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준 | 기자 작성일 2026년 09월 29일
대웅제약이 인천 송도에 첨단바이오의약품 제조소를 새로 짓고 지난 28일 개소식을 열었다. 정부의 첨단재생의료 육성 정책에 발맞춰 난치성 질환 환자를 위한 근본 치료제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 아래 본격적인 가동 준비에 들어갔다.
연세대 국제캠퍼스 안에 들어선 무균 제조 거점
이번에 문을 연 바이오 제조소는 인천 송도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안에 자리 잡았다.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의 무균 제조 설비와 품질관리 시스템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주요 생산 품목은 임상연구용 줄기세포와 면역세포 제품이다. 대웅제약은 연내 첨단바이오의약품 제조 및 처리를 위한 법적 허가 절차를 마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세포치료제는 살아 있는 세포를 원료로 다루기 때문에 일반 합성의약품보다 훨씬 까다로운 제조 환경이 요구된다. 배양부터 충전까지 전 공정에서 오염을 차단하는 무균 관리 체계가 품질의 핵심으로 꼽힌다. 대학 캠퍼스 안에 제조소를 둔 점도 눈에 띈다. 연구자와 임상 현장이 물리적으로 가까워 세포 수급과 품질 검증 과정의 시간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구조다.
용인에서 쌓은 10년, 송도로 잇는다
대웅제약은 그동안 용인 바이오센터를 중심으로 10년 넘게 줄기세포와 면역·유전자 치료제 연구 기반을 넓혀 왔다. 용인 바이오센터는 유도만능줄기세포와 배아줄기세포, 제대·지방 유래 중간엽줄기세포를 비롯해 면역세포 분리·배양과 세포주 확립 기술을 다뤄 왔다. 최근에는 연구 범위가 세포치료제를 넘어 오가노이드와 엑소좀, 세포 유래 분비체로도 확장되는 추세다.
이번 송도 제조소 구축은 그렇게 축적한 연구 성과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단계로 연결하려는 포석이다. 임상연구에 필요한 첨단바이오 물질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기반을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다. 연구는 용인에서, 임상연구용 제품 생산은 송도에서 담당하는 이원 구조가 완성된 셈이다.
대웅제약은 국내 거점 강화에 그치지 않고 인도네시아 등 해외 거점과 연계해 연구·임상·생산을 아우르는 글로벌 바이오 네트워크를 넓혀 나갈 방침이다.
산·학·연·병 오픈이노베이션으로 확장
회사는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가 보유한 연구·의료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 내 대학·연구기관·의료기관과 오픈이노베이션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병원을 잇는 산·학·연·병 협력 구도를 통해 연구 성과가 실제 임상과 치료로 이어지는 첨단재생의료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개소식에는 보건복지부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 연세대학교 등 유관 기관 주요 관계자 3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제조시설을 직접 둘러본 뒤 첨단바이오 연구와 임상을 연계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준미 보건복지부 재생의료정책과장은 축사에서 “대웅제약의 송도 바이오 제조소가 단순한 생산 시설을 넘어 연구와 임상을 연결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제 치료로 구현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기를 바란다”며 “첨단 바이오 분야에서 중요한 것은 환자의 안전과 신뢰인 만큼, 철저한 품질 관리와 높은 수준의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 첨단 재생의료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시설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성수 대웅제약 대표는 “송도 첨단바이오의약품 제조소는 대웅제약의 첨단바이오 연구 성과를 속도감 있게 임상으로 연결하는 핵심 거점이 될 것”이라며 “용인과 송도를 잇는 임상연구용 인프라를 바탕으로 우수한 연구진 및 거점 의료기관과 협력해 바이오 생태계와 함께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도 변화가 만든 판
제약업계가 첨단재생의료 분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배경에는 제도 변화가 있다. 개정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이른바 첨생법은 2025년 2월 21일 시행됐다. 개정 전에는 일부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 목적으로만 쓸 수 있었던 첨단재생의료가 연구대상자 제한이 사라지면서 임상연구의 문이 넓어졌다.
개정안은 임상 단계에 있는 세포·유전자치료제와 조직공학제제, 첨단바이오융복합제제 등을 치료 목적으로도 쓸 수 있게 허용했다. 중대·희귀·난치 질환 환자에게 치료 대안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동시에 안전성을 담보할 종합 안전관리체계와 적정 치료비용 청구 체계도 함께 정비됐다.
정부는 제2차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기본계획(2026~2030)을 수립해 환자가 체감하는 치료 성과와 연구·산업의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장은 얼마나 커지나
글로벌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은 2026년 72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도 같은 기간 6배 이상 성장해 4500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첨단재생의료 분야 기업 수는 2023년 76개에서 2025년 138개로 2년 만에 약 80% 늘었다. 초기 산업 생태계가 빠르게 두터워지고 있다는 신호다.
제품화 성과도 나오고 있다. 2026년 4월에는 국내 개발 최초의 CAR-T 치료제인 ‘림카토주’가 품목허가를 받았다.
송도라는 선택
대웅제약이 송도를 택한 이유는 이 지역이 이미 국내 최대 바이오 집적지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올해 송도 바이오클러스터의 바이오의약품 총생산능력은 115만5000ℓ에 이르고 2030년에는 214만ℓ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첫 공장이 가동을 시작한 2010년대 초 5만ℓ에서 2015년 33만ℓ, 2020년 56만ℓ를 거쳐 10여 년 만에 20배 이상 커진 수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송도에서 항체의약품 분야 세계 1위 수준인 78만ℓ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송도 1호 입주 기업인 셀트리온은 1·2공장 19만ℓ에 이어 2024년 말 3공장 6만ℓ가 상업 생산에 들어가면서 총 25만ℓ 체제를 갖췄다. 여기에 롯데바이오로직스까지 합류했다.
다만 대웅제약의 송도 제조소는 이들 대형 CDMO와 성격이 다르다. 항체의약품을 대량 위탁생산하는 시설이 아니라 임상연구용 세포치료제를 만드는 거점이다. 규모보다 속도와 연계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기업 소개
대웅제약은 박성수·이창재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는 코스피 상장사(종목코드 069620)다.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는 수출을 앞세워 누적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나보타 매출은 2023년 약 1408억원에서 2024년 약 1864억원, 지난해 약 2289억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수출액도 약 1141억원에서 약 1560억원, 약 1931억원으로 증가했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는 출시 3년 차인 2024년 국내와 글로벌 합산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블록버스터 반열에 올랐다.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적 면에서도 흐름은 나쁘지 않다. 대웅제약의 2026년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6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7% 늘었고 매출액은 4485억원으로 10.6% 증가했다. 별도 기준으로는 매출 4002억원, 영업이익 771억원을 기록해 영업이익이 23.4% 뛰었다.
합성의약품과 보툴리눔 톡신에서 벌어들인 현금을 세포·유전자치료제라는 차세대 영역에 투입하는 구도다. 송도 제조소는 그 전환의 첫 물리적 결과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