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5·10부제' 검토 시작…걸프전 이후 35년 만에 민간 적용 가능성
황지민 기자 · 2026-03-17

정부가 중동 사태 장기화 우려 속에 35년 만에 'X부제'로 불리는 차량 운행제한 시행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17일 정부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5·10부제 등 차량 운행제한 조치 검토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수요 절감 대책 조기 수립을 지시한 데 따른 것입니다. 이 대통령은 "중동 상황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방향으로 확대돼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둔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범사회적 에너지 절약 확산을 위해 필요하면 자동차 5·10부제 등 다각도의 수요 절감 대책을 조기 수립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전면적인 차량 운행제한 조치를 시행한 것은 1991년 걸프전 이후 처음입니다. 당시에도 중동 정세 불안으로 에너지 수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5·10부제를 실시한 바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2부제(홀짝제) 시행을 검토했으나 실제로는 정부가 강제하기보다 민간 자율 참여 형태로 진행됐습니다.
이후 2008년과 2011년의 고유가 상황에서도 5부제 등 제한 조치를 시행했으나 공공 부문에만 의무를 부여하고 민간에는 권고만 했습니다. 2017년에도 공공 부문에 한해 차량 2부제를 시행했는데, 이때는 에너지 수급이 아닌 미세먼지를 고려한 조치였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았던 2023년에는 차량 X부제 자체를 검토하지 않았습니다.
시행 절차는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중심으로 국토교통부, 산업통상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5·10부제 도입을 확정하면, 각 지방자치단체가 행정명령을 내려 위반 차량을 단속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실제 추진 여부는 중동 사태에 따른 에너지 수급 위기 단계에 따라 결정될 전망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에너지 수급 경보 네 단계(관심-주의-경계-심각)에 따라 에너지 절약 대책에 대한 매뉴얼이 있다"며 "현재는 관심 단계인데 이 단계가 격상되면 그에 맞는 안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단계를 거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다만, 실제 적용이 되더라도 공공 부문에 우선 적용하고,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에만 민간에 확대 적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도 공공 부문 우선 적용 이후 민간으로 확대한 바 있습니다.
정부가 이처럼 차량 운행제한을 실제로 검토하는 배경에는 중동 사태 장기화 시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국내에는 약 210일분의 원유가 비축돼 있지만, 국내 원유 공급의 약 7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이 이어질 경우 수급 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앞서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 가격에 상한을 두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외환위기 이후 29년 만에 처음 시행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