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호 | 기자 2026년 04월 09일
3D 시뮬레이션 기반 디지털 매뉴얼·카탈로그 스타트업 브로큰에그(Broken Egg)의 이상문 대표가 산업 현장의 정보 전달 방식을 바꾸고 있다. '콜럼버스의 계란'처럼 발상의 전환을 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뜻을 사명에 담았다.
브로큰에그가 주목한 문제는 명확하다. 기존의 종이 매뉴얼, 영상, 문서는 모두 일방향 소통이다. 정보는 있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상태다. 사람마다 정보 습득 능력이 다른데, 기존 매체는 그 편차를 해소하지 못한다. 이 대표는 "유튜브 숏폼이 주목성에 특화돼 있고, 영상이 설명 전달성에 특화돼 있다면, 저희 서비스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해와 탐색, 참여성에 특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사용자가 직접 3D 모델을 만지고, 보고 싶은 포인트만 선택해 확인할 수 있는 양방향 인터랙션이 핵심이다.
앱 설치 없이 웹 브라우저만으로 구동되는 것도 강점이다. 다만 웹 환경에서 3D 시뮬레이션을 구현하려면 전용 앱과 달리 용량과 성능의 제약이 따른다. 3D 설계 파일을 경량화하면서도 품질을 유지하는 최적화 기술이 브로큰에그의 기술적 차별점이다. OpenGL 기반 3D 그래픽스 엔지니어로 오랜 경력을 보유한 우수 인력을 바탕으로 빠른 개발이 가능했다.
해외 전시회에서의 활용
서비스는 3D 카탈로그, 디지털 매뉴얼, 반응형 시뮬레이션 세 가지다. 이 중 고객 활용도가 가장 높은 것은 3D 카탈로그다. 특히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는 기업들의 수요가 크다. 이 대표는 "크고 무거운 장비는 해외 전시회에 가져가기 어렵다. 가져가더라도 시연이 불가능해 외관만 보여주는 게 전부"라며 "터치 모니터 하나만 있으면 그 안에서 시연까지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반도체 제조 장비 업체가 해외 전시 참가를 위해 브로큰에그에 의뢰해 납품한 사례가 있다. 전시 제품의 항공 운송비, 설치비, 운송 중 파손 리스크까지 고려하면 비용 절감 효과가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작고 정밀한 부품 분야에서도 수요가 있었다. 로봇 팔 관절에 사용되는 산업용 특수 체결 부품 제조업체가 대표적이다. 실물이 너무 작아 기술력과 응용력을 보여주기 어려운 경우에도 3D 시뮬레이션으로 확대·축소하며 직관적으로 시연할 수 있다.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장
현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이 주요 고객층이며, 완제품 제조업체부터 조선, 건설, 의료장비, 연구기관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 대표는 창업 2년 만에 특허 2건 등록, 2건 출원, 상표 등록, ISO 9001 인증, NVIDIA 인셉션 프로그램 선정 등 빠르게 신뢰 자산을 구축했다.
사업 방향도 진화하고 있다. 예비창업패키지를 통해 VR 품평으로 시작해 3D 카탈로그와 디지털 매뉴얼로 확장했고, 현재는 제품의 전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대표는 "대기 공간에 태블릿 하나만 놓으면 평소에 시뮬레이션으로 학습하고, 인지 단계에 도달하면 위급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다"며 3D 시뮬레이션의 일상 인프라화를 비전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