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진 | 기자 작성일 2026년 04월 26일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오른쪽)이 쩡위친 CATL 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현대자동차와 토요타,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빅3’가 현지 기술 기업과의 전방위적 협력을 선언하며 대대적인 반격 태세에 돌입했습니다.
과거 배터리(CATL)에 국한됐던 현지 협력 범위를 자율주행(모멘타)과 차량용 소프트웨어(화웨이)까지 확장해, BYD와 샤오미 등 중국 현지 전기차 기업에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전략입니다.
격년으로 열리는 ‘2026 오토 차이나’는 전시 면적이 38만㎡로, 올해 글로벌 최대 규모의 모터쇼로 거듭났습니다. 축구장 50개 이상의 면적입니다. 최근 수년간 중국 현지 기업에 밀리고 있는 글로벌 업체들은 현장에서 중국 소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반등을 추진합니다.
현대차, ‘중국 전용’ 아이오닉 V 공개…모멘타·CATL 협업
현대차는 ‘2026 오토 차이나’에서 중국 시장을 겨냥한 첫 전략 양산형 전기차 ‘아이오닉 V’를 전격 공개했습니다.
아이오닉 V는 현대차가 현지 파트너사인 베이징자동차와 공동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모델입니다.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In China, for China)’라는 슬로건 아래, 중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모멘타(Momenta)의 레벨2+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과 CATL의 최신 배터리를 탑재해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잡았습니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중국은 기술적으로 전동화와 스마트화가 이미 보편화된 시장”이라며 “중국 시장에서 배우고 얻어야 할 것이 많은 만큼, 우리만의 차별화된 기술적 포인트를 찾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V를 시작으로 향후 5년간 총 20종의 신차를 투입해 중국 내 연간 판매량을 50만 대 수준으로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토요타 ‘BYD 대신 화웨이’… 폭스바겐 현지화 가속
토요타와 폭스바겐 역시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십 재편을 통해 점유율 방어에 나섰습니다.
특히 토요타는 기존 BYD와의 협력에서 벗어나 화웨이, 모멘타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토요타가 공개한 중국 전용 전기 세단 ‘bZ7’은 토요타와 광저우자동차(GAC) 합작법인이 개발한 차량으로, 화웨이의 전기 구동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와 모멘타의 ADAS가 전면 적용되었습니다.
폭스바겐은 대형 전기 SUV ‘ID.유닉스(UNYX) 09’를 비롯해 중국 전용 전기차 모델 4종을 세계 최초로 선보이며 ‘속도전’을 예고했습니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우디는 중국 현지 맞춤형 브랜드 ‘AUDI’를 별도 론칭하며 대대적인 라인업 확장에 나섰습니다.
로버트 시세크 폭스바겐 중국 최고경영자(CEO)는 “올해에만 중국에서 순수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에 걸쳐 총 13개의 새로운 신에너지차(NEV)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2029년까지 30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외 독일 프리미엄 기업 역시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모멘타와 협업한 자율주행 기술 ‘MB.드라이브 어시스트 프로’를, BMW는 대형 전기 SUV ‘iX3’를 전면에 내세워 중국 시장 공략 가속화를 선언했습니다.
격변하는 중국 시장…‘로컬 점유율 70%’ 벽 넘을까
글로벌 완성차가 중국 기업의 ‘혁신 기술’을 적극 수용하는 이유는 갈수록 공고해지는 중국 브랜드의 시장 지배력 때문입니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전체 판매량은 3005만 대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BYD와 지리자동차, 체리 등 중국계 브랜드의 점유율이 69.5%까지 치솟았습니다. 중국 도로 위 차량 10대 중 7대가 현지 브랜드인 셈입니다. 특히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등 신에너지차 시장에서는 로컬 브랜드의 영향력이 절대적입니다.
이 같은 현상은 중국 소비자의 수요가 엔진 성능 등 기계적 완성도보다는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경험으로 옮겨 갔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중국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생태계와 밀접하게 연결된 ‘인포테인먼트’와 ‘도심 자율주행’ 능력을 구매의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독자 개발을 고집하기보다 화웨이나 모멘타 등 현지 IT 기업과 손을 잡는 ‘현지화 2.0’ 전략을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조사들이 중국의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기술을 수용한 것은 시장 생존을 위한 필수 선택”이라며 “현지 기술로 무장한 글로벌 브랜드와 원가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브랜드 간의 2라운드 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