태의 폐쇄 구조라 한 모듈 안에서 발생한 열이 빠져나가기 어렵습니다. 외피와 내부 패널, 관통부를 동시에 다루는 접근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커지는 AI 데이터센터 시장과 모듈러 방식
모듈러 데이터센터는 주요 설비를 표준화된 모듈 단위로 공장에서 만든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입니다. 전통적인 건축형 데이터센터가 부지 확보와 인허가, 골조 공사까지 수년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구축 기간을 크게 압축할 수 있습니다. 최근 국내 통신·클라우드 업계에서도 AI 데이터센터를 모듈러 방식으로 짓는 시도가 늘고 있습니다. GPU 수요가 몰리는 속도를 건물 공사 일정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배경입니다.
시장 전망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합니다. 업계 조사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25년 394억 9000만 달러에서 2026년 494억 9000만 달러로 늘고 2031년에는 1529억 1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내에서도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이 함께 추진하는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사업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습니다.
다만 구축 속도에 초점이 쏠리는 사이 안전 설계가 뒤로 밀린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모듈러 구조는 좁은 공간에 고출력 설비가 밀집해 있어 한 지점에서 시작된 화재가 모듈 전체로 번질 여지가 있습니다. 설계 단계부터 내화 성능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이번 협약처럼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자와 방화 소재 기업이 초기 설계 단계에서 손을 잡는 사례는 아직 많지 않습니다.
기업 소개
데우스
2018년 설립된 데우스는 데이터센터 부지 발굴과 기획·설계, 설비(MEP) 구축, IT 인프라, 운영, 테넌트 유치까지 사업 전주기를 지원하는 데이터센터 전문기업입니다. 최근 Series A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습니다. 국내 데이터센터 전문 기업 가운데 기획 단계부터 운영까지를 한 흐름으로 묶어 제공하는 사업 모델을 일찍 내세운 곳으로 꼽힙니다.
불칸K
불칸K는 국일인토트 그룹이 45년간 축적해 온 내화 기술을 기반으로 한 패시브 방화 솔루션 프로바이더입니다. 국내 유수 대기업과 다양한 현장에 패시브 방화 제품을 공급해 온 기술력을 갖췄습니다. 대표 브랜드 불스탑(BULSTOP)을 앞세워 독일·일본·대만 등 해외 시장에 진출했고 콘센트용 화재 차단 스티커 등 패시브 방화 제품으로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모기업 국일인토트는 배관·덕트 관통부를 타고 번지는 화재를 차단하는 내화채움소재를 상용화해 온 방화소재 전문기업입니다.
양사 대표 발언
류기훈 데우스 대표이사는 “AI 데이터센터는 구축 속도와 고밀도 대응뿐 아니라 운영 안정성이 중요하다”며 “불칸K의 내화·차열 기술을 통합 설계에 반영해 고객이 보다 안전하게 AI 인프라를 구축·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정인 불칸K 대표이사는 “축적해 온 소재 기술과 데우스의 데이터센터 구축 역량을 결합해 현장에 적합한 화재확산방지 솔루션을 개발하겠다”며 “이를 기반으로 국내외 시장의 적용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AI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면서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의 초점도 전력 확보와 냉각 성능을 넘어 운영 안정성으로 옮겨가는 흐름입니다. 이번 협약이 모듈러 AI 데이터센터의 화재 안전 설계에 어떤 기준을 제시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