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비즈니스2026. 05. 03.

中 밀크티 "차지" 한국 상륙 첫날 대기 180분…MZ세대 강타한 C푸드 열풍

by 윤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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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희 | 기자 작성일 2026년 05월 03일

“장원영이 마셨다고 해서 화제는 예상했지만, 이런 대란이 있을 줄 몰랐다.”

주문 앱(애플리케이션) 먹통(셧다운)에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한국에 첫 매장을 열자마자 벌어진 진풍경입니다. 이른바 ‘장원영 밀크티’로 입소문 난 중국의 모던 티 브랜드 ‘차지’(패왕차희·Chagee) 이야기입니다. 차지는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과 용산, 신촌 주요 상권에 3개 매장을 동시에 열며 한국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오픈 첫날부터 ‘대기 180분’ 진풍경

개점 첫날부터 인파가 몰리며 일부 매장에선 대기 시간이 무려 180분 이상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속출했습니다. 이날 강남 매장을 찾은 이현경 씨는 “초기 오픈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극악의 대기 시간”이라며 “당분간 기본 180분 웨이팅은 각오해야 할 것 같다”고 귀띔했습니다. 직장인 강 모 씨는 “대학 친구들과 상하이 여행 때 먹어봤던 추억에 매장을 찾았는데, 현장 구매는 이미 마감돼 앱 주문만 가능했다. 준비 중인 티만 842잔이라고 앱에 떠서 다음에 찾을 생각”이라고 웃었습니다.

오픈 이틀째 풍경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난 1일 오후 1시께 방문한 용산 아이파크몰점은 물량이 조기 소진돼 발길을 돌려야 했다는 글이 SNS에 속속 올라왔습니다.

7000개 매장 거느린 중국 ‘차지’의 첫 한국행

2017년 중국 윈난성에 첫 매장을 연 후 전 세계 70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인 차지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차지는 중국 본토를 비롯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미국 등 글로벌 시장을 꾸준히 확대해 온 브랜드로, 전통 차 문화를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입니다. 대표 메뉴로는 프레시 밀크티 카테고리의 ‘BO·YA 자스민 밀크티’, ‘피치 우롱 밀크티’, ‘다홍파오 밀크티’ 등이 있습니다.

차지는 경쟁이 치열한 한국 음료 시장에서 프리미엄 경험을 앞세워 소비자 신뢰 확보와 차별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입니다. 이번에 문을 연 강남 플래그십 매장은 차지의 브랜드 철학과 공간 경험을 가장 깊이 있게 보여주는 대표 매장으로, 용산 아이파크몰점과 신촌점은 쇼핑·문화·젊은 소비층과의 접점을 넓히는 거점으로 자리할 예정입니다.

김좌현 차지코리아 대표는 매장 오픈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은 수준 높은 카페 문화, 품질과 경험에 대한 높은 기준,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열린 태도를 갖고 있는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커피 수요가 강하지만 건강한 음료와 프리미엄 음료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차지가 글로벌로 확장하는 데 전략적인 시장”이라고 말했습니다.

‘C푸드’ 열풍, 마라탕에서 밀크티로 확산

마라탕과 훠궈로 시작된 중식(C푸드) 열풍이 음료 카테고리로 확산하며 외식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요즘 우리나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는 중국산 캐릭터 라부부에 열광하고, 중국 음식 마라탕을 즐겨 먹습니다. ‘중국은 싫지만 마라탕은 좋다’는 문장은 한때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확산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중국 본토 외식 프랜차이즈들은 강남, 홍대 일대 등 국내 주요 ‘황금 상권’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습니다. 지하철 신논현역에서 강남역으로 이어지는 약 700m 구간에만 7개 매장이 들어서 있습니다. 중국 생선 요리 ‘반티엔야오 카오위’와 생활용품점 ‘미니소’, 훠궈 식당 ‘하이디라오’를 비롯해 마라탕 식당 ‘탕화쿵푸’, 밀크티 브랜드 ‘헤이티’, ‘차백도’ 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반중 정서에도 매출은 ‘수직 상승’

우리 사회에 여전한 반중(反中) 정서와 중국산 제품의 안전성 우려에도 관련 소비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중국 식음료 전반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중국 프리미엄 훠궈 브랜드 하이디라오코리아 매출은 2021년 약 200억 원에서 지난해 1177억 원으로 4년 만에 5배 이상 늘었습니다. 중국 마라탕 브랜드 탕화쿵푸의 한국 법인인 한국탕화쿵푸의 매장 수 역시 2019년 127개에서 현재 500개를 넘어섰습니다. 과거 저가 이미지에 머물렀던 중국 브랜드에 대한 평가가 최근에는 품질과 개성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수용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공차 천하’ 흔드는 중국 밀크티 공세

업계에서는 중국 대형 차 브랜드 차지의 진출로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간 국내 밀크티 시장은 2012년 대만에서 진출한 ‘공차’가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2022년 미쉐를 시작으로 차백도, 헤이티, 아운티 제니 등 중국 밀크티 브랜드들이 잇따라 국내에 진출한 뒤 주요 상권에 안착한 상태입니다. 미쉐는 서울 대학가를 비롯한 수도권에서 16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고, 차백도는 강남·홍대를 거쳐 제주도까지 진출하며 국내에서 2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헤이티는 강남점·가로수길점·홍대점·명동점·건대점 등 서울 주요 상권 5곳에 매장을 두고 있습니다.

반면 시장을 오랫동안 주도해 온 공차코리아의 국내 매출은 2022년 1282억 원에서 2024년 1197억 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022년 154억 원에서 2024년 21억 원으로 86% 줄었습니다. 국내 차 시장 자체는 2020년 1조 1000억 원에서 2025년 1조 5800억 원으로 약 43% 성장한 만큼,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신규 중국 브랜드의 공세가 기존 강자의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셈입니다.

“세련된 IP·고급화 전략”…한국 시장 본격 가맹화 신호탄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장은 “그동안 ‘저가·저품질’로 외면받았던 중국 식음료(F&B) 브랜드들이 세련된 IP(지적재산) 콘텐츠를 입고 가격 대비 고급화 전략을 앞세워 국내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며 “대규모 자본과 본토 공급망까지 갖춘 중국 브랜드들이 속속 한국 진출을 위한 타임테이블을 조율하고 있어 한국 내 가맹 사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차지의 한국 진출은 중국 F&B 브랜드들의 한국 시장 본격 공략을 알리는 또 하나의 신호탄으로 평가됩니다. 단순한 ‘한 끼 외식’ 수준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침투하기 시작한 C푸드 흐름이 향후 어떤 그림을 그릴지, 그리고 ‘커피 공화국’으로 불리는 한국 음료 시장이 차(茶) 카테고리에서 어떤 변화를 맞게 될지 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