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현 | 기자 2026년 04월 10일

AI 자율제어로 실시간 구동되는 키네틱 파사드 목업
건축물이 스스로 환경을 인지하고 외장 구조를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인공지능(AI) 건축' 기술이 실물 실증 단계에 들어섰다.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가상환경연구실(VELAB) 채영호 교수 연구팀은 차세대 건축 외장 기술인 '대규모 키네틱 파사드(Kinetic Facade)'에 AI를 적용한 '예측형 군집 제어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고, 이를 실물 축척 목업(Mock-up)으로 실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건축 산업은 다른 기술 분야에 비해 AI 도입이 상대적으로 더딘 분야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최근 소프트웨어를 넘어 물리적 현실을 직접 제어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 기술이 확산되면서 건축 역시 하드웨어와 AI가 결합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연구는 기존 3D 건축정보모델(BIM)을 넘어 건축물 자체에 'AI 두뇌'를 이식해 환경 변화에 따라 구조가 스스로 반응하도록 만든 것이 핵심이다. 연구팀은 건축물을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거대한 자율제어 하드웨어로 진화시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키네틱 파사드'는 기상 변화에 따라 외장재가 움직이며 태양열과 에너지를 조절하는 스마트 건축 핵심 기술이다. 그러나 기존 방식은 수천 개 외장 모듈의 동작을 계산할 때 연산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병목현상' 때문에 대규모 건축물 적용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래프 신경망(GNN)과 강화학습(RL)을 결합한 AI 제어 방식을 도입해 대규모 모듈을 동시에 제어하는 군집 지능 체계를 구현했다.
특히 연구팀이 개발한 'GNN-RL 프레임워크'는 별도의 변환 과정 없이 학습된 AI 정책을 1:30 축척의 하드웨어 프로토타입에 직접 배포해 현장 실증까지 완료했다. 실험 결과 관람석의 태양열 취득을 10.3% 줄이면서도 모터 구동 횟수를 25.4% 감소시켜 동적 외장 시스템의 안정성을 크게 높였다.
AI는 '관람석 구역의 태양 복사열 최소화'와 '경기장 잔디 구역의 태양 복사열 최대화'라는 상충하는 목표를 동시에 고려해 최적의 외장 움직임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성과는 SCOPUS 컴퓨터 역학 분야 상위 3.3%, JCR 다학제 공학 분야 상위 6.4%에 해당하는 글로벌 학술지 'JCDE(Journal of Computational Design and Engineering)' AI 특별호 게재가 확정됐다. 제1저자는 중앙대 박사과정 신수철 연구원(건축사)이 맡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BIM 기반 설계를 넘어 AI가 스스로 학습하고 물리적 공간을 제어하는 '자율 건축 시스템'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며 "향후 스마트시티와 초대형 랜드마크 건축 등 다양한 분야로 기술 적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