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2026. 04. 05.

숫자 이면의 성실함에 배팅한다 — 크레파스솔루션 김민정 대표의 대안신용평가 철학

by 윤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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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희 | 기자 작성일 2026년 04월 05일

크레파스솔루션 김민정 대표 대안신용평가

크레파스솔루션 김민정 대표는 디지털 행동 패턴을 분석해 금융 소외 계층의 신용을 평가하는 STEPS 모델을 개발했다.

"과거의 실수가 평생의 족쇄 되는 '금융의 역설'"

1990년대 대한민국에 선진 신용평가 시스템을 처음 이식했던 크레파스솔루션 김민정 대표. 안정적인 컨설팅 시장의 권위자였던 그가 핀테크라는 험지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김 대표가 쏘아 올린 '대안신용평가'의 파장이 던지는 묵직한 질문을 담았다.

크레파스솔루션이 등장하기 전, 국내 금융은 차가운 기록의 요새였다. 성실하게 살려 노력하지만 잠시 가계 형편이 어려워져 며칠 연체한 청년에게 금융의 문은 단호히 닫혔다. 한 번 깎인 신용점수를 회복하는 데는 평균 2년이 걸렸고, 그사이 청년들은 고금리 사채의 늪으로 밀려났다.

"과거의 거래 기록만으로 한 사람의 미래를 단정 짓는 시스템은 사다리가 필요한 사람의 발을 걷어차는 격이었죠. 특히 금융 이력이 부족한 청년들은 시작도 하기 전에 '0점' 취급을 받는 모순을 목격했어요." 김 대표의 목소리에는 시스템 설계자로서의 고뇌가 배어났다.

'STEPS' 모델 — 디지털 발자국으로 성실함을 측정하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STEPS'라는 이름의 대안신용평가 모델이다. 어제의 숫자가 아닌 오늘의 '행동 패턴'에 주목한다. 김 대표는 "스마트폰의 OS 버전을 제때 업데이트하는지, 충전 주기가 일정한지, 블루투스 기기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같은 사소한 데이터가 AI를 만나면 그 사람의 성향을 입증하는 강력한 지표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현실을 바꿨다. 청년 전용 플랫폼 운영 당시 업계 평균보다 58% 낮은 연체율을 기록하며 실효성을 증명했다. 아르바이트를 줄여 임용고시에 합격하거나, 급한 가족 수술비를 마련해 위기를 넘긴 청년들의 사례는 '금융의 온기'를 보여주는 실체였다.

몽골·캄보디아까지…신흥국의 디지털 신분증으로

김 대표는 단순한 복지가 아닌 '데이터 비즈니스의 정석'을 이야기한다. 기존 금융권이 위험하다고 외면한 저신용자 중에서도 분명히 갚을 의지가 충만한 사람이 존재하며, 기술로 이를 선별해내는 것이 경쟁력이라는 통찰이다.

"단순히 통신비 납부 이력을 가져오는 수준에 그치지 않아요. 우리는 행동과학 이론을 데이터에 이식해 1초 만에 패턴화하죠." 이러한 전문성은 국경을 넘고 있다. 몽골과 캄보디아 등 금융 인프라가 미비한 신흥국에서 크레파스의 모델은 국가 전체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디지털 신분증' 역할을 수행 중이다.

크레파스솔루션의 2026년은 확장에 방점이 찍혀 있다. 국내 서민금융 회복력 판별, 소외된 외국인의 신용 구축, 글로벌 파트너와 함께 전 세계 소상공인에게 사다리를 놓는 일이다.

"신용평가는 도구일 뿐, 목적은 사람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것입니다. 기술로 비용을 낮추고 사람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 그것이 진짜 핀테크의 본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