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2026. 04. 05.

가정폭력 사각지대가 부른 비극…대구 '캐리어 시신' 사건 전말

by 이민아 (기자)

#사회문화#가정폭력#대구#존속살해#사건사고

이민아 | 기자 작성일 2026년 04월 05일

지난달 31일 대구에서 발견된 '캐리어 시신' 사건의 피해자인 50대 여성이 수개월간 사위로부터 지속적인 폭행을 당하면서도 병원 치료 한번 받지 못한 채 보호 사각지대에 방치됐다가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5일 대구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존속살해 및 시체유기 혐의로 구속된 사위 조모(27)씨가 장모 A씨(사망 당시 54세)를 폭행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부터입니다.

A씨는 딸 최모(26)씨가 작년 9월 혼인 직후부터 남편에게 폭력을 당하자 이를 보호하려는 이유로 대구 중구의 비좁은 원룸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조씨는 지난 2월 이사 이후 갖은 꼬투리를 잡으며 장모를 무차별 폭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피해자 딸 최씨는 남편의 보복이 두려워 이러한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A씨는 제대로 된 병원 치료를 받지 못했고, 지난달 18일 원룸 안에서 1시간 넘게 폭행당하다가 결국 사망했습니다. 시신에서는 갈비뼈와 골반 등 여러 부위에 다발성 골절이 발생했으며, 사인은 외력에 의한 다발성 손상사로 추정됩니다.

사망 당일 조씨는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여행용 캐리어에 A씨 시신을 넣어 딸 최씨와 함께 도보 10~20분 거리에 있는 대구 북구 칠성동 신천에 유기했습니다. 캐리어는 세로 50여 cm, 가로 40여 cm, 두께 30cm 규모였습니다.

유기된 시신은 2주가량 지난 지난달 31일 유기 장소에서 약 100m 떨어진 하류에서 발견됐습니다. 지난달 30일 대구에 비가 많이 내려 수심이 높아지면서 캐리어가 떠내려왔고, 하천 가운데 돌에 걸려 있는 상태로 지나가던 시민에게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시민 신고로 수사에 착수, 당일 오후 조씨 부부를 긴급체포했습니다. 지난 2일 조씨는 존속살해·시체유기 혐의로, 최씨는 시체유기 혐의로 각각 구속됐습니다.

경찰은 현재 조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등 추가 수사와 사인 규명을 위한 추가 부검을 진행 중이며, 이르면 오는 8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